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프랜차이즈' 통계조차 없는 공정위

노승욱 2021. 9. 3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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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예비 창업자 김 모 씨는 최근 프랜차이즈 창업을 위해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정보공개서를 찾아 보고 깜짝 놀랐다. 매출, 이익, 가맹점 수, 폐점률 등이 기재된 정보공개서가 2019년 말 기준으로 작성돼, 코로나19 사태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던 것. 김 씨는 “ ‘역정보’만 담긴 이런 정보공개서는 차라리 안 보는 게 낫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 정책은 통계로 시작해서 통계로 끝난다. 현상 진단과 정책 수립, 사후 평가를 위해 시의성 있는 통계는 필수다. 그런데 국내 자영업 시장은 ‘통계 사각지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소상공인 실태조사는 2000년대 중반에서야 시작됐다. 이전 자영업 관련 통계는 중기부 공무원도 모른다. 프랜차이즈 통계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것은 작성된 게 없다. 정보공개서 작성이 너무 늦다는 지적에 공정위는 2년 전 수도권 지자체에 등록 업무를 분산했다. 그러나 그뿐, 데드라인(마감 기한)을 당기지 않으니 상황은 나아진 게 없다.

미국과 일본은 다르다. 일단 상장한 프랜차이즈가 많아 영업 현황이 분기별로 업데이트된다. 편의점협회는 매출, 점포 수, 내점객 수, 객단가까지 매달 집계해 발표한다. 정보공개서(FDD)에 점주 리스트 기재도 의무화돼 있다. 이를 근거로 민간 기관에서 프랜차이즈 다점포율 통계를 수시로 발표한다. 덕분에 예비 창업자는 코로나19 사태에 어느 프랜차이즈가 선방했고 무너졌는지 쉽게 알 수 있다.

통계 격차는 결국 산업 경쟁력 격차로 이어진다. 사모펀드 같은 대형 자본의 투자 유치가 지연되고, 역정보에 속은 자영업자의 폐업과 가계부채는 늘어나게 된다. 정책에 대한 학계와 언론의 연구나 평가도 어려워진다.

OECD는 코로나19 사태 직후 주요 통계를 긴급 작성해 회원국에 공유했다. 공정위는 폐점률만이라도 긴급 작성, 예비 창업자가 부실 프랜차이즈를 가려내도록 해야 한다. 부실한 통계를 반기는 것은 부실한 기업뿐이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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