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소호몰 M&A 전문 '애그리게이터' 각광..'성장 한계' 다다른 '셀러' 인수해 점프 업

노승욱 2021. 9. 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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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소호몰을 인수하는 애그리게이터(Aggregators) 산업이 국내외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유망 셀러(seller·판매 업체)를 더 큰 셀러가 인수해 키우는 롤업(roll-up) 투자 방식이다. 자본과 경영 노하우 부족으로 성장 한계에 도달한 셀러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 자영업자에게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 단, 우리나라는 아마존 같은 독점적 플랫폼이 없어 애그리게이터의 확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온라인 소호몰을 인수해 성장시킨 뒤 점프 업하는 애그리게이터 산업이 국내외에서 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과 국내 애그리게이터 ‘스라지오(Thrasio, 좌)’와 ‘넥스트챕터(Next Chapter, 우)’의 홈페이지 화면. 유망 소호몰의 M&A를 안내하고 있다.

▶애그리게이터를 아시나요

▷스라지오, 수백 개 아마존 셀러 인수

애그리게이터 진원지는 미국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활동하는 셀러는 수백만 개에 달한다. 이 중 실적이 좋은 중상위권 셀러끼리 서로 인수·합병(M&A)하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자본 부족으로 재고를 확충하지 못해 밀려드는 주문을 다 소화 못하거나, 경영 노하우 부족으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셀러가 매물로 나오는 식이다.

이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등장한 것이 애그리게이터다. 이들은 유망 셀러를 발굴한 후 인수해 전문경영인을 투입, 지속성장하는 것이 사업 모델이다. 쉽게 말해 ‘아마존판 기업 인수형 사모펀드’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며 애그리게이터 산업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뉴욕 소재 애그리게이터 조사 업체 마켓플레이스펄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4월 이후 60개 이상 애그리게이터 업체가 60억달러(약 7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대표 기업으로는 스라지오(Thrasio), 퍼치(Perch), 파운드리(Foundry), 고자(GOJA), 액쿠코(Acquco) 등이 있다.

2018년 설립된 스라지오는 지금까지 100개 이상 아마존 브랜드를 인수, 기업가치가 수십조원에 달하는 데카콘이다. 퍼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약 9000억원을 투자받았다. 파운드리는 LA 소재 사모펀드 운용사 ‘라이트베이캐피털’ ‘모노그램캐피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억달러 자금을 유치했다. 최근 전직 교사인 리사 애벨이 운영하던 교육용 포스터 브랜드 ‘모티베이션위드아웃보더스(MWB)’를 인수했다. 애벨은 현재 파운드리에 합류해 제품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고자는 아마존에서 풋케어 제품을 판매한 러브로리를 235만달러에 품에 안았다.

▶한국에도 상륙…과연 잘될까

▷독점 플랫폼 없어 운영 난도 높아

우리나라도 최근 애그리게이터 스타트업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패스트벤처스, 끌림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한 ‘넥스트챕터’가 대표적이다. 네이버 대표를 지낸 김상헌 우아한형제들 부회장도 엔젤 투자자로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워드형 광고 플랫폼 기업 ‘버즈빌’ CSO(최고전략책임자) 출신 권오수 넥스트챕터 공동대표와 미국에서 모바일 광고 플랫폼 회사 슬라이드조이(Slidejoy)를 수백억원에 매각한 정재호 넥스트챕터 공동대표가 함께 창업했다.

권오수 공동대표는 “매각을 고려 중인 셀러들은 시장 초기에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제품을 만들어 선점 효과를 누렸지만, 후발 기업 추격에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들이 매각 후 다른 새로운 브랜드를 시작할 수 있도록 엑시트 기회를 제공하고 브랜드도 더욱 키우려 한다. 창업자들이 ‘제로 투 원(0 to 1)’을 하면, 우리는 1에서 10으로 키우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애그리게이터 산업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아마존 같은 독점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약점이다. 네이버, 쿠팡,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여러 업체가 군웅할거하는 한국 시장 구조상, 특정 플랫폼에서 잘나가는 브랜드를 인수해도 타 플랫폼으로 확장이 쉽지 않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마다 수수료 체계, 고객층, 인기 상품이 달라 애그리게이터의 규모의 경제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애그리게이터 간 경쟁 과열로 인한 인수 비용 상승도 위협 요인이다. 미국에서는 누적 판매액이 100만달러를 돌파한 브랜드가 주요 인수 대상이다. 이들은 여러 애그리게이터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몸값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액쿠코는 유망 브랜드 추천자에게 최대 1억원 상당의 테슬라 차량을 제공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셀러를 적정 가치보다 비싸게 인수한 애그리게이터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사모펀드처럼 고도의 선구안과 경영 능력이 필요한 분야다. 성공 모델이 나와 활성화된다면 ‘온라인 스몰(small) M&A’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 권오수 넥스트챕터 공동대표

창업자가 ‘제로 투 원’ 하면 우리가 키운다

Q.한국은 플랫폼이 분산돼 있어 미국과 다르다는 우려가 많다.

A 타당한 우려다. 쿠팡, 네이버 다 합쳐도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절반이 안 된다. 단, 이들 업체 성장률이 굉장히 높아 머지않아 과점화될 것으로 본다. G마켓 등 다른 플랫폼에 입점해서 운영하는 것이 그렇게 복잡한 것만도 아니다. 또한 운영이 어렵다는 것은 경쟁사도 똑같이 겪는 문제인 만큼, 먼저 시장에 진입한 우리가 경쟁 우위를 지닐 수 있다. 진입 난도가 높으면 후발 업체에는 진입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Q.선호하는 업종이 있나.

A 업종 불문이다. 생활용품, 반려동물(pet) 용품, 유아 용품, 건강기능식품, 뷰티 등 모두 인수할 수 있다. 단 패션, 가구처럼 유행에 민감하고 상품 가짓수가 너무 많으면 곤란하다. 창업자 개인에 과도하게 의존해야 하는 사업은 인수에 적절치 않다. 품질 관리가 어려운 식품도 마찬가지다.

Q.셀러의 밸류(value·기업가치)는 어떻게 매기나.

A 내부 기준이 있다. 영업이익에 일회성 비용을 더해서 조정 이익을 구한다. 통상 그 2~4배를 적용해 밸류를 측정한다. 추후 추가 매출 발생 시 보너스 수익을 분배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것은 거래별로 달라질 수 있다.

Q.경쟁이 과열되면 인수 비용은 높아질 텐데.

A 경쟁사가 늘어나기 전에 많이 선점해놓으려 한다. 우리가 좋은 인수 사례를 만들면, 셀러들도 우리를 선택할 것이다. 어느 업체가 인수했는가도 중요한 경력이 되기 때문이다.

Q.향후 계획은.

A 인재 DB를 만들어놓고, 인수 후 적정 인재를 영입하는 모양새를 지향한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고 나면, 그 회사에 맞는 경영진을 꾸리는 것과 비슷하다. 일정 수준 규모로 성장한 후에는 자체 창고도 운영해 풀필먼트 시스템을 시작할 계획이다.

[노승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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