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향한 그리움·공허 캔버스에..

장창일 2021. 10.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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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화가인 이혁(34) 작가는 2006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다 2009년 한국에 왔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예술전문학교에 다니며 그림을 그린 이 작가는 우리나라에 온 뒤 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는 이 작가의 손끝을 거친 20여점의 수채화와 유화, 아크릴화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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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화가 이혁 작가 첫 개인전
이혁 작가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 이색에서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탈북 화가인 이혁(34) 작가는 2006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 머물다 2009년 한국에 왔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예술전문학교에 다니며 그림을 그린 이 작가는 우리나라에 온 뒤 한국외국어대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현재 경남 하동군 악양창작스튜디오 레지던스 입주작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서울 종로구 아트스페이스 이색에서 그의 첫 개인전이 시작됐다.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는 이 작가의 손끝을 거친 20여점의 수채화와 유화, 아크릴화가 걸렸다. 탈북과 외로움,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녹였다. 검은색을 주로 사용해 그린 작품에는 유독 밥그릇과 숟가락, 젓가락이 많았다. 그의 ‘반상 시리즈’다.

전시회 첫날 만난 이 작가는 “첫 전시회를 준비하며 검은색 물감에 손이 갔는데, 공허한 마음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투영된 결과”라며 “검은색은 아픔의 표현이고 밥그릇은 추억의 조각들”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는 그의 조부모가 살고 있다. 어머니가 2011년 우리나라에 왔지만 얼마 살지 못하고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없는 현실, 그런 그리움이 여러 작품에 묻어 있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신을 그려 넣은 ‘수하석상관월도’에 눈길이 멈췄다. 나무 아래에 앉아 달을 보는 자신을 그렸다는데,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이 작가를 찾는 게 쉽질 않다. 손톱 정도의 크기로 자신을 그려서다. 낮아진 자존감을 표현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신앙생활이 그나마 기댈 언덕이라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본향교회에 출석하는 그는 “새터민 유대열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에는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이 많은데 함께 신앙생활하며 큰 위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 걸린 그림이 모두 어두운 건 아니다. 2층에 걸린 수채화는 밝은 느낌을 줬다. 작품 활동을 하는 하동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이 작가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작품 활동을 감정의 배설구로만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그리움은 첫 전시회로 마무리 짓고 여러 주제를 화폭에 담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의 전쟁이 누굴 위한 것이었는지, 이념의 차이는 무엇인지 질문하는 내용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전시회는 오는 6일까지 진행된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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