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 낭만주의 문예동인지, 메타버스를 말하다

화성시민신문 박정은 2021. 9. 2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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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홍사용문학관, 계간 <백조> 가을호 발간.. "시야 확장 시도"

[화성시민신문 박정은]

 계간'백조' 2021년 가을호
ⓒ 화성시민신문
한국 근대 낭만주의 문학 운동을 선도했던 문예동인지 <백조>(1922)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계간 <백조>의 2021년 가을호가 출간됐다. 

노작홍사용문학관(관장 손택수)이 발행하는 계간 <백조>는 1기 기획위원회 뒤를 이어 김대현, 안현미, 희정으로 구성된 2기 기획위원회 체제로 운영된다.

<백조> 가을호의 특집에 해당하는 새로운 꼭지의 이름은 '너머'다. 너머는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딛고 있되 시선은 그 너머를 바라보겠다는 2기 기획위원회의 바람이 담긴 명명이다. 너머의 첫 번째 주제는 '메타버스'이다.

최근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세계, 이른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가 집중되고 있다. 여러 분야의 작가에게 메타버스에 대한 현실과 전망에 대한 주제의 글을 청탁해 실었다. 

너머 : 메타버스

정유진 작가는 공간을 뛰어넘는 공간을 사유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의 조각들과 함께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만날 것인가'는 산문을 통해 현실을 초월한 또 하나의 소통공간으로서 메타버스에 대해 주위를 환기시킨다.

강유정의 '이미 오래된 미래-21세기 유행병과 메타버스'는 이번 기획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총론의 성격을 가지는 글이다. 메타버스의 개념과 의의, 종류를 조망하고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서사본능과 결합한 메타버스의 가능성, 메타버스의 개념에 내재된 한계를 짚어준다.

박정훈의 '가상세계와 노동-기술주의적 환상에서 벗어나야'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디지털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산과 소비에 주목하여 가상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간극을 메꾸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의 가혹한 현실이 기술주의의 환상에 의해 어떻게 은폐되고 기만하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박석태의 '메타버스와 예술이 만나는 방식'은 본인의 경험과 연동하여 기술의 발달과 매체의 변화사를 회고하는 한편, 근미래의 예술이 어떻게 가상공간에서 나라는 실재감을 획득해 메타버스와 융합하고 이를 통해 기존 예술을 개조하는 재매개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강정의 '누가 나를 영화 속 한 점 화소로 다루고 있는가'는 근대 이후 도구적 이성에 의해 발견된 요지부동하는 자아의 개념이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 또 다른 자아들로 분열되어 총체성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서로를 파편적으로 인식하는 상황에 대해 진단한다. 

모두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대한 우리의 시야를 넓혀 줄 귀중한 평문들이다.

젠더와 세대, 지역을 아우르다

창작도 풍성하다. 시는 권민경, 백무산, 신미나, 이설야, 안영선, 정대구, 조창규, 황인찬 등 시인이 작품을 보내 백조 가을호에 실었다. 

특히 이번 가을호에는 젠더와 세대, 지역을 아우르며 각자가 마주하는 삶의 깊이를 응시하고 있는 귀중한 작품들도 실렸다. 

소설은 정지아, 최정화 소설가의 작품이 수록됐다. 역사의 비극을 기저에 두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웃 간의 다툼에 해학을 담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정지아의 소설과 SF의 형식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역전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서늘한 시선으로 되돌아보게 하는 최정화의 소설 모두 수작이다. 

외면하고 불편한 현실을 조명하다

이번 호부터 신설된 현장은 기획위원회의 의지를 보여주는 코너다. 현장은 모두가 의식적으로 외면한 불편한 현실을 르포의 형식을 통해 조명함으로, 현재 우리의 가장 아픈 지점이 어디인지를 알려준다.

심아정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계류된 미등록 이주민, 난민신청자 등의 비참한 일상을 성실한 취재와 기록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한다. 최근 아프가니스탄 사태 및 난민 수용 논의와 관련해 읽을 것을 추천한다. 

딥포커스는 프레임 안의 사물들에 동등한 초점을 부여하는 촬영 기법을 의미한다. 기존 리뷰란의 성격을 잇는 이 코너는 이전까지 제대로 주목받지 못한 주변의 문화현상들에 대해 초점을 부여하여 우리의 시야를 확장하려는 시도다.

허윤은 넷플릭스 등 이른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ver The Top, OTT)를 중심으로 제작된 여성서사들을 페미니스트의 시선으로 다시 쓰기와 다시 보기에 대해 말한다. 성윤석은 지역에 거주하는 시인들이 펴낸 합동시집 <시골시인 K>에 대한 리뷰를 통해 지역의 문학장에서 활동하는 시인의 눈으로 지역에서 문학하기의 현실에 대해 토로한다.

올해로 스물한 번째를 맞는 노작문학상 수상작은 시선의 깊이를 가진 시인으로 평가받는 유병록 시인의 <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창비 2020)이다. 심사평에서 언급한 대로 묵직하면서도 정제된 슬픔과 작가 의식의 진정성을 가진 우리 시대의 시인이다.

본 호에는 수상 시집에 수록된 대표시와 시인의 자선시 각 5편 및 수상소감과 함께 21회 노작문학상 심사평, 나민애의 작품론, 안현미의 수상자 인터뷰 등이 수록됐다. 

손택수 노작홍사용문학관장은 "가을호 <백조> 계간지를 통해 시인의 세계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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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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