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장동 수사 대충 하면 특검 갈 수밖에 없다

2021. 9. 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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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지난 29일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에 연루된 화천대유와 그 자회사들을 압수수색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천화동인 4호 사무실(현 엔에스제이홀딩스)에 취재진들이 모여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 공분 … 뒤늦은 검찰 압수수색 만시지탄


대선 일정 핑계로 적당히 마무리해선 안 돼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어제 민간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와 그 자회사인 천화동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공영·민자 합작 개발을 통해 수천억원대 이득을 챙긴 경제지 법조기자 출신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회장과 최대 동업자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를 겨냥한 것이다. 검찰은 공공부문 책임자로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분 방식 등을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핵심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출국금지했다.

검찰의 강제 수사 착수는 만시지탄이다. 곪을 대로 곪아 썩은 냄새가 진동할 때가 돼서야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언론의 의혹 제기와 여야와 진보·보수 시민단체들의 고소·고발이 폭주함에도 머뭇거렸다. 경찰은 더 한심했다. 지난 4월부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수상한 자금 흐름 통보를 받고도 소극적으로 일관해 늑장 수사 비난에 휩싸였다. 최근 김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한 뒤 돌려보낸 것은 여론에 떠밀려 수사하는 시늉만 낸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렀다. 경찰도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대장동 사건은 토건 세력이 얻은 수익의 규모가 막대해 ‘제2의 수서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새로운 의혹들이 날마다 고구마 줄기처럼 터져나와 국민의 공분을 키웠다.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원 퇴직금 수령 등에 이어 어제는 천화동인 실소유주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으로 2019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신사동과 부산시 기장군 등에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천화동인 3~5호와 7호 소유주들이 74억~300억원짜리 건물을 산 것이다. 대장동 ‘잭팟’을 터뜨려 번 돈을 ‘빌딩 쇼핑’에 재투자했다는 소식은 현 정부가 주관한 ‘부동산 오징어 게임’에 질린 서민들의 마음에 다시 한번 소금을 뿌렸다.

검찰과 경찰이 전담수사팀을 꾸렸지만 지켜보는 눈길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검찰의 경우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오수 검찰총장 라인의 친정부 검사들에게 수사의 키를 쥐어줬기에 결과에 대한 불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검찰은 대선 일정을 핑계로 적당한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려 해선 안 된다. 특정 후보를 편든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수사에 정치가 개입하면 동티가 난다. 대장동 사건은 전 국민이 고통스러워 하는 부동산을 건드린 것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파장이 크다. 어영부영 수사하면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종국적으로 특검에 안 갈 수가 없다”고 한 건 허튼 말이 아닐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조직의 명예를 걸고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해 신속히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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