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명물 '미스터리 서점'..정작 주인은 셋집 사는 이유

책 6만권을 소장하려면 얼마나 큰 집이 필요할까.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네 서점 주인 오토 펜즐러(79)의 집은 어릴 때부터 꿈꿨던 ‘드림 하우스’다. 펜즐러가 창업한 ‘미스터리 서점’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미스터리 서적 전문 서점으로 뉴욕의 명물로 꼽힌다. 90년대 대형서점에 밀려 위기를 겪었지만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용 단편 증정 이벤트로 유명해졌다. 펜즐러가 유명 작가들에게 자신의 서점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단편을 써달라고 부탁해 나온 작품들이다. 이 단편들을 모은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국내에도 출간됐다.
“어릴 적 잡지서 본 꿈의 집”

아내와 또다시 1년을 찾아 헤매던 어느 주말, 코네티컷주 샤론에 사는 친구 집에서 신문을 보다가 켄트 지역의 한 매물을 발견했다. 켄트라는 마을이 어딘지도 몰랐던 그는 집을 보러 가는 길부터 켄트의 매력에 빠졌다. 집을 보고선 들어가기도 전부터 운명을 직감했다. 어릴 적 가장 친한 친구 테드 크벨과 함께 잡지를 보다가 발견했던, “언젠간 저 집에서 살겠다”고 했던 집과 너무 비슷했다. 그렇게 3만2374㎡(약 9800평)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계약 후 펜즐러는 건축가가 된 친구 크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잡지 속 집을 마음에 품은 지 30년 만에 “이제 진짜로 집을 지을 준비가 됐다”는 그에게 “돌로 만든 그 튜더(화려한 후기 고딕 양식)?”라고 되물은 친구는 역시 그의 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1990년 시작한 163평짜리 집 공사는 재정 문제로 12년 넘게 진행됐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교의 보들리언 도서관을 모델로 한 서재는 애서가의 판타지를 구현한 완벽한 공간이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2층으로 이뤄진 서가, 5m짜리 책상을 갖췄다.
공들여 지은 서가 텅 빈 이유


당시 서가를 제작하려고 사들인 마호가니(적갈색 목재)만 2.5톤에 달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반의 꽤 많은 곳이 비어있다. 3년 전 보유하고 있던 책들을 경매에 내놨기 때문이다. 이제 그의 서가에 남은 책은 그가 편집한 문집이나 희귀 소설이다. 가족이나 친척이 없는 펜즐러는 “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내가 가진 책들이 그 가치를 알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넘어가는 건 원치 않는다”며 “책은 반세기 이상 함께 한 내 인생의 일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홀로 살기에 이 집이 너무 큰 것도 사실이다. 펜즐러는 7년 전 세 번째 아내와 이혼했다. 그는 “혼자 살다 보니 집이 이렇게 크지 않았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집에서 함께 지냈던) 아내가 그립고, 그래서 (이 집에서) 가슴 아픈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집은 그에게 집 이상의 의미를 가진 곳이다. 주말마다 뉴욕 웨스트빌리지의 방 두 칸짜리 셋집을 벗어나 켄트 집을 온다는 그는 “고향에 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올 상반기만 115억 번 손흥민…수퍼카 수집도 '월드클래스' | 중앙일보
- "나랑 원한 있나" "니XX"...피자 별점 1개뒤 이런 문자 오갔다 | 중앙일보
- "대통령님, 국민 22명 죽음 앞에서 BTS와 춤을 춰야했습니까" | 중앙일보
- 울릉도 허름한 모텔방은 옛말…이틀밤 2000만원 초호화 숙소 | 중앙일보
- "반죽에 노란 녹물, 그리고 곰팡이…" 충격의 던킨도너츠 공장 | 중앙일보
- 집에 압수수색 들이닥치자...유동규, 창밖으로 폰 던졌다 | 중앙일보
- "결혼, 감옥 될 수 없다" 불륜도 OK...윌스미스 부부가 사는 법 | 중앙일보
- 3일 굶은 가족 위해 빵 훔친 소년…탈레반, 기둥에 묶고 매질 | 중앙일보
- [단독] '이재명 TV토론 무죄' 권순일, 5년 전 익산시장엔 유죄 | 중앙일보
- [단독]화천대유에 3214억 빚보증…성남의뜰 수상한 거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