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결한 기사처럼, 품위를 가진 어른이 돼라
진정한 ‘어른’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대다. MZ세대 부각과 함께 언제부터인가 어른을 상징하는 태도들은 없어져야 할 구태로 의미가 바뀌었다. 경험으로부터 나온 지혜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로 비하되며 쉰내 나는 잔소리로 치부되고, 어른이라는 말은 꼰대와 같은 말이 됐다.
‘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저널리스트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는 ‘어른’이라는 삶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고고하면서도 상냥한 어른의 모습을 되찾고자 기사도라는 전통적 개념을 복원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부드러운 갑주와 단단한 내면을 가진 어른이라는 존재가 오늘날 중요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책이 지적하는 현대인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대 사회가 개인을 과도하게 찬양하는 한편 한 사회의 기준이 되는 보편적 가치와 그것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질서를 부정함으로써 상대주의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삶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들을 일종의 병리로 매도하는 이른바 ‘쿨함’과 ‘병맛’에 대한 유행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저자가 주목한 덕목은 이미 오래전 낡은 것으로 치부된 기사도다. 여기서 기사도란 전근대적 계급 의식으로서가 아니라 현대인이 잃어버린 깊고 넓은 어른의 멋을 가리킨다. 저자가 기사도에 주목한 까닭은 그것이 오늘날 서구 문화에서 설정한 이상적 태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있는 힘껏 시련을 통과함으로써 스스로를 증명했던 강인한 고대인과, 약자와 소수자에 주목하는 자기희생적 인간을 결합한 기사도가 삶에 대한 진지함을 잃어버린 오늘날 복원해야 하는 가치라고 주장한다. 27가지로 정리된 기사도 덕목을 하나하나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과소평가하고 있던 전통적 가치를 일깨우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해 진정한 어른의 품격과 여유를 되찾을 것을 권유한다.
[류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