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줄도 안 매주고.. 또 20대 외벽청소 노동자 추락사

이형민,신용일 2021. 9.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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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 외벽 청소 중 추락사한 20대 일용직 노동자 사고는 '구명 밧줄을 구비하라'는 지적을 이행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드러났다.

한국안전보건공단 인천본부 관계자는 "건물 외벽 청소나 도색 작업 현장은 공단에서 의무적으로 작업신고서를 제출받는 업장이 아니지만, 최근 로프 노동자 사고가 많이 발생해 지난 24일 현장점검에 나갔던 것"이라며 "구명 밧줄 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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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2개 내리면 비숙련 투입 어려워.. 업계 안전불감 탓 한달새 2명 참변


지난 27일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아파트 외벽 청소 중 추락사한 20대 일용직 노동자 사고는 ‘구명 밧줄을 구비하라’는 지적을 이행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드러났다. 지난 9일 서울 구로구에서 20대 청년이 비슷한 사고를 당했음에도 안전 문제를 소홀히 다뤄 빚어진 참사였다.

2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송도 사고 피해자 A씨(29)를 고용한 청소업체는 사고 사흘 전 한국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 장비(보조용 구명 밧줄)를 구비하라”는 지적을 받고도 이를 시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A씨는 구명 밧줄 없이 작업용 밧줄 하나에만 의지해 유리창을 닦다 15층 높이에서 40m 아래로 추락했다. 사건을 조사 중인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차 조사결과 작업용 밧줄이 마모돼 끊어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현장에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구명 밧줄이 처음부터 없었다.

한국안전보건공단 인천본부 관계자는 “건물 외벽 청소나 도색 작업 현장은 공단에서 의무적으로 작업신고서를 제출받는 업장이 아니지만, 최근 로프 노동자 사고가 많이 발생해 지난 24일 현장점검에 나갔던 것”이라며 “구명 밧줄 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시정조치가 이뤄졌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아슬아슬한 외줄에 생명을 맡기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대 및 구명 밧줄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국산업로프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작업용 밧줄과 구명 밧줄을 모두 내리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하니 ‘그냥 한 줄만 내리고 작업을 하라’고 압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며 “작업용 밧줄 하나에 연결된 달비계(간이의자)에 앉아 외벽 작업을 하는 방식은 관련 경력이 전무한 이들도 30분이면 배울 수 있는 간편한 작업 방식”이라고 말했다.

A씨는 어린 자녀 1명이 있는 가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 일당 30만원을 받고 외벽 청소 작업에 투입됐다. 한 달가량 이어진 해당 아파트 외벽 청소 마지막 날이었다.

구명 밧줄까지 두 개의 줄을 내리면 수평·수직 작업을 동시에 해야 하는 작업자들에게 로프 작동법까지 교육해야 한다. 두 줄보다 외줄이 작업하기 쉽기 때문에 숙련되지 않은 사람도 바로 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구로 추락사 피해자 B씨(23)는 로프 노동 경력이 거의 없는 초보자로 군 입대 전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희택 경실련 시민안전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줄을 타고 건물 외벽을 청소하는 일은 사실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이라며 “구로 사고를 낸 업체는 20대 아르바이트 노동자도 관련 경험 없이 즉각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한 줄 방식으로 일을 시키다 추락 사고를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로 사고 현장에서는 구명 밧줄을 건물 옥상에 두긴 했지만 이를 근로자 몸에 연결하지 않았다.

다만 송도 사고는 현장 관계자들이 경찰 조사에서 A씨가 7년 로프 경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로프 경력 중 외벽 청소 경력이 몇 년인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민 신용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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