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보고, 즐기자!.. 지중해 풍요로 빚은 전통과 열정

남호철 2021. 9. 29.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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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야 본고장' 스페인 발렌시아
스페인 동쪽 지중해 연안 발렌시아 마리나항이 이른 아침 밝아오는 여명과 함께 이국적이고 감성적인 풍광을 펼쳐놓고 있다. 멀리 왼쪽 건물 앞에서 지난 20일 전 세계 전통 미식 분야 거장들이 참여한 가운데 '파에야 월드컵'이 개최됐다.


이베리아반도 중동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발렌시아(Valencia)는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15세기 황금기를 구가하며 낳은 풍부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해변 등이 자랑이다. 연중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황금 해안인 지중해로 둘러싸인 천혜의 자연조건도 갖추고 있다. 지역 전통문화를 보존함과 동시에 가슴 뜨겁게 하는 열정과 흥겨움으로 가득한 축제가 연중 열린다.

스페인에서 9월 20일은 ‘세계 파에야(Paella)의 날’이다. 스페인관광청 주최로 전 세계 전통 미식 분야 거장들이 참여하는 미식 축제 ‘파에야 월드 데이 컵’(파에야 월드컵)이 성대하게 열린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전 세계 20개국 36명의 셰프 가운데 한국, 우루과이, 아일랜드, 코스타리카 등 최종 10명이 진출한 가운데 발렌시아 마리나항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선 본고장 스페인팀이 우승했다. 한국 대표로는 처음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미슐랭 레스토랑 출신의 이상훈 셰프가 출전했다. 이 셰프는 인삼 황기 등으로 육수를 우려내고 버섯 등을 곁들여 한국 고유의 특색을 지닌 참신한 파에야를 선보였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스페인 대표 음식 파에야는 ‘팬’이나 ‘냄비’라는 뜻으로, 발렌시아 지역에서 유래했다. 커다란 팬에 쌀과 함께 닭고기, 토끼고기, 콩깍지, 토마토 등 들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함께 올려 푹 끓인 뒤 나눠 먹는 농부들의 음식이었다. 음식을 통해 정을 나누는 우리나라 전통과 비슷하다.

파에야는 볶음밥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쌀이 주재료이지만 볶음밥은 이미 지어놓은 고두밥을 사용하는 반면 파에야는 솥밥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쌀은 씻지 않는 게 원칙이며 물 대신 육수를 부은 냄비에 안친 뒤 센 불로 익히다가 약불로 뜸을 들이고 향료와 고명을 얹어 익혀낸다.

파에야의 기본 재료는 채소 육류 해산물 그리고 쌀이다. 파에야 특유의 노란색은 향신료 가운데 가장 비싸다는 사프란에서 우러나온다. 황금빛이 도는 노란 쌀밥 위에 새우 홍합 오징어 등 갖가지 해산물을 올린다. 푸짐하고 먹음직스럽다.

식자재·특산물 가게, 레스토랑 등을 갖춘 중앙시장.


식자재는 시내 중앙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1893년 간판도 없던 노점 시장에서 시작해 1910년 시 정부가 주최한 콘테스트를 통해 1928년 현재의 건물형 마켓으로 변모했다. 8000㎡ 규모로,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중앙의 큰 돔이 주는 개방감과 형형색색의 창과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이 건물의 아름다움을 배가한다.

수초 사이로 보트 투어를 할 수 있는 알부페라 호수.


스페인 쌀 재배지는 발렌시아 남쪽 30분 거리에 있는 알부페라다. 우리나라 논농사 모습과 비슷한 풍경을 만난다. 거대한 알부페라 호수 주변 광활한 논에서 봄바(Bomba) 품종의 쌀을 주로 재배한다.

동남아시아 원산의 쌀은 중동을 거쳐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전파됐다. 그러나 알부페라 지역의 쌀 재배 문화가 발렌시아를 넘어 스페인 전역으로 퍼져나가진 못했다. 파에야는 1960년대 이후 스페인에 외국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부각됐고 90년대 이후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다. 파에야의 확산에는 발렌시아 출신 셰프들의 노력이 컸다.

장작불 등 전통 방법으로 요리하는 파에야.


발렌시아 중심지에서 북쪽으로 8㎞ 남짓 떨어진 지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토니 몬톨리우 셰프는 오랫동안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파에야 장인이다. 각종 요리대회 심사위원으로 초빙될 만큼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요리에 사용하고 장작불로 요리한다.

오르차타(Horchata)도 빼놓을 수 없다. 추파라는 식물의 덩이줄기인 타이거 너트를 설탕, 물과 함께 갈아 차갑게 마시는 스페인 대표 음료다. 타이거 너트가 가진 고소한 맛과 약간 쌉싸래한 맛, 설탕의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더운 여름 갈증 해소에 그만이다. 밀가루에 우유 설탕 달걀을 넣어 길쭉하게 만든 파르톤(Farton)이라는 빵과 궁합이 잘 맞는다.

여행메모
발렌시아 직항 없어 파리 경유 14시간
시내 도보 여행·중앙시장 오후 3시 종료

스페인 대표 음료 오르차타(오른쪽)와 파로톤 빵.

한국인의 스페인 여행은 자유로운 편이다.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무비자로 입국해 의무 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다. 스페인 입국 전 스페인 보건부의 '스페인 트래블 헬스'(SpTH)에 접속해 특별검역신고서(FCS)를 작성하고 QR코드를 발급받으면 된다.

다만 한국으로 귀국할 때 백신 접종 완료자라도 스페인에서 한 번, 귀국 후 두 번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코로나19 검역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한국에서 스페인 발렌시아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프랑스 파리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주로 경유한다. 인천~파리 12시간, 파리~발렌시아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발렌시아 옛 시가지는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주요 건축물은 요금을 내야 한다. 대성당은 8유로, 미겔레테 종탑은 2유로다. 토레스 데 세라노스는 요즘 무료다. 대성당 앞 레이나 광장은 공사 중이다. 중앙시장은 아침 시장이어서 오전 7시 30분~오후 3시 운영된다.

발렌시아의 작은 마을 부뇰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토마토 축제 '라 토마티나'는 매년 8월 마지막 주에 열린다.

발렌시아(스페인)=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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