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징어게임' 이정재 "달고나·징검다리 장면, 쉽지 않았죠"

이이슬 2021. 9. 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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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확실히 오징어가 됐죠.” 배우 이정재는 ‘오징어게임’에서 456번을 달고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다. 돈이 없어 아빠 노릇, 아들 노릇 한 번 못하는 기훈은 헝클어진 머리에 모자를 눌러쓴 채 경마장으로 향한다. 소외된 노인을 살뜰히 챙기고 애원하는 이의 목소리도 외면하지 못하는 인물. 기존에 연기해온 때깔 좋은 캐릭터와는 분명 다르다. 그를 처음 본 해외 시청자들은 “송강호 같은 연기파 배우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우도 대중도 만족시킨 연기 변신이다.

이정재는 29일 오전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비대면 인터뷰에서 “일상 속 흔히 볼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다”며 “작품을 만나 반가웠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여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도가니'(2011), '남한산성'(2017) 등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아 2008년부터 구상해온 작품이다.

이정재는 다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된 후 인생이 바닥을 치고 있을 때 우승상금 456억 원을 준다는 말에 끌려 비밀스러운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성기훈으로 분한다.

왜 출연했을까. 그는 “나이가 들어가며 악역이나 센 역할밖에 안 들어오더라. 최근 긴장감 넘치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는데 조금 다른 모습과 연기를 보여드리면 어떨까 싶을 때 ‘오징어게임’을 만났다. 기훈 역할을 제안받고 반가웠다.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남자 역할을 오랜만에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기훈은 목숨을 건 서바이벌 속에서 생존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는 다른 인물들과 달리 따뜻한 마음씨가 돋보이는 캐릭터다. 이정재는 기훈의 선택과 행동이 이해됐다며 “인간미가 넘치는 모습이 귀여웠다”고 말했다. “생활 연기가 가장 힘들다. 매 게임 극한 상황에서의 감정 표현과 수위에 대해 고민했다. 특히 뽑기 게임에서 달고나를 핥는 장면에서는 ‘이렇게까지 핥아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는 “성인들이 어린 시절 즐긴 게임을 서바이벌로 한다는 설정이 공포로 다가왔다. 게임에 참가한 다양한 사람의 애환과 고충이 시나리오에 잘 녹아있었고 과장되지 않게 1부부터 조금씩 쌓아갔다. 엔딩에 이르렀을 때 폭발한다는 점에서 다른 서바이벌 영화와 차별된다”고 어필했다.

유리 징검다리 장면을 촬영하며 가장 공포를 느꼈다는 이정재는 “각 게임의 스케일에 놀랐다. 거대 인형 앞에서 456명이 뛰어다니거나 줄다리기 장면 등 촬영장에 갈 때마다 규모에 놀랐다. 세트장도 잘 구현되어서 촬영에 앞서 살펴보곤 했다. 제작진이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했다”며 “유리 징검다리 장면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 실제 1~2m 높이에 강화유리를 깔았다. 안전하니 걱정하지 말고 뛰라는데 발에 땀이 나서 자꾸 미끄러졌다. 남성과 여성 연기자가 뛸 수 있을 정도로 간격을 다시 맞추고 또다시 조절해가며 뛰었다”고 떠올렸다.

‘오징어게임’에는 옥에 티가 있다. 기훈이 오일남(오영수 분)과 대화를 나누며 도시락을 먹는 장면. 빈 숟가락으로 식사를 하는 뒷모습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정면에서 찍을 때는 열심히 먹었는데, 등만 보이다 보니 제가 잘 안 나온다고 생각해서 요령을 좀 피웠던 거 같다. 첫 테이크 촬영할 때는 열심히 먹지만 다섯 번째쯤이면 배가 부르기 시작한다. 제가 잘 먹는 것으로 보여 편집하시면서 모르셨나 보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실제 456억 상금이 생긴다면 어떤 결정을 하겠냐고 묻자 이정재는 “저라면 당연히 기부할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갑자기 생긴 돈이라면 주저 없이 결정할 거 같다”고 답했다.

이정재는 ‘한국의 연기파 배우’라는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을 언급하자 호방하게 웃었다. 그는 “누군가 SNS에 ‘이정재가 이런 것만 하는 배우는 아니에요’라며 제 다른 사진을 잔뜩 올려놓으셨더라. 그걸 보며 한참 웃었다”며 “배우는 개인이 어떤 모습으로 비치는지보다 캐릭터를 보고 저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지 궁금하게 하는 게 좋다고 본다. 기훈 역할 만큼은 잘했다, 그렇게 봐주신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 1020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2000년대 태어난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정재의 데뷔 초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드라마 '모래시계' 재희까지 소환되는 분위기에 관해 물으니 “보는 재미가 있더라”며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세월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꼈다”며 웃었다. 이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많은 캐릭터를 했는데 지금 보면 재미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나영석 PD는 이정재, 정우성과 함께 ‘삼시세끼’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힌 바. “가장 도회적인 두 배우와 예능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며 10년째 기획 중이라는 사실을 어필하기도 했다. 이를 언급하자 이정재는 “꿈은 이루시려면 우리 회사(아티스트컴퍼니)로 오십시오”라고 재치 있게 말했다.

이정재는 프론트맨을 연기한 이병헌과 시즌2에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이병헌과 데뷔했을 때부터 친했다. 같은 소속사에 몸담기도 했고. 친분이 남다르다. 활동하며 함께 연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징어게임’에서 만나게 됐다. 특별출연을 해주셔서 딱 한 장면 만나게 됐지만 시즌2가 나온다면 함께 작업하고 싶다. 만약 2편에 제가 나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사진=넷플릭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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