산불 잡아도 연기 못잡아서..서유럽까지 간 '체르노빌 방사능'
지난 1986년 4월 26일 폭발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지역.
약 600만㏊(서울시 면적의 약 100배)의 토양과 산림이 심하게 오염되었고, 원전에서 반경 30㎞ 안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지역 주변에서 한 달 동안 대형 산불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한때 폐쇄된 원전에서 1.5㎞ 떨어진 곳까지 산불이 번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체르노빌의 방사성 물질이 퍼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 실제로 체르노빌의 방사성 물질이 주변 지역은 물론 수천㎞ 떨어진 서유럽 지역까지 퍼진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방사능 수준이 크게 높지는 않아 시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평가됐다.
1조 베크렐 방사능 대기로 방출
연구팀은 "소방관들의 노력에다 비가 내리면서 5월 초에 산불이 완전히 진압됐는데, 산불의 강도에 따라 연기 기둥은 지상에서 최대 수㎞까지 피어올랐고, 약 20일 동안 대기 중에 남아 수천㎞를 이동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토양과 산림 속에 들어있던 방사성 세슘(Cs-137)이 대기로 방출됐는데, 방출된 방사능의 총량이 7000억~1조2000억 베크렐(Bq, 방사능 측정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이와 관련, 일본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저장된 오염수의 총 방사능이 860조 베크렐 정도로 알려졌다.
산불 지역에선 방사능 1만 배 상승
대기 중으로 멀리 퍼지지는 않는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이나 플루토늄-241, 아메리슘-241 등도 체르노빌 통제구역 내 산불 현장에서는 검출됐다.
멀리 떨어진 프랑스에서도 지난해 4월 6~14일에 세슘-137의 방사능이 1.31μBq/㎥ 검출됐고, 프랑스 남동부 지역에서도 배경 농도의 4~8배에 이르는 방사능이 측정됐다.
프랑스 방사선 방호원자력안전연구원(IRSN)은 우크라이나 화재로 인한 오염 공기가 프랑스에 머무는 동안 추가된 세슘-137 방사능이 최대 2μBq/㎥로 추정했고, 이 정도는 시민의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연구팀이 대기 확산 모델링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는 지난해 4월 5~9일 우크라이나 산불 지역에서 날아온 오염된 공기가 머물렀고 이때 세슘-137 방사능이 25μBq/㎥까지 상승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폴란드에서도 세슘-137 최댓값이 50μBq/㎥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소방관·주민 건강 영향은 없어
산불 진화선 근처의 방사능과 호흡량 등을 고려했을 때, 인공 방사성 물질의 흡입으로 인해 소방관들이 노출된 최대 방사선량 추정치는 시간당 1.7μSv(마이크로시버트)로 추산했다.
이는 자연 배경 방사선량(시간당 0.1μSv)보다는 10배 이상이고, 고도로 오염된 환경(시간당 1~10μSv)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소방관이 100시간 동안 진화 작업에 참여했다고 해도 국제적으로 허용된 최대 방사선량인 연간 1 mSv(밀리시버트), 즉 연간 1000μSv보다는 훨씬 낮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팀은 키예프 등 우크라이나 주민들 건강염려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상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흡입에 의한 방사선 노출은 100nSv(나노 시버트, 100만분의 1mSv), 방사성 물질이 내려앉은 먹거리를 먹었을 때 노출될 수 있는 양은 50nSv인 것으로 분석됐다.
1mSv의 0.015%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체르노빌 지역에서는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며 "향후 산불 발생 증가로 인해 방사성 물질이 더 많이 대기 중으로 방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또 "소방관이나 주민들의 방사성 물질 흡입과 피폭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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