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심층취재 - 광복회 카페 사업 적자 운영 실태
수익 못 내는 광복회 수익사업 “국민 세금으로 카페 적자 메꾸는 셈”
수익금 회원복지에 사용하겠다고 카페사업, 현실은 “인건비 충당도 안 돼”
카페 1호점 수의계약 특혜·형평성 논란에도 2호점 또 문 열었다 적자 운영
보훈단체인 광복회(회장 김원웅)의 수익사업 중 하나인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 내 헤리티지 815 카페 2호점이 지난해 11월 오픈 이후 올해 9월까지 적자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광복회는 수목원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수익금을 회원·유가족 생계 지원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 세금과 기부금이 주된 재원인 운영자금을 회원 복지가 아닌 카페사업 적자를 메꾸는 데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복회가 경기 포천에 위치한 수목원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은 들었어요. 하지만 수목원에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만 들었지 누가 관리하는지, 발생한 수익금은 얼마인지, 임대료는 얼마를 내고 있는지 우리에게 일절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광복회 당국에서 먼저 말해주지 않는 이상 우리 회원들은 (광복회 운영진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회원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수익사업을 한다는데, 나는 땡전 한 푼 받은 게 없어요.”
광복회에서 적지 않은 기간 동안 고문으로 활동해온 원로 회원이 월간중앙에 한숨 섞인 푸념을 털어놨다. 제보를 받고 월간중앙이 수목원을 찾았을 때는 지난 7월, 정문을 지나자 곧바로 ‘헤리티지 815’라는 카페 간판이 눈에 띄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건네받은 영수증에서 낯익은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업자명에 ‘김원웅’(광복회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광복회는 지난해 11월 26일 수목원에서 김 회장과 수목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수목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헤리티지 815 2호점 개업식을 열었다.
회원복지에 쓰겠다며 카페 운영권 따내
광복회가 지난해 10월 23일 보훈처 등에 제출한 카페 2호점 사업계획서를 입수해 검토해봤다. 사업추진 배경은 ‘수목원 내 카페 운영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킴으로써 단체 운영 및 복지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돼 있었다.
광복회 계획서 내 추정손익계산서를 보면 연간 총매출액은 3억9600만원(월매출로 환산 시 3300만원)이다. 여기에 매출원가 1억7400만원을 제하면 광복회가 카페 2호점을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연간 매출총이익을 2억2200만원이라고 추산했다. 여기에 직원급여, 복리후생비, 전력비, 보험료, 소모품비 등 판매비와 일반관리비 1억6200만원을 추가로 제외하면 광복회가 계획서를 통해 밝힌 추정 당기순이익은 6000만원이다.
광복회는 애초 카페 2호점 수익금을 회원들의 복지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광복회가 회원들에게 밝힌 수익금 연간 사용계획안을 보면 카페사업 등의 수익금을 토대로 회원의 자활정착 및 복지증진에 3600만원(당기순이익의 60%), 단체운영비 지원에 2400만원(당기순이익의 40%)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생존애국지사 및 회원·유가족 생계지원, 주거환경개선, 대학생유자녀학자금지원, 민족정기선양사업(행사), 단체 본부 운영비(인건비, 업무추진비, 복리후생비, 예비비 등), 기타 광복회원 복지 등에 지출하겠다고 적시했다. 이를 합산하면 총 60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을 모두 회원 복지와 단체운영비에 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페 2호점은 개업일부터 관련 답변을 받은 9월 9일까지인 10개월여 동안 만성 적자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가 광복회에 카페 영업으로 발생한 수익금 및 지출 상세 현황을 문의했더니 담당자가 “적자로 수익금 발생이 없다”고 알려왔다. 이어서 “적자 규모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인건비·물품대금 등을 조금씩 광복회 예산으로 메꾸고 있다”고 말했다. 광복회는 계획서 사업개요에서 ‘소요자금은 광복회 자체 조달’이라고 명시했다. 보훈단체인 광복회는 수십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 민간기부금 등의 사업비로 운영된다. 최근 [시사저널]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광복회는 ‘단체운영비’ 목적으로 국고보조금 22억원을 받았고, 기부금 수익은 7억원 규모다. 결국 국민 세금과 선의의 기부금이 카페 2호점 적자를 메꾸는 데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이토록 개업 후 계속 적자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목원 측은 “다른 식물원에 비해 제약이 많은 곳이 수목원”이라며 “수목원은 관람객을 자유롭게 받는 곳이 아니다. 하루에 사람을 제한해서 받고, 특히 겨울에는 관광객이 거의 없다. 거기다 코로나19 여파로 관람객이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과연 코로나19가 적자에 영향을 미친 걸까. 올해 수목원 누적 입장객 수는 8월까지 약 19만 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월까지 누적 입장객 수는 22만 명으로, 3만 명가량 줄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만 명가량이 늘었다(2020년 8월 기준 누적 입장객 수는 13만 명). 6000만원 당기순이익이 만성 적자로 나타날 만큼 입장객 수 변화가 크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업을 시작한 시기가 코로나19가 한창때였던 만큼 광복회가 카페사업에서 적자가 발생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나온 건 카페를 개업한 11월보다 10개월가량 앞선 지난해 초였다. 더구나 1년 중 방문객이 가장 적은 겨울에 영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경영이 악화된 이유로 보였다.
