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퇴직금 눈덩이' 공기업.."혈세로 줄 판"[공기업 퇴직금 운용 방치 '혈세투입 우려']

지수희 기자 2021. 9.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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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도 혈세로 줘야할 판"
20개 공기업 퇴직연금 수익률 평균 2.3%
서부·중부발전·수자원공사 수익률 1%대 그쳐
LH, 퇴직연금 도입조차 안해 법인세 절감 혜택 포기.."법적의무 없어"

[한국경제TV 지수희 기자·정희형 기자]
<앵커>

20대 주요 공기업 `퇴직급여 충당부채`가 지난해 5조원이 넘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퇴직급여 충당부채`는 직원 퇴직시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미리 쌓아놓은 일종의 `빚`인데, 이를 운용하지 않고 방치하면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 공기업들이 경영부실로 자본잠식상태이거나 부채관리 집중대상이어서 공기업 직원 퇴직금까지 국민 혈세로 메워야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수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토지주택공사와 전력공사, 철도공사 등 15개 부채 중점관리 공기업과 공항공사, 강원랜드 등 지난해 순손실 공기업 5개를 포함한 20개 공기업의 퇴직급여충당부채가 매년 늘고 있습니다.

`퇴직급여 충당부채`란 직원들이 퇴직할 때 줘야하는 미래의 퇴직금을 현재가치로 산정한 것으로 직원들의 근속 년 수와 임금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에 매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추경호 의원실(국민의힘) 자료에 따르면 20개 공기업의 지난 5년간 퇴직급여 충당부채는 매년 상승해 5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근로자 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DB형 퇴직연금 제도를 채택한 기업들은 예상비용(퇴직급여충당부채) 가운데 90%를 사외에 적립해야하는데 매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LH를 제외한 19개 공기업이 지난해 적립해야 할 퇴직연금 사외적립금은 전년에 비해 약 3천억원 늘었습니다.

이 적립금을 제대로 운용했다면 내년 추가적립 비용이 줄어드는 구조인데 공기업들이 자금 운용에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지난 5년간 이들 19개 공기업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2% 초반대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기간 평균 코스피 수익률이 9.2%인 것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입니다.

[황규만 머서코리아 부사장 : 퇴직연금 부채는 쌓여있고 임금인상분에 따라서 매년 증가합니다. 쉽게 얘기하면 빚이 이자로 인해서 불어난다고 보는 것이죠. 사외적립을 하게되면 사외적립에 대한 투자수익이 있겠죠. 임금인상률이 더 높으면 비용이 증가하고요. 수익률이 높으면 비용이 좋아지겠죠.]

문제는 이들 기업 다수가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했거나 정부가 정한 부채관리 중점 기관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석유공사와 철도공사, 광물자원공사, 석탄공사 등 산업부 산하 공기업들은 수년째 적자상태를 이어와 자본잠식(부채가 자산총계의 2배 초과)에 빠지면서 이미 지난해 금융부채 이자비용만 1조원에 달합니다.

이에 대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공기업들은 이미 부채비율이 높은데다 영업수익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추가로 출자해야해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운용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 할 경우 실제 퇴직금 지급시 돈이 부족하다는 것도 추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2년새 코로나로 공기업들의 임금상승폭이 제한됐지만 코로나 종식 후 임금상승률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지금처럼 운용에 손을 놓고 있을 경우 기업들의 부담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전망입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 특히 공기업들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시점에 가서 근로자에게 줘야할 퇴직급여가 부족하게 되면 그 기업이 만약 적자기업이고 하면 결국 정부 재정에서 지출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공공기관이든 민간기업이든 DB적립금을 임금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로 운용하는 것 자체가 기업이 해야할 임무를 태만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지수희입니다.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주요 공기업들이 모두 직원 퇴직충당금을 운용하지 않고 방치한 가운데 특히 3개 사는 퇴직금 운용 수익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해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LH는 수익률과는 별개로 아직 퇴직연금제도 자체를 도입하지도 않고 부채로만 처리되고 있습니다.

우리 공기업들의 황당한 퇴직연금 운용실태를 정희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19개 공기업들이 최근 5년 동안 평균 2.3%의 저조한 퇴직연금운용수익률을 기록한 가운데 수익률 하위 3개사는 2%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한국경제TV가 추경호 의원실(국민의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부발전과 수자원공사, 중부발전의 최근 5년간 DB형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은 각각 1.84%, 1.93%, 1.94%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들 모두 퇴직연금자산이 대부분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위주로 운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이들 기업 모두 최근 5년간 퇴직연금 평균운용수익률에서 임금인상률을 뺀 수치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이들 공기업들은 퇴직금의 원금보존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는 입장입니다.

[A공기업 퇴직연금 담당자: 저희는 원금보장형이 많은 편이고요.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 마이너스가 될 위험도가 올라가면 아무래도 또 회사 전체적인 자금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보니까요.]

[B공기업 퇴직연금담당자: 저희가 일단 원리금 보장형으로 많이 한다고 한 게 손실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원리금 보장형으로 했던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DB는 다 원리금 보장형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또 리스크 관리에 손이 많이 간다는 이유로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 상품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C공기업 퇴직연금 담당자: 리스크가 있는 상품들이 수익률은 더 높겠지만 리스크를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저희는 기본적으로 상품제안을 받을 때 안전한 상품들 위주로 제안을 받다보니까 공격적인 상품은 제안을 안 받고 있습니다.]

