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시장 화제 BBQ '청년스마일 프로젝트'..8000만원짜리 가게를 2030에 '무료'로

나건웅 2021. 9. 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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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브랜드 BBQ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무색할 정도로 최근 분위기가 좋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해 BBQ는 역대 최고 매출인 3400억원을 기록했다. 가맹점은 2020년 1600개에서 지난 8월 기준 1800여개까지 늘었다. 장사가 잘되니 기존 점주들의 추가 출점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청년스마일 프로젝트’는 BBQ가 2030 청년에게 매장을 무료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진은 청년 점포 1호점의 주인공 강태구 씨(사진 왼쪽)와 김수진 씨 모습. <최영재 기자>

▶BBQ의 새로운 실험 ‘청년 점포’

▷ESG 경영 일환…관심 뜨거워

승승장구 배경에는 BBQ가 그간 진행해온 다양한 ‘실험’이 자리한다. 배달 전문 매장,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진출 등 여타 치킨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최근 BBQ는 또 다른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 7월 시작한 ‘청년스마일 프로젝트’다. 2030 청년에게 초기 창업비 8000만원에 달하는 BBQ 배달 전문 매장을 무료로 열어주고 ‘사장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청년 지원 사업이다. 청년들은 창업 비용 없이 가게를 운영할 수 있고 BBQ는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ESG 경영에도 나설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다.

청년스마일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7월 한 달 동안 3500여팀, 총 7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프로젝트에 응모했고 심사를 거쳐 최종 200팀이 프로젝트 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9월 1일에는 청년 점포 1호점이 오픈했다. 서울 방화동에 위치한 ‘BBQ치킨 방화점’ 점주인 강태구 씨(28), 김수진 씨(23)가 주인공이다. 그들을 직접 만나 BBQ 청년스마일 프로젝트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청년스마일 프로젝트 최종 선정 200팀은 BBQ 치킨대학에서 일주일 동안 합숙 교육을 받는다. <BBQ 제공>

▶청년 점포 1호 주인공은 예비부부

▷“창업 기회조차 못 갖는 2030 많아”

지난 9월 15일 낮 12시 BBQ치킨 방화점을 찾았다. ‘BBQ 청년스마일 프로젝트’라고 적힌 간판이 입구 앞에 붙어 있다. 8평 남짓한 매장 안에서 강태구 씨와 김수진 씨가 분주히 치킨을 튀기고 있다. ‘치킨 비성수기’인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배달을 기다리는 치킨 봉투가 3개나 올려져 있다. 그들이 치킨을 조리하는 사이에도 쉬지 않고 배달콜이 울려 12시 30분이 넘어서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장사를 시작한 지 2주 정도 됐는데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매일매일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돼서 너무 다행입니다. 낮 시간에도 치킨을 찾는 손님이 많아서 정신이 없어요.”

강 씨와 김 씨는 결혼을 약속한 예비부부다. 5년 전 한 고기 프랜차이즈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난 둘은 BBQ 청년스마일 프로젝트 응모가 뜨자마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을 결정했다고 했다.

“5년 넘게 자영업 시장을 경험하면서 언제고 내 가게를 내야겠다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할 자금이 없어 고민하던 차였죠. 결혼도 해야 했고요. 그런 상황에서 공짜로 매장을 내주겠다는데 무조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7000여명 지원…최종 200팀 선정

조리·세무·위생…일주일 합숙 훈련

지원자가 3500여팀이었지만 최종 합격은 200팀에 불과하다. 인공지능(AI) 역량 검사 등을 통해 지원자를 500팀으로 추렸고 심층 면접 등 최종 심사를 거쳐 200개 팀을 합격자로 선정했다. 합격자 선정 후에는 일주일간의 합숙 교육이 진행됐다. 200팀 중 1차로 선발된 26팀이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BBQ 치킨대학’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수료했다. 방화점 매장 한쪽 벽면에는 두 사람의 ‘치킨대학 수료증’ 액자가 붙어 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밥 먹는 시간과 쉬는 시간 제외하고 하루 종일, 그야말로 ‘빡세게’ 교육을 받습니다. 치킨 조리법 외에도 세무, 회계, 안전 교육, 식품위생법 등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어요. 특히 실제 BBQ치킨을 운영 중인 현직 점주님들이 들려주는 장사 노하우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치킨 장사는 아예 처음이지만 교육 덕분에 무리 없이 가게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가장 중요한 가게 입지는 지원자와 본사 논의하에 결정한다. 먼저 본사 운영팀과 영업팀이 상권 분류 시스템으로 기존 매장 매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공백지를 선정한다. 이후 지원자가 적어낸 1~3지망 상권을 기반으로 논의에 들어간다. 몇몇 후보가 추려지면 현장에서 예비 점주와 본사 직원이 상권 분석을 진행한 뒤 매장을 오픈한다.

창업 비용은 8000만원 수준이다. 사업에 필요한 운영 자금 1000만원, 초도 물량 비용이 1000만원, 나머지 6000만원은 인테리어와 시설·공사 비용이다. 기존 매장 내부 상태에 따라 6000만원보다 비용이 줄어들 수도 있다.

BBQ가 8000만원 상당의 점포를 내주는 것은 맞지만 아예 ‘공짜’라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청년 점포 점주는 36개월 동안 매월 최대 194만원가량의 ‘미래꿈 희망기금’을 본사에 내야 한다. 이렇게 적립한 기금은 다시 청년 점포를 오픈하는 데 쓰이는 등 BBQ가 진행하는 ESG 사업에 활용된다. 매달 내야 하는 기금 액수는 매출이 아닌 초기 창업 비용에 따라 결정된다. 창업 비용이 8000만원일 경우 194만원이고 비용이 그보다 적게 들어갔다면 매달 내야 하는 기금 액수도 줄어든다. ‘미래꿈희망기금’은 최대 9개월까지 유예가 가능하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BBQ의 이번 프로젝트를 놓고 ‘공짜가 아닌 무이자 할부’라는 의견을 낸다. 무료로 매장을 지원해주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실상은 매월 점주로부터 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강 씨와 김 씨의 생각은 이와 달랐다.

“아무런 초기 창업 비용 없이 제 명의로 된 매장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꿈 같은 일입니다. 누군가는 ‘무이자 할부’라고 하는데 자영업자는 무이자 대출은커녕 중금리 대출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번 프로젝트 심사에서 떨어진 3300팀을 비롯해 사업을 시작조차 못해본 2030세대가 많습니다. 제가 낸 기금이 앞으로 또 다른 청년 지원 사업에 쓰인다는 데 불만은 전혀 없어요.”

두 사람의 꿈은 ‘다점포 점주’다. 일단 현재 매장을 안정화해놓고 이후에 매장을 추가 출점한다는 계획이다.

“청년 점포 1호점에 선정될지는 몰랐는데 부담감이 큽니다. 제가 잘해야 앞으로 2호점, 나아가 200호점까지 순항할 수 있을 테니까요. 열심히 장사해서 나중에는 저도 다른 2030 창업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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