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행사서 여자행세한 이 트랜스젠더..남자교도소 갇힐 판
이슬람 종교행사에서 여성행세를 한 혐의로 기소된 말레이시아의 트랜스젠더가, 태국에서 붙잡혀 이민법 위반 혐의로 추방위기에 놓였다. 그가 말레이시아로 송환돼 재판을 받으면 남성 교도소에서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28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은 말레이시아 이슬람 종교행사에 여성 복장을 하고 참가해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뷰티사업가 누르 사자트(36·본명 무하마드 사자드카마루즈 자만)가 태국에서 불법 입국을 한 혐의로 체포돼 강제송환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사자트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힌 뒤, 온라인 리얼리티쇼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다. 또 화장품 사업을 하며 뷰티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지난 2018년 이슬람 종교행사에 말레이시아 여성 전통의상인 바주쿠룽을 입고 간 뒤, 지난 1월 이슬람 법원에 기소됐다. 그는 결국 말레이시아를 탈출해 트랜스젠더 문화에 관대한 태국으로 도피하기에 이른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지난 2월 샤리아 법원 청문회에 나타나지 않자, 여권을 취소하고 수배령을 내렸다. 7개월간 도피행각을 이어오던 그는 지난 8일 태국 경찰에 체포됐고, 2주에 한 번 이민국에 신상을 보고하는 조건으로 우선 보석 석방됐다.
태국당국은 말레이시아 측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송환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태국 외무부 대변인은 "태국 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근거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고, 태국 경찰 관계자도 "추방절차가 진행중이지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남성으로 돌아가면 처벌 안할 것"
말레이시아 당국은 "그가 잘못을 인정하고, 우리에게 돌아와 본성(남성)으로 돌아가겠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우리는 그를 처벌하고 싶지 않다. 다만 교육하고 싶을 뿐"이라고 밝혔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한편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는 인구의 60%가량이 무슬림이다. 무슬림에게는 샤리아가 적용되고 그밖에는 민법이 적용되는 이중 법체계를 갖고 있다. 이슬람 율법에선 성전환과 동성애를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최대 3년의 징역형과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이슬람 율법에선 성전환·동성애 모두 불법
사자트는 종교적 한계 때문에 개종 의사를 표한 적도 있다. 그는 자신의 SNS에 "트랜스젠더 차별 탓에 이슬람교를 포기하고 싶다. 잘못한 게없는데, 우리를 비난한다"고 올렸다가 살해 위협에 시달려왔다. 말레이시아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는 있지만, 현지에서 무슬림이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샤리아가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태국 정부는 그가 말레이시아로 돌아갔을 때 직면할 수 있는 심각한 위험을 알아야 한다"며 "그는 성 정체성, 표현, 신념 때문에 말레이시아당국의 기소대상이 된 만큼 UNHCR(유엔난민기구)의 난민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사회와 태국이 보호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사자트는 트랜스젠더를 인정하지 않는 말레이시아에 돌아가지 않고, 호주로 가 망명 신청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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