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법썰]거액 상속녀 행세에.. 10년간 72억 뜯긴 중견기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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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계신 양아버지께 145억원을 물려받는다. 통·번역 회사 매출 180억원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
반면 B씨는 법정에서 "A씨를 속이지 않았다. 5억원만을 빌려 모두 갚았고, 나머지는 A씨 회사에서 통·번역 등을 하며 용역비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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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미국에 계신 양아버지께 145억원을 물려받는다. 통·번역 회사 매출 180억원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
2010년. 국내 모 반도체 전문 중견기업 대표 A씨(남·당시 51세)와 친분을 쌓은 번역가 B씨(여·당시 27세). 그는 "생활비, 카드대금 등을 빌려달라"며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양아버지 '전모씨', 자신의 뒤를 봐주는 세계적인 통·번역 회사 운영자 '린다' 등에게서 큰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안심시키며 관련 증명 서류들을 보여줬다.
그렇게 B씨가 10년간 A씨에게서 빌린 돈은 총 72억원. A씨는 '언젠간 갚을 것'이란 믿음에 지인들에게 빚을 져가며 B씨에게 빌려줄 돈을 마련했고, 본인은 재산 대부분을 잃었다.
문제는 B씨의 말이 모두 가짜였단 것이다. B씨는 2억원의 채무가 있었고, 100만원가량의 월수입도 고정적이지 않았다. 양아버지와 린다는 허구의 인물이었고, 보여준 서류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외제차 37대를 사들이는 데 50억여원을 썼고, 차량을 다시 팔아 얻은 33억원도 생활비나 화장품, 지인들에 대한 대여금 등으로 모두 탕진했다.
하지만 A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상속세를 선납해야한다"(2014), "회사 매출금 180억원이 입금된 계좌를 열려면 돈이 필요하다"(2017), "미국 사채업자 P씨에게 100억원을 대출받아 빌린 돈을 변제하겠다"(2019)는 B씨의 말을 번번이 믿고 계속 돈을 빌려줬다. 물론 180억원 매출금도 P씨도 모두 가짜였다.
결국 A씨 측은 B씨를 고소했고, 재판 과정에서 엄벌을 탄원했다. 반면 B씨는 법정에서 "A씨를 속이지 않았다. 5억원만을 빌려 모두 갚았고, 나머지는 A씨 회사에서 통·번역 등을 하며 용역비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번역 결과물 등은 모두 삭제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재판장 김창형 부장판사는 최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사기) 및 사문서위조·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65억원 상당을 통·번역비로 받았다는 셈인데, 추상적이고 단편적 진술만 할 뿐 세부 작업 내용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하고 있다"며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피해자도 앞뒤 정황을 면밀히 확인하지 않은 채 만연히 피고인의 말을 믿고 거액을 지급함으로써 피해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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