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배달 앱·DT 전용 AI로 비용 절감 톡톡 튀는 '틱톡 동영상 이력서'도 등장

김기진, 나건웅 2021. 9. 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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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점포 산업 동향

자영업 시장 양극화는 글로벌 트렌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수십 개 이상 운영하는 기업형 다점포 점주, 즉 메가 프랜차이지가 일반화됐다. 이들은 최근 코로나19 사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경영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해법을 모색 중이다. 이들의 고민과 해법이 곧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그것일 터. 지난 9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다점포 점주 콘퍼런스에서 논의된 글로벌 다점포 산업 내 이슈를 소개한다.

▶델타 변이 확산에 인플레까지

▷판매가 올리고 자체 앱 이용 유도

최근 미국 다점포 점주 사이에서 최대 화두는 ‘매장 운영 비용 관리’다.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오르면서 경제 활동이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아직 온전하게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 가운데 물가가 오르며 프랜차이즈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5.3% 올랐다. 6월과 7월 상승률(5.4%)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다. 미국 정부가 소상공인 대상 자금 대출 프로그램 ‘경제피해재난대출(Economic Injury Disaster Loan·EIDL)’ 등을 통해 적극 지원에 나서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골드만삭스가 운영하는 소상공인 지원 프로그램 ‘1만 스몰비즈니스’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4%는 최근 점포 운영 비용이 늘었다고 답했다. 74%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악화됐다고 답변했다.

중동 음식 전문 브랜드 ‘할랄가이즈’ 10개를 운영하는 폴 트란 씨는 “원가 절감에만 매달리는 방법은 효과적이지 않다. 제품 판매 가격을 올릴 용기가 있어야 한다. 대다수 다점포 점주는 고객 때문에 가격 인상을 꺼리지만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수십 개 매장을 운영 중인 더팰콘스그룹의 샘슈 카라니아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할인 행사 대부분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단, 이들은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거나 혜택을 줄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고 고객에게 감사 인사를 확실하게 하는 등 가격 인상 거부감을 줄이는 조치를 병행해야 고객 이탈을 줄일 수 있다는 조언이다.

배달 앱 등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에도 무게가 실린다. 우리나라와 달리 배달 중개와 배달 대행을 동시에 수행하는 미국 배달 앱은 그 대가로 주문 금액의 최대 30%를 떼어간다. 폴 트란 씨는 “배달 앱은 마케팅 플랫폼일 뿐 ‘신이 보낸 구세주’가 아니다. 배달 앱 이용 고객에게는 할랄가이즈 자체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메뉴 하나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은 카드를 보낸다. 비용 5~6달러를 들여 수수료도 아낄 수 있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짐 설리반 설리비전 대표는 다점포 사업자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틱톡 이력서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를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틱톡 이력서는 동영상 형태로 이력서를 만들어 구인 기업에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틱톡 제공>

▶고객 경험만큼 직원 경험도 중요

▷직원과 명확하게, 자주 소통하라

노동력 확보와 인건비 관리 역시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보육 문제, 코로나19 감염 공포, 넉넉한 실업급여 때문에 직장 복귀를 꺼리는 노동자가 늘면서 미국 유통 업계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국 연방정부 실업수당 프로그램이 최근 종료돼 구인난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프랜차이즈 시장조사·컨설팅 업체 ‘프랜데이터’에 따르면 시간제 일자리에서 연봉제 일자리 등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이들이 늘면서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다. 글로벌 조직 컨설팅 기업 콘 페리는 2030년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채워지지 못한 일자리 수가 8500만개에 달할 것이라 내다본다. 이 때문에 실현되지 못하는 매출은 8조500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임금이 큰 폭으로 뛰어 사람을 구한다 하더라도 인건비 부담이 크다.

25년째 프랜차이즈 사업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 짐 설리반 설리비전 대표는 “처음 100명을 고용할 때 회사 문화와 잘 맞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이들은 사업장 문화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이다. 구직자가 검색 엔진을 통해 채용 공고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공고에 주요 키워드를 넣고 채용 관련 문의사항에 빠르게 회신하는 것도 중요하다. ‘틱톡 이력서’ 같은 새로운 서비스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틱톡 이력서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시범 운영하는 서비스다. 틱톡을 이용해 동영상 형태로 이력서를 만들어 구인 기업에 보낼 수 있도록 해준다.

설리반 대표는 직원 교육 과정에도 공을 들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다점포 점주 대부분은 고객 경험에만 신경을 쓴다. 하지만 ‘직원 경험’도 똑같이 중요하다. 조직 구성원에게 어떤 점이 좋은지, 무엇이 개선돼야 하는지 물어보고 이를 반영하는 등 소통을 명확하게, 자주 해야 한다. 직원을 교육할 때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왜 해야 하는지도 알려줘야 한다”고 전했다.

인건비 절감과 관련해서는 IT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더팰콘스그룹은 최근 자사 던킨도너츠 매장에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드라이브 스루에서 주문을 받는 인공지능(AI) 엔진도 개발 중이다. 폴 트란 씨 역시 “IT 솔루션을 활용해 인사 관리와 소셜미디어 관리 업무를 자동화했다.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직원들은 귀찮은 일을 하지 않아도 돼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단, IT 기술을 맹신하거나 트렌드에 휩쓸려 무작정 도입하는 것은 피하라는 제언도 있다. 샘슈 카라니아 CEO는 “버거 만드는 로봇 하나를 도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5만~6만달러다. 이 정도 규모 투자를 해낼 수 있는 다점포 점주는 많지 않다. 기술을 도입하기 전 투자수익률(ROI)을 꼭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노동 친화 법안 통과에 긴장감

�툶FA 등 관련 단체 역할 중요

노동 관련 법 역시 다점포 점주들이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다. 최근 들어 미국 행정부는 노동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다. 노동자단결보호법(Protecting the Right to Organize Act of 2021)이 지난 3월 하원을 통과한 것이 단적인 예다. 뉴딜 시대 이후 가장 중요한 노동 관련법이라고 평가받는 법안이다.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이 적용되는 노동자 범위를 늘리고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2차 파업(secondary strike·다른 노동조합 구성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진행하는 파업) 참여를 권장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내용이 골자다. 고용주가 2차 파업을 단행하는 노동조합에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동자 친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다점포 점주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들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매튜 할러 미국 프랜차이즈협회(IFA) 회장은 “상원의원 등 정계 인사와 협력 관계를 다지고 이들이 프랜차이즈 산업 종사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안을 이끌어가도록 설득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IFA 이사이자 샌드위치 브랜드 ‘저지마이크스섭스’ 다점포 점주인 킴벌리 크로웰 씨는 “프랜차이즈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등 순기능이 많다. 프랜차이즈 업체가 기록한 매출의 94%는 지역 사회에 머물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알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김기진 기자, 라스베이거스 =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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