수익률과 별개로 LH의 경우에는 아예 퇴직연금 제도 자체를 도입하지도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과거 공기업들의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한창 급물살을 탈 때 근로자들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더 이상 논의가 없어 준비가 안됐다는 게 LH의 답변입니다.

[LH 관계자: 법적으로 도입 의무가 있거나 아니면 도입해서 회사나 직원들에게 더 유익한 부분이 있거나 그런 게 있어야 변경추진력이 생길 텐데, 저희 기관에서는 한창 법적 의무기간이 있을 때는 하려고 했다가 현재는 추진력이 없는 상태입니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을 원리금보장형상품으로만 운용할 경우 임금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에 따라 결국 미래에 다가올 손실을 확정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실적배당형상품의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단기 손실 우려가 있더라도 과거 추세를 보면 임금인상률을 상회하는 수준의 중위험 중수익 구조의 상품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남재우 / 자본시장연구원 연금펀드실장: 최소한 임금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이 나오도록 운용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려면 지금 같은 원리금 보장형으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 하고요. 대부분의 기업들이 4~5%정도의 수익률이면 어느 정도 임금상승률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의 수익이 될 텐데, 그 정도의 실적배당이라고 하면 그렇게 너무 과도한 위험을 취하지 않고서도 달성가능 할 수 있으리라고 봐요. ]

특히 전문가들은 LH의 경우 퇴직연금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 부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황규만 / 머서코리아 부사장: 빚은 계속 쌓이고 있는데 내가 그 빚을 갚기 위한 플랜이 결여돼있다는 것이죠. 회사입장에서 재무적 건전성, 회사 평가에 있어서 기업평가의 기준이 되는 재무적 건전성을 위해서 부채에 따르는 레버리지 할 수 있는 금액들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부채관리와 더불어 퇴직연금 자금을 사외에 적립할 때 매년 발생하는 법인세 절감 효과도 볼 수 있는 만큼 퇴직연금 도입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조언입니다.

한국경제TV 정희형입니다.

<앵커>

이어서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겠습니다.

증권부 지수희 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공기업들의 현재 경영실태와 함께 퇴직금 운용 상황에 대해 보다 알기 쉽게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자>

공기업들은 이미 혈세를 투입해 만들어진 기업입니다.

그런데 경영상태가 안좋아 적자기업들이 많고 그렇다 보니 이미 부채가 많아서 추가로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기업, 그러니깐 국민들의 혈세가 계속 들어가고 있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은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업들은 미래에 직원들에게 줘야할 퇴직연금을 사외에 적립해야하는데 현재는 90%를 적립하지만 내년에는 100%로 늘어나게 됩니다.

또 쌓아야할 적립금이 매년 늘어나는 구조이니깐 매년 현금이 매년 회사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일부 공기업들은 이 비용마저 부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접적으로 현재 공기업 직원들의 퇴직금을 주기 위해 혈세가 투입되고 있다고 볼 수 없지만 공기업 운영에 이미 많은 혈세가 투입되고 있고요.

퇴직연금 운용을 안 하면 비용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기업들이 퇴직금을 운용하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안전해야하기 때문일텐데.. 잘못하면 손실의 위험이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손실 위험이 없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가지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고 코스피 5년 평균을 보더라도 9%라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공격적인 투자를 해서 위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예금에 넣어두고 그냥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도 만약에 현금 100억원이 있다면 이걸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적어도 1%대 예금에 그냥 넣어둬야 한다는 생각은 안하시겠죠?

그래서 앞서 금융전문가들은 예금에 그냥 넣어두고 나몰라라 하는 것이 사실 퇴직연금 담당자들의 임무 태만이라고 지적을 한 것입니다.

적어도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기업이라면 이 자금을 그냥 두지말고 분산해서 안전하게 운용을 해야한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그럼에도 리포트에서 처럼 많은 기업들이 그냥 원리금 보장 상품에 자금을 묻어두고 있는 것이군요.

<기자>

자금의 성격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하는 국민연금도 안전하게 자금을 지켜야할 의무가 있지만 좋은 투자처를 발굴해서 매년 시장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요.

이렇게 목적에 맞는 안전한 운용상품들은 정말 많이 시장에 나와있습니다.

특히 퇴직연금이 장기적으로 가져가야할 자금이기 때문에 위험을 그만큼 상쇄할 수 있어서 공기업들도 퇴직연금 운용을 계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20개 공기업을 조사했는데, 다른 공공기관들이나 민간기업들의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실제로 저희가 20개 공기업을 선정한 이유는 이들이 부채가 많은 기업이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정부의 혈세가 투입된 공공기관은 공기업을 포함해서 준 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350개에 달합니다.

지난해 20개 공기업의 충당부채가 5조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350개로 확대되면 그 규모는 더 커지겠죠.

하지만 대부분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간기업들의 경우에는 공기업보다 점점 DB형 자금을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고요.

직원들이 직접 운용하도록 DC형 쪽으로도 유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에는 이 퇴직연금 운용이 활발해지면서 증시에 자금이 흘러들어가 규모도 커지고 급격하게 발전했습니다 .

아시다시피 증시에 자금이 모이면 기업으로 자금이 투입되고, 기업은 고용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데요.

공격적으로 투자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예금에 방치해 두지 않고 운용해야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앵커>

네, 증권부 지수희 기자였습니다.
지수희 기자·정희형 기자 shji6027@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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