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당선인 "코로나 침체 日경제 회복에 수백조원 투입"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신임 총재는 29일 당선 직후 연설에서 "정치가 국민들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신뢰를 잃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이라며 "열린 자민당, 일본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오후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는 결선 투표에서 257표를 획득해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 담당상(170표)을 87표 차이로 누르고 차기 총재에 당선됐다. 기시다는 1차 투표에서도 256표를 획득해 255표를 얻은 고노를 1표 차이로 앞섰으나, 과반(382표)에는 이르지 못해 결선 투표를 벌였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은 1차 투표에서 188표를,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간사장 대리는 63표를 얻어 3·4위로 탈락했다.
기시다 신임 자민당 총재는 다음 달 4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중·참의원 표결을 거쳐 제100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2024년 9월 말일까지다.
기시다는 당선 연설에서 "(일본에) 계속 국난(國難)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을 필사적인 각오로 이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앞에는 새로운 자본주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 소자화(저출산) 대책 등 우리의 미래와 관련한 중대 과제가 산적해 있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늘부터 전력으로 달리겠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한 수십조엔(수백조원) 규모의 경제 대책을 연내에 수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노의 열세, 다카이치의 선전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당초 예상을 크게 뒤집었다. 이날 아침까지도 여러 언론들이 국회의원 표와 당원(당비를 내는 일본 국적자)·당우(자민당 지원단체 회원) 표를 같은 비율로 집계하는 1차 선거에서 고노가 큰 표차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고노는 국회의원 표에서 86표밖에 얻지 못해 기시다(146표)는 물론 다카이치(114표)에게도 크게 뒤졌다.
일본 언론들은 안정감을 내세워 자민당 파벌들의 지지를 골고루 확보한 것이 기시다의 당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반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고노는 '당 개혁'을 내세우며 젊은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했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로 대표되는 자민당 기득권 세력에 도전하는 모양새를 띠면서 강한 견제의 대상이 됐다.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다카이치는 1차 투표에서 본래 예상이었던 100여표를 크게 웃도는 188표를 획득해 보수의 새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경쟁 후보들 능력 발휘하도록 고려"
이번 총재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이 차기 내각에 등용될 가능성도 있다. 기시다 신임 총재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 후보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 임원 임기를 '1기 1년, 3연임'으로 제한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세운 기시다는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당내 인사에 나선다. 5년동안 간사장 자리를 지켜온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기시다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새로 출범하게 될 일본 내각과 한·일간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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