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 모두 "불평등 해소 최우선"..해법은 천차만별

조현숙 2021. 9. 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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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선거 주자 모두 불평등 해소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한층 심해진 소득과 자산 양극화, 계층 갈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내년 대선 결과를 좌우할 ‘키’라서다. 목표 지점은 같지만 후보별 해법은 제각각이다. 지지 기반을 의식한 행보다.

오후 서울 도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측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소득을 내세우고 있다. 전 국민 대상 보편기본소득과 청년기본소득이 큰 축이다. 차기 정부 임기 내에 1인당 연간 100만원씩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때인 2016년 시작한 청년배당의 전국 확장판이다. “소득 양극화 완화와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복지적 경제 정책”(7월 22일 정책 발표회)이라고 이 지사는 강조한다.

이 지사의 ‘기본’ 시리즈는 금융 정책으로도 이어진다. 전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씩 10~20년간 장기 저리로 빌려주는 기본 대출권을 공약했다. 양성평등 정책으로는 아이 돌봄 지원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정규직ㆍ비정규직, 성별 상관 없이 부모 모두가 아이 돌봄을 위해 의무적으로 쉴 수 있도록 출산 휴가, 육아 휴직 자동 등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광주·전남 합동연설회가 열린 25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득표 결과 발표 직후 이재명(왼쪽) 후보와 이낙연 후보가 엇갈려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불평등을 완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상처받은 공정을 다시 세워야 한다”(7월 5일 출마 선언)며 신복지 구상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 국민이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받도록 아동ㆍ청년부터 여성ㆍ노인까지 부문별 복지 지원을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전 국민 대상으로 한다지만 일괄적 현금 지원보다는 부문별ㆍ계층별 복지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의료 복지 대책으로는 전 국민 주치의 제도를 제시했다. 1차 의료 기관 의사가 개인별로 병력ㆍ생활 등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정책이다. 청년 대상으로는 1인 가구 전용 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권 보장에 중점을 뒀다. 저출생 대책으로는 만 5세까지 월 100만원 양육비 지원 등 돌봄 확대를 앞세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와 홍준표 예비후보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에서 열린 '100분 토론' 생방송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소속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사회 불평등 문제를 전문적으로 논의할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만 15~64세 사이 3번(총 3년) 쉬는 기간을 주고 월 100만원을 정부에서 지급하는 국민안식년 제도, 국민 배당 지급 등을 공약했다. 같은 당 박용진 의원은 연 수익률 7% 국부펀드를 통한 국민 재테크, 불평등 해소를 연구할 국책연구기관 설립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 예비 후보들의 불평등 해소 공약은 민주당 쪽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취약 계층을 타깃으로 한 선택적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세금을 걷어서 나눠줄 거면 일반적으로 안 걷는 게 제일 좋다”(7월 14일 중앙일보 인터뷰)며 보편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윤 전 총장은 노인 빈곤 ‘0’를 목표로 저소득 고령층을 두텁게 지원하는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청년 대책도 일괄 현금 지급이 아닌 맞춤형 지원이다. 19~34세 청년에게 취업 교육ㆍ훈련, 창업 등 지원 서비스를 해주고 관련 교육ㆍ훈련ㆍ활동비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심해진 소득 양극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청년ㆍ노인 수당 확대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다. 연금ㆍ수당 지원 방식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양성평등 관련해선 여성가족부 폐지ㆍ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양성평등 관련 인력과 예산 지원도 줄이겠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신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아 각 부처가 관련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또 이 지사의 기본소득 대척점에 서 있는 공정소득, 공정복지를 슬로건으로 제시했다. 전 국민재난지원금 같은 보편 지급이 아닌 소상공인 손실 보상 등 사회적 안전망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여전한 청년 실업난과 양성 고용 격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민의힘 측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손실 보상법 설계, 공정 경쟁이 가능한 시스템 마련에 힘을 실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 인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청년수당 지급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청년을 위한 사회적 기반 조성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렇게 불평등 해소란 같은 목표를 두고 대선 주자는 제각각의 공약을 내걸고 경쟁에 돌입했다. 공통점도 있다. 대부분 나랏돈을 쏟아붓거나 기존의 복지 시스템을 큰 폭으로 수술해야 하는 내용인데도 ‘어떻게’는 빠져있다. 대규모 재원을 무슨 수로 마련할지, 제도 수술 과정에서 도리어 불거질 형평성 논란, 계층 갈등은 어떻게 해소할 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은 다들 공란에 가깝다.

가난한 노인 비율 OECD 1위.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불평등 해소는 경제 성장과 분배, 사회적 약자 지원 등 산업과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복잡한 과제”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주요 대권 주자 모두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처럼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미사여구로 포장한 아이디어 차원의 공약을 주로 내세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대선 후보라면 국민과 경제를 대상으로 실험할 생각 말고 선진국에서 검증이 됐고 경제학 이론적으로도 하자가 없는 불평등 해소 대책을 제대로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현숙기자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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