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그 끝은 다시 현실

임상균 2021. 9.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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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균 칼럼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 영화 속 가상세계
냉혹한 현실서 좌절하는 청년들의 안식처
거대 자본도 이겨내지만 "따뜻한 밥을 주는 곳은 현실"
추석 연휴 동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이라는 영화를 봤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메타버스가 뭔지 이해를 못해 괴로워하니 주변에서 권해준 영화였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2045년 아무런 희망 없이 살고 있는 청년들은 가상현실에 빠져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중 최고로 유명한 가상현실이 ‘오아시스(OASIS)’고, 제작자인 천재 게임 개발자 ‘제임스 할리데이(마크 라이런스)’는 오아시스를 이어받을 후계자를 뽑기 위한 죽음의 레이스를 개최한다. 할리데이가 제안한 3개의 게임에서 3개의 열쇠를 확보한 사람이 후계자로 낙점이 되는데, 선량한 청년인 웨이드 와츠(타이 쉐리던)라는 주인공과 거대 기업인 IOI가 경쟁을 벌인다.

오아시스는 지금의 용어를 적용하면 메타버스다. 영화 속 오아시스를 즐기려는 사람들 심리는 메타버스가 왜 새로운 세계로 부상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와츠는 막막한 현실의 도피처로 오아시스를 찾는다. 그는 시궁창 같은 컨테이너 박스촌에서 이모에게 얹혀살고 있다. 이모 옆에는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가 한 명 있다. 미래를 그려볼 수 없는 삶의 표본이다.

하지만 오아시스로 들어가면 잘생기고, 현명하며 능력 있는 청년 ‘파시발’이 된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채워주는 안식처다. 더구나 오아시스에서는 대다수 청년을 좌절시켜온 현실세계의 경쟁 논리가 완전히 달라진다.

열쇠를 확보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온갖 난관과 괴물을 뚫고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카레이스다. 모두들 먼저 도착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파시발은 후진 기어를 넣고 뒤로 달려서 목적지에 거꾸로 도착해 1등이 된다. “경쟁은 있지만 꼭 앞으로 달려가야 할 필요는 없다”는 제작자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후진으로 달려가는 주인공 머리 위에서는 1등으로 먼저 가려던 경쟁자들이 괴물에 먹히거나 끊어진 다리 위에서 추락하는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세 번째 관문에서는 ‘어드벤처’라는 게임으로 경쟁을 한다. 그런데 이기는 자는 모두 수렁에 빠지는 패배자가 된다. 게임에서 이긴다고 열쇠를 받는 게 아니었다. “이기는 게 아니라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들려온다.

메타버스가 주는 통쾌함이다. ‘승자독식’의 정글 속에서 지치고 도태된 청년들에게 메타버스는 너무나도 매혹적인 세상이다.

여기서도 거대 자본은 ‘악’이다. IOI라는 기업은 탐욕이 넘치지만 어딘가 멍청한 악당이다. 이 대목에서 살짝 지금의 메타버스와 괴리감이 생긴다. 기술이든 서비스 영역이든 대다수 기업들이 메타버스라는 신산업에 발을 담그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거대 자본이 기가 막히게 만들어놓은 상업적 가상세계에서 개인은 현실에서 채우지 못한 만족감과 행복을 얻어 간다.

영화는 마지막에 청년들에게 강한 경고를 남겨놓는다. 3개의 열쇠를 확보한 주인공에게 오아시스의 소유권을 넘기면서 할리데이가 던진 말이다.

“현실은 무섭고 고통스러운 곳인 동시에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야. 왜냐면 현실은 진짜니까.”

[주간국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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