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다점포 점주의 창업 노하우

나건웅·반진욱,문지민·장지현 2021. 9. 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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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접촉 없는 '무인 매장' 늘리고
'최신형 매장' 갖춘 브랜드 선택을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서도 점포 정리는커녕 추가 출점에 성공한 이들은 누구일까. 주요 프랜차이즈의 다점포 점주를 만나 그들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남승우 BBQ 점주는 BBQ 매장 13개에서 연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메가 프랜차이지다. <BBQ 제공>

▶13개 매장서 年 100억 매출

▷남승우 BBQ 점주

코로나19 사태가 모든 외식 업계에 재앙은 아니었다. 배달, 포장에 특화된 치킨, 피자, 패스트푸드 업종은 오히려 수혜를 누렸다.

위기를 기회로 삼은 이들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외형 확대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BBQ 매장을 한 자릿수로 운영했던 남승우 다점포 점주는 현재 13개점을 거느린 국내 대표 메가 프랜차이지가 됐다. 이들 매장에서 남 씨가 거두는 연간 매출은 약 100억원에 달한다. 일반 자영업자라기보다는 하나의 중소기업에 가깝다.

남 점주가 BBQ 다점포 운영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과거 일본에서 쌓은 경험의 영향이 컸다. 그는 일본에서 수년간 여행 사업을 하며 ‘소득 수준이 오르면 선호하는 가게 유행도 변한다’는 점을 몸소 느꼈다. 가게 하나를 오래 운영하는 것보다는 기존 가게 운영 노하우에 더해 트렌드에 맞는 최신 매장을 낼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는 점을 깨달았다. 귀국 후 눈에 띈 것이 BBQ다. 당시 BBQ는 트렌드에 맞게 카페형, 패밀리 레스토랑형 등 다양한 라인업을 내놓고 있던 참이었다. 그는 “다점포의 가장 큰 장점은 ‘승수효과’예요. 매장을 늘리고 경험을 쌓을수록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죠. 첫 번째 매장을 운영하며 얻은 노하우를 잘 활용하면 두, 세 번째 매장은 적은 비용으로도 금방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점포 점주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직원 관리’다. 남 씨는 주먹구구식 운영을 버리고 기업 형식으로 가게 운영 형태를 바꿨다. 정직원,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급을 나누고 급여를 차별화한 것. 장기근속을 하면 정직원으로 승급하고 월급도 더 주는 인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장기근속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자 퇴사율이 현저히 줄면서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됐다.

추가 출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문제는 신용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풀었다. 투명한 회계 절차를 통해 성실 납세를 하니 자연스럽게 신용도가 높아지고 대출 여력 또한 늘어난 것.

“다점포 운영을 위해서는 단순히 ‘점주’가 아닌, ‘사업가 마인드’가 필요해요. 점포가 1개만 있으면 그 가게를 ‘운영’하는 데 집중하면 됩니다. 하지만 매장이 늘어나고 관리자가 되면 ‘경영’에 초점을 맞춰야 하죠. 점포 수가 증가하면 그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한건희 작심스터디카페 점주는 목동 인근에만 6개 매장을 집중적으로 운영해 효율을 높였다. <작심스터디카페 제공>

▶목동 학군 꽉 붙잡은 스터디카페

▷한건희 작심스터디카페 점주

서울 목동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그의 스터디카페를 한 번쯤 다녀갔을 듯하다. 한건희 씨는 목동 인근에만 작심스터디카페 6개를 운영 중이다. 2018년 6월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스터디카페’ 창업에 나선 이유는 명확했다. 학생이 선호하는 공부 환경 트렌드가 기존 ‘프리미엄 독서실’에서 ‘스터디카페’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는 여러모로 다릅니다. 법적으로 ‘지정 좌석제’ 운영 의무를 갖는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는 PC방처럼 시간제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죠. 학교-집-학원을 오가는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자투리 시간을 쪼개 공부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제가 30년 동안 나고 자란 목동 학생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목동이라는 한 학군에 집중적으로 여러 스터디카페를 낸 그의 다점포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어가는 중이다. 주요 학원이 있는 곳마다 근처에 같은 스터디카페가 생기니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졌다. 반경 5㎞ 안에 모든 가게가 몰려 있다 보니 인력을 운용하기도 수월해졌다. 매니저 3명이 6개 매장을 오가며 관리하니 한 매장당 0.5명의 인건비만 드는 셈이다.

