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동반 경기둔화..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금융시장 쇼크
파월 "인플레 예상보다 장기화"..美 부채한도 증액 협상 결렬
글로벌 영향에 韓 증시도 급락..전문가 "추가 급락은 없을듯"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이민지 기자] 미국 3대 지수가 국채금리 급등 여파로 급락세를 보이자 29일 국내 증시도 미국 증시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내림세를 지속했다. 전일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금리상승 우려를 비롯해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지연, 중국의 전력난에 따른 글로벌 생산차질 등 악재성 재료를 복합적으로 반영하며 급락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반도체 장비 업황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8% 하락했다.
스테그플레이션 재연하나
미국의 경기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중국마저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이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급속히 퇴색하고 있다. 전력난으로 중국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은 1970년대 오일 쇼크로 세계 경제가 불황에 빠졌던 스태그플레이션 시대의 재연이 될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경기 회복을 지연시킴으로써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는 3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고 유럽에서도 전력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천연가스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에너지 비용이 치솟고 있다. 블룸버그 원자재 지수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식료품 가격도 치솟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매달 발표하는 세계 식료품 가격 지수는 지난 1년간 33% 올랐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20% 오르면 최소 5500억달러 규모의 비용이 발생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날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공급망 혼란과 기업의 구인난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물가 고공행진도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경제가 동시에 둔화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6.4%에서 6.0%로 낮춘 뒤 이달 초 5.7%로 재차 하향조정했다. 주요 투자은행들은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경제 성장률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애초 각국 중앙은행들은 백신 보급 확대에 따른 가파른 경기 회복으로 올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며 따라서 양적완화 등 경기 부양 조치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긴축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이미 중앙은행인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행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물가 급등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Fed는 11월 테이퍼링 시행을 예고했다. 영국에서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2023년이나 돼야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던 미국에서도 내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도이체방크의 짐 라이드 투자전략가는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중앙은행의 긴축 행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추가 급락 가능성 낮아… 성장주 투심 약화"
국내 증권가에선 급락세가 지속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를 끌어내린 악재성 재료를 전일 선반영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급락 가능성은 낮다"며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의 경우 과거의 사례를 보았을 때 단기 정치 노이즈에 불과했음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성장주에 대한 투심은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금리 상승 국면에서 주식시장은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현재 시장은 금리 방향성보다 속도에 부담을 크게 느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은 성장주 중심으로 투심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성장주 대비 가치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발표 기간이 시작되면서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가치주에 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친환경과 콘텐츠 업종을 중심으로 한 중소형 성장주가 오름세를 보이겠지만 시기적으로 투자 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차익실현에 나서는 투자자들의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뜯지도 않은 택배만 2억원 어치…퇴직 후 쇼핑중독에 빠진 60대 여성 - 아시아경제
- 장모와 해외여행 다녀온 승무원 아내…삐친 남편은 "우리 엄마는?" - 아시아경제
- 혐한발언 쏟아내던 장위안, 한국 와선 "본의 아니었다" 태세전환 - 아시아경제
- 유모차 끌다 얼음 든 컵을 카페앞에 '촤악'…"어머니, 애들이 보고 배워요" - 아시아경제
- 한국인만 알게끔 외계어로 쓴 리뷰…챗GPT에 돌려보니 "이게 되네" - 아시아경제
- "반려견 출장안락사 안 되는데"…강형욱 해명에 수의사들 '갸우뚱' - 아시아경제
- 미리 받은 돈이 무려 125억…김호중 공연강행 이유였나 - 아시아경제
- "여자 혼자 산에 오면 안돼"…여성유튜버 나홀로등산 말린 중년여성 - 아시아경제
- "수능 1등급 4800명 모두 의대갈 수도"…이준석, 서울대 강연 - 아시아경제
- 1억 때문에 친구를 잃을 순 없다…약속대로 당첨금 나눈 미국 남성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