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이다를 집에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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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
▲ 애플사이다 만드는 중 |
ⓒ 김정아 |
이 애플 사이다 만드는 방법을 간략히 설명하면, 사과를 으깬 후에 즙을 짜고, 그 즙을 실온에서 일주일간 1차 발효시킨 후,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하여 다시 석 달 정도 2차 발효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병에 넣는데, 그대로 계속 숙성시키면 더 맛이 좋다. 와인과 비슷한 방식으로 하되, 사과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 애플 크러셔(apple crusher) 사과를 으깨는 도구이다. 떡갈나무로 만들어졌다 |
ⓒ 김정아 |
떡갈나무(Oak tree)로 만들어져서 무겁고 튼튼한 이 도구는 일 년에 한번씩만 사용하니, 사용할 때에 꼼꼼히 세척하여 준비한다. 이 과정은 절대 실내에서 작업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므로 작업은 밖에서 할 수밖에 없다.
▲ 사과 으깨는 통 안의 모습. 작은 나사못이 일정하게 박혀있다 |
ⓒ 김정아 |
밑에 있는 드럼통에는 망사로 된 주머니를 끼워주고, 으깨진 사과는 그곳으로 떨어져 모이게 된다. 처음 구매했을 때에는 남편이 미처 망사주머니 생각을 못했고, 그래서 착즙 하려는 순간 사과가 다 빠져나오는 바람에 엄청 고생을 했다고 했다. 이제는 노하우가 완전히 쌓이고 몸에 배어서 단계별 준비가 척척 이루어진다.
내가 맨 처음 봤을 때에는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서 구경만 했는데, 남편이 과도로 혼자 사과를 잘라서 넣었더랬다. 혼자 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는 남편은 원래 그냥 알아서 척척 다 한다. 세척부터, 절단, 으깨기, 짜기까지...
▲ 사과를 잘라서 틀에 넣는 모습 |
ⓒ 김정아 |
▲ 애플사이다를 만들기 위해서 사과를 씻고 자르는 과정 |
ⓒ 김정아 |
씻을 때에는 이렇게 세 개의 양동이를 놓고, 한쪽에서 씻어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여러 번에 나눠 세척한다. 자연농법 사과이기 때문에 농약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세제는 절대 쓰면 안 된다. 사실 사과 껍질에 자연스럽게 묻어있는 이스트가 발효 작용을 하는 것이므로, 그저 먼지와 흙을 떼어낸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씻으면 된다.
▲ 으깬 사과가 드럼통 안에 가득하다 |
ⓒ 김정아 |
▲ 으깬 사과로 즙을 내고 있다. 밑에 받친 피쳐로 사과즙이 모인다. |
ⓒ 김정아 |
위에 누름판을 얹어놓고 돌리면서 압력을 가한다. 그러면, 살짝 기울어진 받침대의 앞쪽으로 주스가 흘러나오고, 그 가운데 있는 작은 홈으로 떨어진다. 아래에는 큰 피쳐를 받쳐놓고 즙을 받아서 발효용 통에 옮긴다.
▲ 애플크러셔서 사과를 으깨어 낸 사과즙. 이 발효통에서 일주일간 발효시킬 예정이다 |
ⓒ 김정아 |
▲ 사과즙 찌꺼기를 꺼내고 있다. |
ⓒ 김정아 |
남은 사과 찌꺼기는 비료 만드는 통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음식 찌꺼기는 언제나 좋은 비료가 된다. 하지만 사실 이 찌꺼기에는 아직도 사과향과 좋은 성분이 많기 때문에, 이것을 이용해서 식초를 만들 수도 있다.
작년에는 으깨기만 한 사과로 식초를 만들었지만, 올해는 재활용 차원에서 착즙하고 남은 사과를 가지고 식초를 만들기로 했다. 요새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는 애플 사이다 비니거를 만들 수 있다.
드디어 으깨기 작업 완료! 마지막 남은 사과 찌꺼기까지 깨끗하게 정리하고, 통들도 다 씻어서 엎었다. 바깥에서 종종거린 시간이 4시간 정도 걸렸다. 어찌 보면, 뭐하러 이렇게 고생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식으로 친다면, 김장한 거 같은 기분이랄까? 그냥 하나의 연중행사 같은 것이다.
구부정하게 사과를 썰었던 나도 허리가 아픈데, 계속 무거운 거 나르고 사과 으깬 남편은 더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러나 시종일관 서로 웃고 장난쳐가면서 재미나게 했다. 어디 가서 애플 사이다 만들기 체험을 한다고 생각한다면 돈 내고도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면 좀 더 이해가 쉽다.
이제 첫 과정이 끝났다. 발효통 하나 당 22리터의 애플 사이다용 사과즙을 담아주고 , 매일 저어주며 발효 과정을 지켜볼 것이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설탕이나 이스트를 추가하여 발효를 촉진시키기도 하고 계피나 정향 같은 향신료를 넣기도 한다. 시판되는 애플 사이다에는 보존제와 탄산제도 들어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그대로 그 맛을 살려 천천히 애플 사이다를 만들 것이다. 느림의 미학을 살려서 말이다.
▲ 발효통에 담긴 사과즙. 오른쪽에 건더기가 보이는 것은 식초를 만드는 중이다 |
ⓒ 김정아 |
*다음 편에서는 발효 과정을 통한 애플 사이다와 사과 식초의 완성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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