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꼬리에 꼬리를 무는 화천대유

이경호 2021. 9. 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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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선 화천대유 당사자들의 말, 즉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 화천대유는 대단한 회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화천대유의 초대박 신화는, 지금까지 드러나고 하루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 여러 의혹과 정황을 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운이 좋았다'라거나 사명처럼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었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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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선 화천대유 당사자들의 말, 즉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면, 화천대유는 대단한 회사임에 틀림없다. 부동산 경기가 그리 좋지 않았던 시기에 그간 법조계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끼리 적은 돈이지만 고위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런 사업에 수백억원의 운영비도 쉽게 조달했다. 직원 가운데는 고위층 지인들의 자녀도 있었다. 내 주머니에서 푼돈을 넣었는데 (물론 열심히 일했을 것이다) 시대를 잘 만나 수백억, 수천억원을 벌었다. 6년 다닌 국회의원 아들인 직원이 산재를 당하자 퇴직금 5억원 포함, 50억원을 줬다. 1인당 퇴직금 계약액이 5억원이다. 희망퇴직의 최고봉이라는 금융권의 20년 이상 근속자보다 많다.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은 아파트도 분양받아 수억원을 앉아서 벌었다.

하지만 화천대유의 초대박 신화는, 지금까지 드러나고 하루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 여러 의혹과 정황을 보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운이 좋았다’라거나 사명처럼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었다’는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초대박 신화를 만들고 누린 이들이 철저하게 ‘그들만의 리그’ ‘이너서클’로 이루어졌다. 위험을 알 길 없는 고위험 부동산 사업에, 사명조차 낯설고 생소한 곳에 전 대법관, 전 특검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력자들이 고문으로 일했다. 3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부 그들의 자녀는 그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는 "좋아하던 형님들이고 정신적, 심리적으로 많은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라고 했다. 정신적, 심리적 조언에 한 달 수백에서 수천만원의 고문료가 지급됐다. 법조인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주요한 지위에 있는 것은 전문성, 공정성, 청렴성을 인정하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관이나 특검처럼 고위직을 지낸 이들일수록 그런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크다 보니 실망도 클 수밖에 없고 의혹은 더 커진다. 사안이 사안이고 정황이 정황인 만큼 ‘해명’을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렵다.

결국 화천대유와 천하동인 1∼7호 주주들과 이들과 연루된 인사들이 누구와, 언제, 어디서, 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육하원칙으로 파봐야 한다. 내사 종료(10월)를 앞두고 뒤늦게 속도전에 나선 경찰은 경기남부청으로 수사를 일원화했다. 고소장과 고발장이 쌓이고 있는 검찰도 이제서야 서울중앙지검이 등판했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고발사주 의혹’을 파고 있다.

이경호 사회부장

대선정국이라는 시기와 사안의 파급력, 수사력의 노하우 등을 감안하면 모든 초점은 서울중앙지검에 모일 것이다. 여당은 야당을 향해, 야당은 여당을 향해, 한 캠프는 다른 캠프를 향해 검찰의 칼 끝이 매서워지길 바란다. 내편은 놔두고 남의 편은 먼지털이식, 쌍끌이식, 저인망식 수사를 해달라는 기대다. 결과를 놓고는 또 ‘검찰불신 vs 검찰신뢰’로 찢어질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 일가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검찰개혁이 휘몰아쳤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윤석열 검찰에서 김오수 검찰로 바뀌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말처럼 "검찰이 신속하게, 치우침 없이 진상규명을 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 것이다. 그대로만 되면, 정권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을 보여줄 기회다.

이경호 사회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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