다점포를 더욱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그만의 노하우는 ‘분업’이다. 매장별로 직원들에게 서로 다른 미션을 하나씩 주고 거기에만 집중하게 한다. 예를 들어 A매장 직원에게는 이벤트 기획, B매장 직원은 SNS 홍보, C매장 직원은 버스 광고를 하도록 하는 식이다. 이 같은 분업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한 매장에서 성공 사례가 나오면 다른 지점에의 적용이 훨씬 수월해진다. 반대로 실패 사례가 나와도 모든 지점에 공유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한 매장이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도 더 좋고, 매장별로 동기 부여도 더 쉽다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학원이 문을 닫고 집합이 제한되면서 한 점주의 사업도 타격을 입었다. 그래도 다른 가맹점에 비하면 여전히 매출이 높은 편이라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난해 12월 오목교역에 추가 출점을 한 배경이다.

“학생들이 제가 운영 중인 모든 스터디카페를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입니다. 작심스터디카페에서 관련 앱과 서비스를 준비 중이죠. 이렇게 되면 점주뿐 아니라 학생들도 다점포의 장점을 누릴 수 있게 됩니다. 고객도 그 효용을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다점포 운영의 진가라고 생각합니다.”

이빛나라 홍루이젠 점주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홍루이젠 무인 매장을 잇달아 2개 오픈했다. <홍루이젠 제공>

▶이 시국에 2개 출점…핵심은 ‘무인’

▷이빛나라 홍루이젠 점주

이빛나라 홍루이젠 점주는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 시장이 얼어붙은 지난해에도 평택 용죽점(9월)과 안성 공도점(12월)을 잇달아 창업했다. 24시간 무인 매장 ‘홍루이젠 PICK’의 성장성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등 제품을 진열해놓으면 고객이 셀프 계산대에서 스스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직원 관리가 필요 없고 사람 간 접촉이 최소화돼 감염 우려도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자녀가 3명인 점도 그가 무인 매장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였다. 아이를 돌보느라 직접 매장을 운영할 여력이 없었던 것. 행여 매장에 나갔다가 감염되면 아이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우려도 작용했다.

“무인 매장은 매일 이른 아침 1시간 정도만 매장에 나가 오픈 준비를 하면 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적더군요. 실제 평택 용죽점에는 확진자가 한 번 다녀갔는데요, 직원이 상주해 있거나 매장 취식이 됐다면 문제가 커졌을 테지만 다행히 매장 소독만 하고 마무리됐습니다. 직원이 없으니 오히려 고객이 더 안심하고 쇼핑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매장 관리만 수월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매출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3개월 만에 추가 출점을 결심할 정도로 수입이 좋았다. 코로나19 사태로 포장 수요가 늘고 24시간 운영 덕에 심야에도 추가 매출이 발생한 덕분이다.

물론 무인 매장 창업 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마케팅이나 고객 응대 등 점주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다 보니 입지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샌드위치는 아이들 간식용으로 수요가 높아요. 중·고등학생, 또 자녀를 둔 부모 고객 비중이 큽니다. 입지를 살필 때 근처에 학원가나 소아과 같은 병원이 있는지 파악하면 도움이 됩니다. 유통기한이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재고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매장에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한 번에 대량으로 제품을 주문해놓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재고를 파악해 스마트폰으로 부지런히 원격 발주를 해야 합니다.”

[나건웅·반진욱 기자, 문지민·장지현 인턴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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