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위 뭉쳤는데 3위가 승리..기시다 필승인 '선거의 법칙'
"윤석열과 홍준표가 손을 잡았는데, 유승민이 이겼다?"
29일 실시된 일본의 자민당 총재선거 결과를 조금 확대 비유하면 그렇다. 전 국민 대상, 혹은 자민당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와의 큰 괴리 때문이다.
지난 3일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재선에 나서지 않을 뜻을 밝힌 직후(4~5일) 교도통신이 '누가 차기 자민당 총재로 적합한가'를 물은 여론조사 결과 1위는 고노 다로(31.9%), 2위는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26.6%), 3위가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18.8%)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4.0%로 5위였다. 이후 2위 이시바는 출마를 포기하고 고노 지지를 선언했다. 여론조사 1,2위 후보를 합한 지지율은 58.5%. 3분의 1에도 못미친 기시다가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선거 기간 중 바람이 바뀌어 그렇게 됐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선거 막판인 23~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고노는 46%로 기시다(17%), 다카이치(14%)를 압도적으로 앞섰다. 여론조사 대상 범위를 좁혀 자민당 지지층에 국한해 보더라도 고노(51%), 다카이치(19%), 기시다(18%)였다. 마이니치신문의 25일 조사도 마찬가지. 전 국민 대상은 고노(45%), 기시다(18%), 다카이치(18%)였고, 자민당 지지층은 고노(47%), 다카이치(28%), 기시다(18%) 순이었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그 어떤 조사도 기시다와 다카이치를 합해도 고노를 넘어서지 못했다.
결국은 자민당 총재, 바꿔 말해 새 총리를 뽑는 선거 규정이 현역 국회의원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게 돼 있기 때문이다. 1차 투표에는 국회의원 382표, 지방 당원 및 당우 382표로 50%씩 같지만 과반 후보가 없어 1,2위가 다투는 결선투표에선 국회의원 382표, 지방 당원 47표로 바뀐다. '국민이 좋아하는 총리'가 아닌, '국회의원들이 좋아하는 총리'가 뽑히게 되는 구조다.
1차 선거에서 지방 당원 및 당우 표의 44.2%(169표)를 차지하며 기시다(28.8%)를 크게 앞선 고노 후보는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후보가 총재가 되는 게 맞다"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결선투표에서 국회의원들은 철저히 '반 고노'쪽으로 표를 모았다. 257대 170. 1955년 자민당 창당 이래 66년 간 지속돼 온 파벌정치, '민의와 괴리된 정치'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결과다.
김현기 도쿄총국장 겸 순회특파원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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