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주범, 우리 밥상에 있다

한은진 2021. 10. 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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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지구의 사람들] '세계 채식인의 날' 맞이.. 채식 어떠세요
공장식 축산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매일 한 번 이상 접하는 고기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자동차의 배기가스, 무분별한 석탄원료의 사용, 플라스틱 남용이 꼽히는 경우는 흔해도 고기는 생소하다. 게다가 최소한 인간보다는 자연 친화적일 동물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니, 아이러니컬하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환경파괴의 주범은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다. 더 많은 고기를 먹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더 많은 공장식 축산을 요구하고 있고 이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환경부가 진행 중인 ‘도전! 착한지구인 챌린지’에 채식 실천 운동은 포함되지 않았다. 환경부 인스타그램 캡처.


현대 사회의 육류 소비량은 역대급이다. 항생제와 냉장 기술 등이 발달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과거 소수만 영유할 수 있던 고기는 대중적인 식품이 됐다. 공장식 축산을 운영하기 위해 전 세계 농경지의 77%가 사용되고 있다. 또 지구상의 담수 중 70%가 농축산업에 쓰인다. 곡물 중 36.6%가 가축의 사료다. 이뿐일까.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되는 메탄의 기후변화 기여도(14.5%)는 운송·수송분야(13.5%)보다 높다.

수치와 통계가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증명하고 있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더 많은 육식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상 유례 없이 풍부한 육식을 즐기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책임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짚어보았다.

죽어가는 아마존… 원인은 고기?
탈산림화로 인해 아마존 열대우림 일부가 불타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그린피스 이창표 캠페이너는 “육식을 위해 키우는 가축으로 소는 대략 15억마리, 돼지와 양은 각각 10억마리, 닭을 비롯한 가금류는 190억마리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태어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먹이기 위해 대량 생산되고 있다.

이 캠페이너는 공장식 축산이 낳은 가장 큰 피해지로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꼽았다. 그는 “온실가스를 흡수하고 저장해야 할 열대우림이 공장식 축산을 위한 개발로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공장을 짓거나 목재를 얻기 위해 아마존을 파괴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축의 사료를 얻기 위해 더 많이 파괴되고 있다. 무려 아마존 열대우림의 약 80%가 공장식 축산을 위해 훼손됐다.

아마존은 이제 온실가스 흡수원이 아닌 배출원으로 전락했다. 이 캠페이너는 “아마존이 공장식 축산업에 의해 파괴되면서 빗물을 지하수로 가두는 기능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지구 담수의 70%가 가축 사육과 작물 재배를 위해 사용되고 있는데, 아마존의 기능은 약화되고 육류 수요는 높아지면서 물이 부족해지고 있다. 지나친 공장식 축산은 숲을 없애고 먹거리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을 넘어 가뭄과 사막화까지 일으킨다.

심각한 기후위기… 답은 채소에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2018년 기후변화행동연구소는 ‘탄소발자국이 가장 큰 한식 메뉴’를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탄소배출량으로 환산해 탄소환산량(㎏CO2eq)으로 계산한 결과,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메뉴는 설렁탕(10.01㎏CO2eq)이었다. 설렁탕은 콩나물국(0.12㎏CO2eq)보다 온실가스를 백 배 가량 더 배출했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전기차를 타고 분리수거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개선하고 채식 위주로 바꾸는 것이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과 비닐이 가공식을 비롯한 육류와 깊은 관련이 있다”며 “채식을 하게 되면 쓰레기 배출까지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린피스 이창표 캠페이너 또한 “채식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서 “채소를 먹는 것이 공장식 축산보다 숲의 보존에 더 도움이 된다. 또 가축 사육으로 인한 땅의 황폐화를 막는 데에도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막상 채식을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채식 위주에서 육식 위주로 변한 한국인의 식습관, 채식을 하기에 어려운 인프라 등이 대표적인 이유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당장 비건(Vegan, 동물성 식품 섭취를 지양하는 채식주의자)이 되면 좋겠지만, ‘하루 한 끼 혹은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하기’ 식으로 단계적인 실천을 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창표 캠페이너도 “일주일에 1인당 300g 정도만 육류를 소비하겠다”는 식의 목표로 채식에 대한 부담감을 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이원복 대표는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면서 “음식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갖추고 사실관계 확인을 해야 건강하고 환경 보호적인 식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창표 캠페이너는 “올바른 육류 소비를 위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축산과 관련된 산업에 대해 소비자들이 잘 이해하도록 국제적으로 공조를 맺어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식, 사소해 보이지만… 모이면 큰 힘 이룬다
채식주의자들이 촬영한 평소 식단. 대체육이나 인공계란을 활용한 다양한 채식 메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진제공=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윤재, 윤지성, 유시현 씨)

세 자녀를 키우는 윤지성 씨는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다. 윤씨는 “코로나19로 자녀들과 외출이 어려워지자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며 “그 과정에서 공장식 축산업을 알게 됐고 이제는 비건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채식주의자 박미림 씨는 ‘건강’을 목적으로 채식을 시작했다. 그는 “채식을 공부하면서 과도한 육식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직접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학교 학생들과 음식과 환경에 대해 공부하면서 급식의 비건화를 이루어냈다.

채식 위주 식습관과 함께 플라스틱 사용을 지양하고 재활용하며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모습. (사진 제공=유시현, 윤지성 씨)


개인 수준의 채식으로는 환경을 보호할 수 없다는 비판이 있다. 하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채식주의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이창표 캠페이너는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렵지만 자신을 바꾸는 건 그보다 쉽다”며 “자신을 바꾸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세상은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원복 대표도 “내가 노력하면 ‘나’라는 세상이 바뀌고, 개인의 세상이 바뀐다면 다른 세상도 차례차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 유시현 씨와 윤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 “개인이 모여 큰 힘을 이룰 수 있음을 믿는다”며 “문제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살기보다는 해결책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10월 1일은 생명 존중과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지정된 ‘세계 채식인의 날’이다. 채식인은 특별히 자격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닌 우리 모두 언제든 누릴 수 있는 가치다. 이창표 캠페이너는 “세계 채식인의 날을 맞아 우리가 익숙하게 접했던 육류의 영향을 되새기고 채식을 생각할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 보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은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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