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비키니보다 더 많은 '좋아요'..골린이가 빠진 이 패션
스웨트셔츠(목둘레가 둥근 긴소매 옷), 트레이닝 세트업(운동복 형태의 한 벌), 스타디움 재킷(야구점퍼), 니트 카디건….
언뜻 젊은이들이 즐겨 입는 캐주얼 옷차림 같지만 요즘 인기 있는 골프복들이다. 국내 골프 시장에 20·30대가 대거 진입하면서 골프복에도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2030 확 젊어진 ‘골린이’들
지난해 가을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한 김모(28)씨는 “농구와 달리기 동호회를 했었는데 코로나로 여러 사람이 모이기 어려워지면서 모임이 흐지부지됐다”며 “골프는 소수의 친구들과 드라이브하고 자연에서 노는 기분이라 좋다”고 말했다.
6조원 골프복 시장 잡아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크고 작은 40~50개의 골프복 브랜드가 새롭게 선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의 ‘타미힐피거 골프’와 ‘SJYP 골프’, LF의 ‘닥스 런던’, 슈페리어의 ‘마틴골프’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20·30대를 타깃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년에 론칭을 앞둔 곳도 프랑스 브랜드인 ‘아페쎄(A.P.C)’ 등 10개가 넘는다.
젊은 골퍼들의 등장으로 그린은 새로운 ‘스타일 경연장’이 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일상복처럼 자연스럽고 골프장 밖에서 입는 옷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명 ‘길거리 스타일(스트리트 패션)’의 골프복이다.
일례로 가볍게 외출할 때 입는 ‘원마일 웨어(집 근처 1마일 반경 내에서 입을 수 있는 옷)’나 편한 트레이닝 형태의 바지, 등산복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아노락 풀오버(모자가 달린 스웨터형 재킷) 등이 골프복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나 PXG 등 정통 골프복 브랜드들이 주로 기능성에 중점을 둔 소재와 디자인의 옷을 내놓는 것과 차이가 크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필드에 나간다는 백정연(32)씨는 “몸에 달라붙는 스판 소재나 과도하게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꾸민 골프복, 브랜드명을 크게 글자로 새긴 옷은 나이 들어 보이고 촌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 골프복의 경우 베레모나 비니(머리에 딱 맞는 동그란 모자), 상의와 하의가 하나로 붙은 작업복 형태의 점프수트, 털조끼 등 기존 골프복보다 훨씬 유연하고 다양한 옷들이 쏟아지고 있다
골프장에 ‘길거리패션’ 몰고 온 MZ
오수민 삼성패션연구팀 수석연구원은 “2030세대가 골프 시장의 고관여 층으로 떠오르면서 골프장이 패션 센스를 뽐내는 런웨이가 됐다”며 “스포츠웨어는 물론 일상복으로도 손색없는 아이템들이 호응을 얻으면서 플리츠(주름) 스커트, 블라우스 등 여성스러운 분위기와 트레이닝 세트업, 점퍼 등 중성적인 스트리트 감성의 아이템이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여름 광고를 통해 알려진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로지’는 이달 초 골프 브랜드 마틴골프의 새 모델로 발탁됐다. 29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에서 10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릴 정도로 MZ(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파급력이 큰 로지의 인기에 주목한 것이다. 로지는 최근 첫 라운딩 패션을 공개하며 “라운딩은 처음인데 너무 재밌네! 시간 순삭(순간삭제)”라는 글과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사진 속 로지는 흰색 스커트에 검은색 니트를 입었다. 이 게시물엔 로지가 올린 전체 게시물 중 가장 많은 1만100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앞서 데상트코리아의 르꼬끄골프는 걸그룹 ‘소녀시대’의 효연과 유리를 모델로 기용해 프로선수 위주의 모델이 등장했던 기존 골프복 브랜드와 달라진 분위기를 드러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운동이 생활화하고 있고, 특히 코로나 이후 각광받는 것이 야외에서 할 수 있는 등산과 골프”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아웃도어 열풍 때와는 달리 골프는 상류계층의 운동이라는 인식이 있고, 그에 따라 골프족들의 만족이 크기 때문에 MZ세대의 니즈를 읽어내는 업체 위주로 골프복 시장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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