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손해배상 조정에 성실히 응해야"

호남취재본부 김태인 2021. 9. 3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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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 갑질' 롯데와 손해배상 조정 앞둔 윤형철 ㈜신화 대표 호소
육가공업체 (주)신화의 윤형철 대표

[완주=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김한호 기자] “지난 7년 동안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길 희망합니다”

롯데마트의 이른바 ‘삼겹살 갑질 사건’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오고 있는 윤형철 ㈜신화 대표는 복잡미묘한 심경을 토로했다.

2심에 걸친 행정소송 승소, 그리고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10월 5일에 재개될 민사손해배상 조정 절차에 롯데가 성실히 임할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더욱이 롯데는 지난 2015년의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에 따라 ㈜신화가 회생절차를 피하기 위해 3번이나 양보한 조정금액을 거절한 적이 있다.

그래서 윤 대표는 민사손해배상 조정 절차에 대해 ‘기대 반 걱정 반’이다.

▲ 탄탄한 육가공업체로 성장하다 롯데의 ‘갑질’로 나락…

완주군 봉동읍에 터를 잡은 육가공업체인 ㈜신화는 명칭 그대로 ‘신화’를 써내려갔다.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임직원이 똘똘 뭉쳐 일했다.

그 결과 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종업원 수도 146명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승승장구하던 ㈜신화에게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쇼핑(롯데마트)과 계약하면서다.

롯데는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돈육 판매가격 할인행사’ 등 판촉 활동을 한다는 명목으로 ㈜신화을 비롯한 다수의 업체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을 강요했다.

이에 더해 납품업자를 마트 종업원으로 일하게까지 했다. PPL 상품 개발에 필요한 자문수수료도 납품업자에게 떠넘겼다.

그 유명한 ‘삼겹살 갑질’이 융단폭격처럼 이어진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신화가 입은 손해는 109억3000만원이다.

참다 못한 ㈜신화는 2015년 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조정원에서는 롯데쇼핑의 불공정을 확인하고 48억170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 판결을 내렸다.

이 금액 또한, ㈜신화가 회생절차만은 피하기 위해 3번이나 양보한 끝에 결정된 것이다.

그럼에도 롯데는 조정 판결을 거부했다.

롯데의 ‘갑질’ 행위는 곧바로 공정위에 자동 제소됐고, 공정위는 2020년 1월 롯데의 부당행위를 인정하며 408억23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롯데는 이에 불복, 대형로펌을 선임해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고법 역시 올해 7월 공정위와 ㈜신화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는 사이, ㈜신화는 만신창이가 됐다.

지역의 건실한 중견기업에서 2016년 1월에는 파산.회생절차를 이어나가는 처지가 돼버렸다.

매출액은 180억원으로 줄었고 140명이 넘던 직원 수도 이제는 16명 뿐이다.

(주)신화의 공장 전경

▲ 롯데, 대법원에 상고…10월 5일 조정심리 시작으로 손해배상 소송 진행

롯데는 고법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은 9월 29일 주심대법관 및 재판부 배당, 30일 상고이유 등 법리검토를 개시하며 심리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신화가 지난 2017년과 2020년 롯데쇼핑을 상대로 두 차례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10월 5일 조정심리를 시작으로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민사소송 재판부는 롯데의 위법성 여부 판단을 위해 행정소송을 지켜보겠다며 재판을 미뤄왔다.

손해배상 소송이 7년간의 행정소송처럼 장기화될지는 5일 열리는 조정절차에 달렸다.

재판부가 이날 ㈜신화와 롯데측의 의견을 청취한 뒤, 임의조정결정을 내리는데 14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배상액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한 쪽이 이를 거부하면, 손해배상소송 또한 지리한 법정다툼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롯데는 조정절차에 성실히 임하라” 여론 높아져

“조정합의를 원만하게 이루는 것이 갑질 피해 기업에게 손해배상하는 것 뿐만 아니라, 롯데의 기업이미지 향상에 부합하는 일이다.”

이는 그간 롯데의 갑질에 싸워온 ㈜신화의 편에 섰던 이수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동작구을)이 지난 29일 발표한 성명서의 일부다.

사실 롯데가 2015년에 있었던 공정거래조정원의 조정을 수용했다면, 408억원의 과징금 대신 48억원의 조정금액으로 끝낼 일이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사태로 커진 것이다.

롯데가 조금만이라도 납품업체의 입장을 고려했더라면, ㈜신화의 고통과 아픔은 크지 않았을 것이고 ‘대기업 갑질횡포’도 빈번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윤형철 대표의 생각이다.

윤 대표는 “롯데가 ESG 경영을 선포한 만큼,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경영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그동안 각종 소송으로 인한 회사의 고통과 아픔은 이루 표현할 수 없는 만큼, 롯데는 손해배상 조정에 적극 임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신화가 작지만 나름대로의 ‘신화’를 이뤄낸 것은 회사를 위해 헌신해준 ‘작은 영웅’ 임직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롯데와의 싸움으로 지칠대로 지친 이들을 위해서라도 10월 5일이 긴 터널에서 희망의 불빛을 보는 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완주=호남취재본부 김한호 기자 stonepeak@asiae.co.kr

호남취재본부 김태인 기자 kti145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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