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언론재갈법 대신 진짜개혁 시작해야
UN경고에 민주당 강행처리 포기
새 IT미디어환경 맞는 대안 필요
1. 여당이 밀어붙이던 언론중재법 개정이 보류됐습니다.
29일밤 여야는 언론중재법 개정방안을 연말까지 논의하기위한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별위원회’구성에 합의했습니다. 여당이 강행처리를 포기한 겁니다. 특위에선 언론중재법만 아니라 신문법 방송법 정보통신망법(인터넷언론 관련) 등도 같이 논의할 예정입니다. 옳은 방향입니다.
2.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사실 심각한 사안이었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골자는 언론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입인데..여권에선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 부르고, 야권에선 ‘언론재갈법’이라고 부를 정도로 시각이 갈렸습니다. 그래서 더 복잡하게 보였습니다.
3. 이 법의 문제점은..여권이 강행처리를 포기한 결정적 브레이크가 된..‘UN인권이사회 표현의자유증진 특별보고관’의 공식서한에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특별보고관은 지난 8월27일 제네바대사관을 통해 아래와 같은 골자의 문서를 보내왔습니다.
‘국회가 심의중인 언론중재법이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합니다.’
‘이는 한국이 1990년 가입한..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ㆍ자유권규약) 19조에 따라..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야하는 귀 정부의 의무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ICCPR 19조에 따른 합법성 필요성 및 비례성 요건과 어떻게 일치하는지 의견을 표명해 주십시오.’
‘이런 견해와 우려를 개정안에 표결할 국회의원들에게 공유해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서한과 귀 정부로부터 받은 응답은 48시간 이내에 공개됩니다.’
4. 표현은 공식적이지만 내용은 거의 경고성입니다. 국제규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닙니다.
서한이 접수되자 이철희 청와대정무수석이 8월29일 국회로 달려갔습니다. 다음날(30일)이 민주당에서 강행처리하기로 작심한 D-day였습니다. 강행을 주장해온 송영길 대표가 ‘국제문제가 됐다’며 야당과 추가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습니다.
5. 이렇게 어렵사리 구성된 협의체의 활동시한이 9월26일이었습니다. 당연히 합의는 불가능했습니다.
여당은 ‘많이 양보했다’지만..징벌배상이란 발상 자체가 문제이기에..조문을 다듬는 정도로는 해결이 안됩니다. 가짜뉴스와 관련돼 더 큰 문제인 각종 인터넷 1인 미디어 등에 대한 부분이 빠졌을뿐 아니라, 전두환시대 유물인 공영방송체제에 대한 개편도 빠졌습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개정안을 강행처리하고자 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표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기내간담회에서 ‘언론 시민단체 국제사회서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에..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으로선 꽤 강한 의사표현입니다.
7. 민주당 강경파는 대통령의 우려마저 무시했습니다. 29일을 다시 D-day로 잡았습니다.
송영길은‘충분한 논의 거쳤다’며 강행의지를 밝혔습니다. 강경파 의원들은 국회의장에게 상정을 ‘강력요청’했습니다.
그러자 29일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 등이 ‘보류’를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8. 마침내 송영길은 보류를 선택했습니다. 대신 ‘대권후보 결정되면 당 중심으로 새 국가비전 만들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의미심장합니다. 10월10일이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대권후보로 결정될 예정입니다. 이후 문재인이 아니라 이재명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겠다..로 들립니다. 여권내에서 벌써 문재인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는 듯합니다.
9. 레임덕은 불가피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당연히 새 리더십에 따라 언론개혁도 처음부터 근본적으로 따져봐야 합니다.
현재의 언론중재법개정안은 성급하게 만들어진, 관련법들과 맞지 않는 화풀이 입법입니다. 특위에서 관련법들과 함께 폭넓은 여론수렴해야 합니다. IT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혁명적입니다. 언론에 문제가 많지만 징벌이 능사는 아닙니다.
〈칼럼니스트〉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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