수목원의 ‘국유재산 사용·수익허가 운영조건’을 보면 동절기인 12~2월에 입장객 수가 가장 적음을 명시하고 있다. 보훈단체인 광복회가 손쉽게 계약을 따내는 데만 급급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로나19에도 개업, 10개월 동안 수익금 ‘0원’
광복회가 이 같은 상황을 배제한 채 계획서에 연간 6000만원을 순이익으로 올릴 수 있다고 장담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지만 계획서 어디에도 예상 수익을 산출한 구체적인 근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창업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예상 수익을 산출하는 것은 창업의 가장 기초적인 준비”라며 “예상 수익 산출 근거가 불명확하면 사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는 건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만난 광복회원들 역시 광복회 운영진의 카페 2호점 사업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9월 10일 “적자가 계속된다면 (카페 2호점 사업에서) 철수하는 게 맞다”며 “수익성 없는 수익사업을 왜 하나. 광복회 예산은 적자를 메꿀 정도로 넘쳐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어서 그는 “(광복회는) 수익사업이라고 해서 형편이 어려운 회원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말만 하지,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주는 건 전무하다”고 말했다.
광복회가 운영하는 카페 1호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 입점해 있다. 1·2호점 모두 야외 카페이며, 설립 목적과 판매품목, 외관 등 유사한 점이 많다. 지난해 5월 25일 카페 1호점 개업식이 열린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좋은 목적으로 시작한 사업인 만큼 그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수익금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회 측은 “카페 운영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전액 독립유공자 후손의 장학사업에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카페 1호점은 지난해 8월 특혜 논란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1호점은 지난해 5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는데, 국회 홈페이지에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없이 국회사무처-광복회 간 수의계약을 맺었다. 당시 이 문제를 제기한 김성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8월 “아무리 선의로 한 일이고 적법한 단체라고 해도 선정 과정이 불투명하고 부적절했다면 그 자체로 큰 문제”라며 “사업자 선정 과정의 문제점을 파악해 잘못을 바로잡고, 장학생 선발 과정에 대한 공정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뒤이어 형평성 논란도 일었다. 국회 소통관에 입점한 다른 업체들은 광복회와 달리 공고와 공개입찰 등의 선정 절차를 거쳤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5월 기준 국회에 입점한 다른 제과점은 3년간 총 2억4500만원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뒷말을 낳았다. 국회사무처는 광복회에 카페 1호점 계약 기간인 3년간 임대료 없이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혜·형평성 시비에 국회사무처는 광복회와의 계약 목적과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수의계약 성격으로 계약을 추진했기 때문에 공고를 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국회사무처는 “운영자 선정 등에 어려움이 있어 국회사무총장실에 해당 사항을 보고한 결과, 개인이 아닌 광복회 등 단체에 사용 허가가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 지시가 있었다”며 “다만 외부에서 볼 때는 특정 단체와 계약하려는 목적으로 수익사업을 낸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보훈단체 배려받아 수의계약, 특혜·형평성 시비
광복회가 운영하는 카페 2호점의 계약을 살펴보면 1호점의 그것과 유사하다. 카페 1호점 특혜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8월부터 두 달여 후 광복회는 수목원과 별도의 공고 없이 카페 2호점 계약을 맺었는데, 이는 카페 1호점과 마찬가지로 수의계약이었다. 수목원이 그간 수의계약을 맺은 사례는 광복회가 최초다. 수목원 측은 9월 9일 “광복회 쪽에서 먼저 수목원에 카페 2호점을 내고 싶다고 요청해 계약이 이뤄졌다”며 “국회에 출장을 자주 가는데, 거기에 카페 1호점이 있어서 광복회 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호점 역시 1호점과 마찬가지로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목원 내 카페는 두 곳인데, 카페 2호점 개업 두 달여 앞서 공개 입찰을 통해 입점한 민간업체 카페보다 광복회가 훨씬 적은 사용료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업체는 5588만원(189.30㎡)을 써내 입찰을 따냈지만, 광복회가 운영하는 카페 2호점의 연간 사용료는 19만원(13.27㎡) 수준이다.
월간중앙은 광복회 카페사업과 관련한 논란에 광복회·보훈처·수목원에 여러 차례 질의하고 답변을 요청했지만 명쾌하게 설명해주는 곳은 없었다. 수목원 측은 “카페 2호점에서 수익이 나는지 아닌지는 우리(수목원)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알 필요도 없었는데, 최근에 광복회에 문의해 적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보훈처 측은 “(카페 2호점) 계약의 주체가 수목원과 광복회이기 때문에 자세한 건 그쪽에 문의를 해봐야 안다”고 해명했다. 광복회 역시 “이미 (수익사업) 승인이 나서 카페 (2호점) 사업을 하는 건데, 그것과 관련해서는 보훈처에 알아봐야 한다”며 보훈처에 떠넘겼다.
충분한 사업성 검토와 경영 능력 검증 없이 보훈단체 지위를 활용해 손쉽게 계약을 따내고 보자는 식의 접근, 그리고 관련 기관의 무관심과 책임회피 속에 카페 2호점은 지금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 카페 적자를 광복회 운영비로 메꾸느라 그만큼 지원받고 보호받아야 할 광복회 일반 회원의 복지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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