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91) 절의가(絶義歌)

2021. 9. 3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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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절의가(絶義歌)
유응부 (?∼1456)

간밤에 부던 바람 눈 서리 치단 말가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 가노매라
하물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엇하리오

- 병와가곡집

비상식이 판치는 세상

수양대군이 정인지·한명회 등과 결탁하여 김종서·황보인을 비롯한 중신을 학살하고 단종을 폐위시켰다. 키가 크고 얼굴이 엄숙했으며 용감하고 활을 잘 쏘아 세종과 문종의 사랑을 받았던 무신 유응부(兪應孚)가 계유정난(癸酉靖難)을 보고 읊은 시조다. 간밤에 불던 바람에 눈 서리가 몰아쳐 낙락장송이 다 기울어져 가는데 못다 핀 꽃이야 일러 무엇하겠느냐는 비분강개의 시다.

효성이 지극해 집이 가난했으나 어머니를 봉양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벼슬이 재상급(宰相級)인 종2품 관직에 있으면서도 거적자리로 방문을 가렸고 고기 반찬 없는 밥을 먹었다. 때로는 양식이 떨어지기도 해 처자가 이를 원망했다. 그가 죽던 날 아내가 길가는 사람에게 “살아서 남에게 의지함이 없었는데 이런 큰 화를 입었구나”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세조 2년, 창덕궁에서 명나라 사신을 초청해 연회를 열 때 왕을 시해하고 단종을 복위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성삼문 등이 미루자고 해 실패에 이르렀다. 남효온의 육신전에는 달궈진 쇠로 몸을 지지는 데도 얼굴빛이 변하지 않고 쇠가 식었으니 다시 달구어오라고 호통하는 등의 일화가 기록돼 있다. 비상식이 판치는 세상, 더욱 그리워지는 옛 어른의 몸가짐과 충절의 정신이다. 그런 전통이 나라를 이어왔는데….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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