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사 제값 받기' 전략..합치고 쪼개고 "4년 내 시총 140조"

명순영 2021. 9. 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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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조2435억원.

지난 9월 17일 기준, SK그룹 지주사인 ‘SK㈜’ 주가다. 이 시가총액이 4년 내 7배로 불어날 수 있을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이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는 지난 3월 ‘2025년 140조원’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청사진도 뚜렷하다. ‘첨단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등 4대 핵심 사업을 키우고 현재 주력 사업인 반도체, 통신, 에너지 등과 짜임새 있게 묶어 지주사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최태원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28.5% 지분을 보유한 SK 지주사를 통해 그룹을 지배한다.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어느 그룹 못지않게 깔끔하다. 그러나 지주회사 몸값(시가총액)에 관해서는 최 회장 불만이 없지 않았다. 계열사 실적이 좋고 기업가치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지주사가 제값을 받지 못한다고 여겨왔다. 이 때문에 그룹은 지주사 특유의 ‘디스카운트(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계속 공을 들여왔다. 올해 초 최 회장이 직접 제시한 ‘파이낸셜스토리’는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월 26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1’ 퀴즈 이벤트에서 구성원들과 퀴즈를 풀고 있다. <SK 제공>

▶SK·SK머티리얼즈 합병

▷알짜 계열사 효과 반영 첫걸음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면 직접 사업 역량을 키우거나 자회사 몸값을 높여야 한다. 주력 계열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SK와 SK머티리얼즈 합병이 ‘지주사 SK 제값 받기 프로젝트’ 첫걸음으로 여겨진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소재 부문의 삼성전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탄탄한 회사다. 반도체 가스가 주력으로 2차 전지 사업까지 진출했다. 2018년 6800억원대 매출에서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려 올해 처음으로 ‘1조 클럽’에 가입할 전망이다. 시총은 4조4400억원에 달한다.

SK는 지난 8월 20일 이사회에서 SK머티리얼즈와의 합병을 결정했다. SK머티리얼즈가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지주 부문인 존속법인과 SK가 합병한다. 합병 기일은 12월 1일로 이후 SK는 SK머티리얼즈(사업 부문) 지분을 100% 확보하게 된다.

합병에 대한 증권가 반응은 호의적이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SK와 SK머티리얼즈가 합병하면 그룹 내 첨단소재 부문 사업 주체가 일원화돼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며 “SK의 검증된 글로벌 투자 역량과 투자 재원을 활용해 추가적인 첨단소재 부문 인수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SK는 지난 3월 첨단소재 부문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올해 1조1000억원에서 2025년 2조7000억원까지 늘려 글로벌 1위 반도체 종합소재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며 “SK는 이번 합병으로 2025년 시가총액 140조원의 목표 달성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지주사 가치를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비상장 주력 자회사 상장이다. SK는 지난해 7월 SK바이오팜 상장으로 그룹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경험을 갖고 있다. 신성장동력으로 성장할 만한 비상장 계열사로 SK E&S, SK실트론 등이 꼽힌다. 두 회사 주력 사업은 수소 모빌리티, 반도체 소재와 관련 깊다. SK는 향후 2025년에 맞춰 수소 사업 밸류체인 구축에만 18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룹 차원에서 수소 경제 활성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SK E&S 상장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 공급사 SK실트론 역시 증시 상장 기대감이 큰 계열사로 꼽힌다.

▶손자회사로 제약 많은 하이닉스

▷SK스퀘어 통해 자회사 편입 기대

계열사 중 손자회사가 잘나간다면, 손자회사를 자회사로 끌어올려야 지주사 가치가 뛴다. 손자회사가 자회사가 되면 M&A에서도 보다 유연한 전략을 펼칠 수 있다. 관련해 지주사가 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SK하이닉스를 언제 자회사로 품느냐도 관심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증권가는 ‘SK 자회사 상장, 합병 → SK 지주사와 SK스퀘어 시총 차이 벌리기 → SK스퀘어 합병으로 SK하이닉스 자회사화’ 순을 예상한다.

SK하이닉스 모회사는 SK텔레콤이다. 그간 SK는 자회사인 SK텔레콤을 통해 SK하이닉스를 간접 지배해왔다. 한 다리 걸쳐 지주사가 SK하이닉스를 지배하는 형태다 보니, 반도체 호황에 따른 실적 향상 효과를 지주사가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SK가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해야 하는 이유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액션’도 진행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11월부터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해 출범 예정인 ‘SK스퀘어’ 자회사로 구분된다. SK텔레콤은 기존 유무선 통신 사업을 발판으로 삼아 AI(인공지능), 구독형 마케팅, 데이터센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 신설되는 SK스퀘어는 SK하이닉스를 편입하고 11번가, 티맵모빌리티 사업을 맡는다. 이렇게 하면 SK스퀘어가 독자적으로 사업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지주사 SK가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게 된다.

현재 SK스퀘어 가치는 26조원으로 평가받는다. SK하이닉스 지분(20%) 순자산가치 19조원, 플랫폼 기업가치 7조원 등이다. 그룹은 2025년까지 순자산가치를 75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 40조원, 플랫폼 기업 25조원, 신규 투자를 통해 창출하려는 가치 10조원 등이다.

분할 직전인 SK스퀘어 시총 가치는 8조6000억원으로 평가받는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11월 상장 직후 SK스퀘어 시가총액이 15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친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SK스퀘어는 온라인 쇼핑,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모빌리티 서비스, 메타버스까지 섭렵하는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SK스퀘어의 적정 시가총액은 15조5000억원으로, 분할 전 기업가치 대비 80%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전망했다. SK그룹은 SK스퀘어를 통해 특성이 다른 사업이 모이며 생기는 경영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지주사 저평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

SK와 SK스퀘어 합병은 4년 뒤로 예측된다.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린 뒤 ‘2025년 140조원’ 시총 목표에 맞춰 합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흡수하면 최 회장 지분가치가 크게 희석될 수 있다는 점도 합병 시점이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현재 두 회사 가치대로 합병한다면 최 회장의 SK 보통주 지분율은 18%대에서 12%대로 떨어진다. SK 시총이 높고 SK스퀘어 시총이 낮을수록 최 회장에게는 더 유리하기 때문에 SK 가치를 높인 뒤 SK스퀘어 흡수에 나설 듯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서 변수도 있다.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그 가운데 하나다. 2019년 12월부터 오랜 시간 이어져온 만큼, 2025년이면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노 관장은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8.4%의 42.29%를 분할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전체 상장 주식 중 7.8%로, 1조5000억원 규모다. 노 관장이 승소한다면 최 회장 지분은 10.6%로 떨어진다. 반면 노 관장 지분율은 기존 보유 주식(0.01%)에 더해 7.81%로 높아진다. 그룹 경영권이 휘청일 가능성은 낮지만 적잖이 영향 받을 수 있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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