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2보]1심 패소에도 '망 무임승차', 사용료 내라..SKB, 넷플릭스에 반소

조슬기나 2021. 9. 3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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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차민영 기자] "넷플릭스가 1심 판결 이후에도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사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반소를 진행하게 됐다. 남의 망을 돈 안내고 쓰는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SK브로드밴드가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고도 국내에서 사용료 한 푼 내지 않는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공룡’ 넷플릭스 측에 지난 3년간의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망 이용대가를 두고 직접적인 반환 소송이 제기된 것은 전 세계를 통틀어 이번이 최초다. 법원의 1심 판결조차 불복한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부당이익 반환하라" SKB, 반소 제기…3년 간 망 이용대가 청구

SK브로드밴드는 30일 오전 민법의 부당이득반환 법리에 의거해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청구를 위한 반소를 제기했다. 이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6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채무 없음) 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에 패소 판결을 내린 데 따른 후속조치다.

청구 대상은 3년간의 실제 망 이용대가다. SK브로드밴드 법률 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날 서울고등법원에 반소장을 제출한 후 기자들과 만나 "청구 근거는 민법에 부당이득 반환 청구권에 해당한다"며 "쉽게 이야기해서 남의 망을 돈 안 내고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변론기일은 12월23일로 잡혔다. 부당이득 청구 금액은 통상의 재판 절차와 마찬가지로 법원이 주관하는 감정 절차를 통해 결정된다. SK브로드밴드는 우선 일부 10억원을 청구했다. 강 변호사는 "법원의 감정을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반소를 제기하는 이유로는 "넷플릭스가 항소이유서를 늦게 내겠다고 해서 계속 기다릴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자사가 구축하고 임차한 국내·국제 데이터 전송망을 기반으로 넷플릭스가 이용자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하는 이익을 얻고 있음에도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 망 이용대가에 상응하는 손실을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OTT시장을 장악한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 망에서 발생시키는 트래픽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8년 5월 50Gbps 수준에서 올해 9월 현재 1200Gbps 수준으로 약 24배 급증했다.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위해 일본과 전용회선을 연결한 2018년 6월 이후 확연히 치솟은 사실이 확인된다. 급증한 트래픽만큼 이를 관리, 유지하기 위한 SK브로드밴드 측의 손실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번 소송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항소(본소)와 같은 법원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국내 사법부의 판단도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앞서 1심에서 법원은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인터넷 망 연결이라는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넷플릭스가 이에 대한 대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고 형평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향후 법원은 보다 정확한 판결을 위해 외부에 감정평가를 의뢰할 것으로 관측된다. 각사 추천 과정에서 대학 연구소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심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던 관계 부처 법 심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강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소비자가 돈을 내는 데 왜 넷플릭스에서도 받느냐'는 이중 과금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역할은 분명히 다르다"며 "같은 인터넷망에서 두 번 돈을 받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가 일반망을 통해 고화질 영상을 전달할 경우 다른 일반 사용자들은 먹통 사태가 불가피해,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로선 '별도 전용망'을 설치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른 구축, 유지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해외엔 돈 내면서 국내선 '무임승차'…수백억 내는 국내 기업과 '역차별' 논란도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CP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2분기 일평균 트래픽 상위 10개 사업자 중 구글, 넷플릭스를 비롯한 해외 CP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8.5%에 달한다. 국내 인프라를 기반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 들이고 있지만 망 이용대가는 지불하지 않고 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는 연간 수백억 원의 망 사용료를 (ISP에) 지불하면서 안정적인 망 관리와 망 증설에 협력하고 있다"면서 "정작 폭증하는 트래픽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은 망 사용료를 외면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넷플릭스는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등 해외 ISP에는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잦은 먹통, 접속 장애에도 나 몰라라 하는 태도 역시 도마에 자주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는 작년 5~6월 보름 사이에만 무려 두 차례, 총 4시간30분가량 장애가 발생했지만 어떠한 사과 공지와 보상방안도 내놓지 않았다.

국회에서도 관련 이슈를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넷플릭스의 행보를 살펴보면 작년 6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조항이 신설되었음에도 해외 CP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김 부의장은 “다가오는 국정감사에서 해외 CP가 정당한 망 사용료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언급했다.

두 회사의 법적 공방은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갈등 중재를 신청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중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소송을 제기하며 비화했다. 당시 국내 매출만 수천 억대인 방송통신사업자가 규제 당국인 방통위의 중재조차 ‘패싱’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플랫폼 국감 앞두고 '상생' 자화자찬…"책무는 외면, 진정성 없다" 비판도

수년 간 제기돼 온 망 무임승차·조세회피 논란에 입을 꾹 닫은 넷플릭스는 최근 국회 국감을 앞두고 면피성 홍보와 자화자찬에 급급해 이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넷플릭스는 전날 ‘파트너 데이’ 미디어 행사를 열고 한국 콘텐츠 투자 등을 통해 5년간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 플랫폼 사업자를 타깃으로 한 움직임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상생과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측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 일반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하지만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와 조세회피 논란은 무시한 채 동반성장을 외치는 넷플릭스의 행보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콘텐츠 생태계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네트워크 생태계와 조세 의무 등은 외면하고 있지 않느냐. 수년간 국회에서 지적해 온 책무는 외면한 채 상생과 동반성장을 자랑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의 판권, 지식재산권(IP) 등을 차지하며 한국이 콘텐츠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넷플릭스를 둘러싼 조세 회피 논란 역시 망 무임승차와 함께 매년 국회에서 지적돼온 이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4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작년에 낸 법인세 비용은 21억8000만원에 그쳤다.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기록한 국내 IT기업의 법인세는 158억이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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