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재료 사와 만든다" 한달째 빵 없는 파바 점주들 눈물
#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이곳 사장이자 파리바게뜨 가맹점주인 A씨는 혼자 손님 주문을 받고 빵을 포장하고 커피도 내리느라 부산했다. 하지만 그의 매장 진열대 곳곳은 빵이 없이 텅 비어 있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리바게뜨 운송 파업이 한 달 가까이 계속된 여파다. A씨는 “추석 후부터 빵과 샐러드 속재료, 채소 등이 누락돼 오거나 늦게 배송될 때가 많다”며 “재료가 모자라 제때 진열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진열대를 빈 채로 둘 수 없어 짬 날 때마다 마트에 가서 재료를 사와 빵을 만들고 있다”며 “언제까지 이렇게 장사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호남지역에서 지난 2일 시작된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파리바게뜨 운송 파업이 전국으로 번져 한달 째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전국 3400여개 파리바게뜨(이하 파바) 가맹점은 빵재료를 제 때 공급받지 못해 A씨처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파바 모회사인 SPC그룹이 임시 배송차량을 투입했지만 이전만큼 재료 수급은 원활하지 않다. 더욱이 화물연대는 30일 SPC삼립청주공장에서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우리만 피해' 파바 가맹점주
광주·전남지역의 파바 매장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광주광역시 한 파바 점주 B씨는 “빵 반죽을 구워놓고 속재료가 없어 버린 빵이 산더미”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집·학교 등 단체주문을 못 맞춰 거래가 끓길가봐 겁이 난다”며 “장사가 안 되도 임대료는 나가고 있어 가맹점주 사이에서 곡소리가 나온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정부가 코로나19 시국에 대규모 불법 집회에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바 가맹점주들은 “우리 피해는 누가 보상하느냐”고 하소연한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는 운송기사와 SPC그룹 간 근로환경 협상 문제인데 중간에 낀 가맹점주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로 파업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지만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SPC그룹은 화물연대에 대해 운송 거부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고, 화물연대는 SPC측이 손배 청구·해고·노조 탈퇴 등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SPC, "파업은 노노갈등 탓"
SPC는 애초 호남지역 파업이 배송차량 노선 조정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운송기사 간 갈등 때문이라며 자신들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SPC에 따르면 자회사인 SPC GFS가 파리바게뜨 물류를 맡고 있고, GFS는 각 지역별 여러 운수사와 운송용역계약을 맺고 있다. 지역 운수사가 다시 개별 배송차주들과 지입계약을 맺고 있다. 배송차주들은 대부분 민주노총 또는 한국노총에 소속돼 있다.
SPC 관계자는 “물량 증가에 따른 증차 요구에 호남지역에 배송차량 2대를 늘렸다. 이후 노선 조정은 운수사와 배송차주 간 문제인데 화물연대가 유리한 노선으로 안 되자 운송 거부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면제해달라고 요구하다가 회사가 거부하자 타 물류센터 노조원까지 파업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국노총 소속 배송기사들은 일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SPC의 노조 탄압 심해"
하지만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SPC가 근로환경 개선 목소리는 외면하고 손배 청구를 하고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하며 압박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28일 ‘SPC그룹의 계획적인 노조 탄압 현장증언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노노갈등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SPC가 증차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했지만 차일피일 미뤘고, 노선 조정도 거의 합의가 됐는데 SPC가 파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SPC와 화물연대 간 갈등에서 중간에 낀 가맹점주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광주광역시 한 파바 점주는 “정부가 중재해달라”고 청와대 신문고에 청원을 올렸다. 하지만 국민 청원을 받은 정부도, 파업 중인 화물연대의 갖가지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도 늦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코로나19 시국 속에 자영업자와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우선 양측이 상대 탓만 하지 말고 서둘러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정·이병준, 광주=진창일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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