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폭스바겐, '쩐의전쟁' 불질렀다..K-배터리의 전략은 ?

강기헌 2021. 9. 2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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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쉬멜 폴크스바겐 기술 이사(오른쪽)와 프랭크 블롬 배터리 유닛 대표가 독일 잘츠기터 연구소에서 전기차 배터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배터리셀 생산에 4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사진 폴크스바겐


57조!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이달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투자 금액이다. 투자 목적은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로 양사가 동일하다. 글로벌 자동차 1, 2위 기업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도요타는 지난해 952만대를 판매한 세계 자동차 회사 1위이고, 2위인 폴크스바겐은 930만대를 팔았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선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건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자세히 따져보면 미래 자동차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다. 양사가 밝힌 투자액만 놓고 봐도 그렇다. 폴크스바겐은 2024년까지 300억 유로(41조원)를 투자해 배터리셀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순수 배터리셀 공장 신설에 투자액은 21조원이고 나머지는 전동화 전환에 쓴다.

도요타는 16조원을 배터리 생산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양사가 밝힌 투자액수는 근래 글로벌 양산차 기업에서 보기 힘든 대규모 투자다. 미국 포드가 SK이노베이션과 손잡고 지난 28일 공개한 북미 배터리 공장 신설 투자액은 10조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포드와 SK이노베이션은 미 배터리 공장 3곳을 신설할 계획이다.


GM, BMW 등 배터리 연구 시설 투자


자동차 기업의 배터리 생산 '쩐의 전쟁'의 막이 올랐다. 1, 2위 기업을 필두로 자동차 기업의 배터리 자체 생산이 이어질 것이란 게 자동차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포드는 올해 초 전기차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개발 시설에 2000억원 규모를 투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배터리 공장 2개를 짓고 있는 제너럴모터스(GM)도 독자 배터리 생산을 위한 연구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자체적으로 랩을 만들어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배터리 분야)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BMW와 포르쉐도 지난해와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험 생산용 공장과 연구시설에 투자했다. 현대차도 국내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시험용 설비를 갖췄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배터리 자체 생산에 나설 것이란 얘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토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 [중앙포토]

배터리 내재화는 양산차의 숙명


배터리 내재화는 양산차 기업에 있어 숙명이다.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30~40%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양산차 기업이 전기차 전환에 성공해 수익을 내도 배터리 공급사에 이를 나눠줘야만 하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전환 시 양산차 기업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차는 내연기관보다 각종 부품이 30~50%까지 줄어든다. 그만큼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여지가 감소한다.

도요타를 포함한 일본 자동차 기업이 하이브리드 차량에 집착하는 이유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이 더해지기 때문에 각종 부품이 오히려 늘어난다. 일본자동차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토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이달 협회장 자격으로 “2030년 순수 전기차 정책으로 인해 일본은 550만 개의 일자리와 800만 대의 자동차 생산량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제조 목표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아키오 사장의 말 속에는 전기차 전환이 속도를 낼 경우 일반 자동차 산업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전기차 전환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늦추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기업 배터리 내재화 K-배터리 위협 요인


자동차 기업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은 K-배터리 산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당장 폴크스바겐과 도요타는 2030년으로 배터리 양산 시점을 못 박았다. 이에 K-배터리 기업 3곳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을 한·중·일이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 등 양산차 기업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K-배터리 기업 3곳은 양산차 기업과 손잡고 짝 찾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현대차와 함께 미국·인도네시아에서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포드, 현대차와 손잡았다. 삼성SDI는 스텔린티스와 BMW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자체 생산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양산차 기업과 손잡고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하면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IHS마킷]


배터리 시장 확장 전략의 변수는 중국이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CATL의 올해 누적(1~8월) 공급량은 49.1GWh(기가와트시)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0.3%를 차지했다. 글로벌 2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누적 공급량은 39.7GWh로 시장점유율은 24.5%였다. 세계 1위 전기차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이 K-배터리를 위협하고 있는 구도다.

전문가들은 자동차 기업의 배터리 내재화 선언은 K배터리에는 중대한 위험이라고 지적한다. 차두원 모빌리티연구소 소장은 “자동차 기업의 자체 배터리 생산 선언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새롭게 등장한 브랜드 전략”이라며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기업이 리튬이온 분야에선 앞서가는 만큼 내재화 선언이 눈앞의 위험은 아니지만 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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