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우려에 증시 '흔들'..코스피 이틀 연속 1%대 하락

이태윤 2021. 9. 2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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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급락의 여파로 코스피가 전날보다 37.65포인트(1.22%) 내린 3,060.27에 마감한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플레이션 공포가 주식 시장을 뒤흔들었다. 긴축 우려에 미 국채 금리가 뛰며 미국 증시가 주저앉자 바다 건너 한국 증시도 함께 휘청댔다. 29일 장 중 한 때 코스피는 3050선, 코스닥은 1000선이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22%(37.65포인트) 하락한 3060.27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1.14%)에 이어 이틀 연속 1% 이상 떨어졌다. 기관(3125억원)과 외국인(6591억원)이 쏟아낸 매물을 개인(9615억원)이 모두 받아냈다.

이날 주가 하락 압력이 커진 건 반도체 업황 불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28일(현지시각) 내년 1분기 매출액 추정치를 기존 시장 전망치(85억 달러)보다 10% 낮은 수준(74억5000만~78억5000만 달러)으로 제시했다. 그 여파로 삼성전자(-2.88%)와 SK하이닉스(-2.90%) 주가가 떨어지며 이날 두 종목의 시가총액만 15조6815억원 증발했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1.09%(11.05포인트) 하락한 1001.46에 마감하며 가까스로 1000선을 지켰다. 코스닥 하락은 기관이 주도했다. 기관이 판 1284억원 어치를 개인(730억원)과 외국인(778억원)이 샀다.

원화값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2.6원 내린 달러당 1181.8원에 마감했다. 장 중 달러당 1188원까지 떨어지며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지만, 오후 들어 중국 부동산 기업 헝다(恒大)그룹이 일부 자산 매각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진정세로 돌아섰다.

이틀 연속 이어진 증시 하락과 원화 약세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장기화 우려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여파다. 28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56%까지 치솟았다. 6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5%를 훌쩍 넘어서자 시장의 불안감은 커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중앙포토]


시장이 긴장 모드로 접어든 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언급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 출석에 앞서 미리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2%)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는 기존 입장과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이다.

실제로 지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5.4% 오르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의식한 듯 파월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이후 경제가 회복하는 가운데 공급 병목 현상과 구인난 등이 지속하며 물가 상승 위협을 가한다”며 “고물가가 이어져 심각한 우려가 되면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한 수단을 사용해 당연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축을 시사하는 파월의 이런 발언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날 뉴욕 증시는 일제히 미끄러졌다. 나스닥은 전날보다 2.83% 급락했고, 다우존스(-1.63%)와 S&P 500(-2.04%) 도 하락했다.

로이터통신은 “국제 유가가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파월이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투자자들이 커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며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2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 브렌트유가 장중 배럴당 80.43달러에 거래됐다. 사진은 29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는 급등 중이다. 28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0.47% 하락한 배럴당 78.35달러,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0.21% 하락한 배럴당 75.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전날보다 약간 떨어졌다.

도이치뱅크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금리 인상 속도를 가속화할 지 수요에 타격을 주며 완화할 지는 분명치 않지만 통화 정책 대응이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확대를 둘러싼 줄다리기도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 상원이 오는 30일까지 임시 예산안과 부채한도한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다음 달 1일 ‘셧다운’(일시적 업무중단)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국내 증시에서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인한 금리 인상 이슈가 연초부터 이어지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변동성이 크고 중국의 전력난 등으로 인한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도 우려스럽다”며 “국내 증시에도 주도주가 없는 만큼 당분간은 박스권 장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월 미국의 긴축 우려로 코스피가 10% 정도 조정받았는데 현재는 고점 대비 6.3% 정도 하락한 상황이라 조정의 폭이 깊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 미국의 물가상승은 경기 호황으로 인한 것이 아닌 공급 병목현상으로 인한 ‘나쁜’ 인플레이션인 만큼 Fed가 긴축을 강행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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