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요원들 귓속 '딸깍딸깍' 공포..발칸서 신경공격 또 당했다

정영교 입력 2021. 9. 29. 13:14 수정 2021. 9. 2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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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모습. 번스 국장의 이달 초 인도 방문 당시 수행팀원 중 한 명이 아바나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미국 외교관과 첩보요원들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바나 증후군' 공격이 잇따라 보고돼 미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관리들을 인용해 미 중앙정보국(CIA)이 최근 발칸반도에 위치한 세르비아에서 근무하던 첩보요원을 대피시켰으며, 이들은 아바나 증후군으로 알려진 신경학적 공격과 일치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아바나 증후군이란 지난 2016년 말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 사이에서 처음 발생한 정체불명의 증상을 말한다. 이들은 이명에 가까운 이상한 소리 또는 지속해서 딸깍거리는 소리를 들은 뒤 원인 모를 현기증, 두통, 피로, 메스꺼움, 인지장애, 기억력 감퇴 등에 시달렸다. 미국은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이 증상을 쿠바 수도 아바나의 이름을 따 '아바나 증후군'이라고 부르고 있다.

발칸반도 지역에서 아바나 증후군 증상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WSJ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국의 외교관과 첩보요원을 겨냥한 공격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가장 최근의 아바나 증후군 공격 사례"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CIA는 최근 오스트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발생한 유사 사건의 부실 대응을 이유로 오스트리아 빈 지국장을 소환했다. 전·현직 외교관들은 세르비아뿐 아니라 인도와 베트남에서도 최근 아바나 증후군으로 의심되는 공격 사례가 발생했다고 WSJ에 전했다.

이 사안에 대해 미국 정부에 조언을 하고 있는 제임스 지오다노 조지타운대 신경과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60일에서 90일 사이에 미국과 세계 전역에서 많은 사례가 보고됐다"며 "해당 사례들은 검증된 건강 지표를 가진 유효한 보고"라고 말했다.

WSJ는 최근 일부 공격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위층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 초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의 인도 방문 당시 수행팀원 중 한 명이 아바나 증후군과 일치하는 증상을 보여 치료를 받았고, 지난 8월에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중 하노이에서 관련 징후가 포착돼 그의 베트남 출발 일정이 수 시간 지체됐다. 당시 미국 정부가 사용한 '건강 관련 이례적 사건(anomalous health incident)'이란 표현은 '아바나 증후군'을 공식적으로 지칭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이런 사건이 빈발하면서 국무부와 CIA 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일부 외교관과 정보 요원들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해외 근무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2018년 모스크바 방문 이후 아바나 증후군에 시달리다 2019년에 은퇴한 전직 CIA 요원 마크 폴리메로풀로스는 WSJ에 "지금은 적신호가 깜빡이는 상태"라며 "VIP 순방과 관리들의 해외 방문이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WSJ는 "첫 증상이 나타난 지 5년이나 지났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도 이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 어떤 메커니즘이나 장치가 사용되고 있는지 파악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러시아를 공격의 배후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해 드러난 증거가 없는 것은 물론 러시아 당국도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NASEM)은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피해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극초단파를 포함한 고주파 에너지 공격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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