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43% '건강정보 이해력' 낮아.. 확증편향 경계를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021. 9. 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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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이 '취약 집단', 건강 정보 나누며 의견 교환해야

신종 감염병과 함께 살아가는 요즘, 건강 정보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기다. 최근엔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건강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이를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은 퇴화하고 있다. 건강 정보의 '범람'이 오히려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해석을 방해하고 있는 것. 코로나19 대유행이 부른 가짜뉴스 등 혼란도 이를 가중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 43%는 '헬스리터러시'가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건강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됐지만, 국민의 헬스리터러시는 높지 않은 수준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국민 43%, 건강정보 접근·이해·활용 수준 낮다

헬스리터러시(건강정보이해력)는 건강 정보에 단순 접근하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판별하고 자신에게 알맞게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9~69세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체의 43.3%가 부족한 수준의 헬스리터러시를 갖고 있었다. 국민 3명 중 1명(29.1%)만이 적정 수준의 헬스리터러시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측은 "상당수의 국민들이 건강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각종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떠돌던 것도 많은 사람의 헬스리터러시 수준이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보 전염병(infordemic, 인포데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전염병에 관한 가짜뉴스와 잘못된 정보들이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확산해 혼란을 초래하는 현상을 말한다. 건강, 의학에 관한 가짜뉴스를 믿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정부나 의료 관계자에 대한 과도한 불신과 치료 거부로 이어질 수 있어 문제가 된다.

특히 앞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 40~59세 중장년층의 헬스리터러시 점수가 60~69세 고령층과 19~39세 청년층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60세 이상 고령층이 되면 건강에 관한 관심과 건강 관리를 하려는 노력이 커진다"며 "젊은 청년층의 경우 디지털 접근성과 활용 능력이 중장년층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있는 중장년층이 '헬스리터러시 취약 집단'이라는 것. 헬스리터러시 격차는 건강 격차로도 이어질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한 때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쉽게 건강 정보를 습득할 수 있음에도 국민의 헬스리터러시 수준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히려 대량의 정보가 공급되면서, 그중 자신에게 적합한 정보를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졌다고 말한다. 동의대학교 의료경영학과 박일수 교수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정보의 내용을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 스마트폰 사용률과 헬스리터러시 간의 관계는 별개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헬스리터러시 격차는 단순 정보 격차를 넘어 건강 격차로도 이어질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특정 정보 '맹신' 피하고 의견 교환하며 소통해야

헬스리터러시를 강화하기 위해선 직접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과,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의 노력이 모두 필요하다. 소비자는 우선 비판적 사고를 통해 '확증편향'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이나 선호 가설만을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 반드시 옳고 그름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여러 정보원으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 박일수 교수는 "건강에 관한 정보를 올바르게 해석하기 위해선 개인의 기술과 역량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다른 사람과 주위 환경들과의 상호 관계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소통해야만 주어진 정보에 대한 이해력을 견고하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전문가·미디어도 전문성 강화 필요해

정보 제공자인 전문가들 또한 정보를 생산할 때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일수 교수는 "보건의료계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물론이며, 이를 넘어 어려운 내용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쉽게 풀이하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미디어 또한 건강 정보를 흥미 위주의 내용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아닌, 정보 생성자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을 파악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으로 바꿔서 기사화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긍정적인 사례로 숫자 위주의 통계 수치를 그래픽으로 변환해 제공하는 '인포그래픽' 등을 예로 들었다.

그간 해외에서는 헬스리터러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이어져 왔으나, 국내에선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헬스리터러시를 고려한 포괄적인 정책은 없었다. 다만, 2021년부터 시행된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30의 중점과제에 '건강정보이해력제'가 포함되면서 정책적 접근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헬스리터러시 증진을 위해 필요한 분야별 노력을 다음 <표>와 같이 정리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제시한 분야별 헬스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실행 전략./표=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일수 교수는 "최근 보건의료분야의 교육이 면허나 자격증 취득에 치중되는 양상은 전공 분야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책임감 있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선 대학과 관련 기관의 전문성 강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코로나19 이후의 '뉴노멀 시대'에도 지속가능한 전문분야로 이어지기 위한 초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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