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에 뒤집힌 판결.. "이승만 저서 저작권, 양자는 권리 없어"

임주언 2021. 10. 1.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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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이 80년 전 영어로 쓴 책의 저작재산권을 놓고 벌어진 소송의 2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90)씨가 승소했다.

A씨가 저작권이 양도됐다고 주장한 저작물은 이 전 대통령이 1941년 7월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한 '재팬 인사이드 아웃'이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가 책의 저작권을 손자에게 넘겼는데 그 점을 모르고 계약을 맺었다"며 무효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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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수씨-출판사 저작권 계약 소송
2심 "유언 따라 손자에 귀속돼야"
양자 이씨 승소..업체 측 "대법 상고"
이승만 대통령이 1954년 8월 1일 미국 워싱턴D.C의 파운드리 감리교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이승만 전 대통령이 80년 전 영어로 쓴 책의 저작재산권을 놓고 벌어진 소송의 2심에서 이 전 대통령의 양자 이인수(90)씨가 승소했다. 이씨와 저작권 양도 계약을 맺은 출판사 대표에게 저작권이 넘어갔다고 인정한 1심 판단이 뒤집힌 것이다. 정반대의 결론이 나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건 새롭게 제시된 이 전 대통령의 유언장이었다. 2심 재판부는 유언에 따라 당초 이씨에게는 양도할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설범식)는 30일 출판사 대표 A씨가 이씨를 상대로 낸 승낙의사 표시 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가 저작권이 양도됐다고 주장한 저작물은 이 전 대통령이 1941년 7월 미국에서 영어로 출간한 ‘재팬 인사이드 아웃’이다. 이 책은 일본의 미국 침공을 예견한 내용으로 잘 알려져 있다. A씨는 이 책 원본 속 일부 오류를 수정한 영어 원서와 번역본을 출판하기 위해 2017년 5월 이씨와 저작권 양도 계약을 맺었다. 2036년까지 저작권 일체를 양도 받는 대신 3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A씨가 영어 원서를 출판한 뒤에도 저작권 양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결국 A씨는 2018년 3월 이씨를 상대로 “해당 저작물에 관한 양도 신청에 승낙 표시를 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씨는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가 책의 저작권을 손자에게 넘겼는데 그 점을 모르고 계약을 맺었다”며 무효를 주장했다. 반면 책이 미국에서 나왔고, 출판된 지 수십년이 지났기 때문에 이씨에게 저작권이 있는지를 여러 차례 확인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계약 전) 이씨에게 법적 상속인 여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민법에 따라 손자에게 저작권 지분의 4분의 1이 상속된 것으로 봐야 하지만, 이 점이 인정된다 해도 이를 착오한 건 이씨의 중대한 과실이므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이씨는 이 책 저작권의 상속인이 아니다”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 판단을 뒤집은 건 1960년 12월 하와이에서 작성된 이 전 대통령의 유언장이었다. 이씨 측은 항소심에서 이 유언장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이 전 대통령이 모든 재산을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상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언장의 효력을 인정한 항소심 재판부는 “1992년 프란체스카 여사가 사망할 당시 직계비속인 이씨는 상속을 포기했다”며 “이로 인해 재팬 인사이드 아웃에 대한 저작권도 모두 손자에게 귀속됐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이씨가 1998년 연세대 부설 연구소에 이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기증하고 돈을 받기도 했다”며 상속 포기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 측은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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