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할리우드 영화 '푸른 호수' 사례 도용 논란.. 보이콧 움직임도
[황상호 기자]
영화 <미나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국계 할리우드 영화가 국내 개봉 전 사례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뒤늦게, 영화사와 감독도 대응에 나섰다.
미 현지에서 한국계 입양인의 가슴 아픈 사연을 담은 영화 <푸른 호수(Blue Bayou)>를 상대로, 상영 중단 서명 운동과 함께 해시태그 보이콧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영화 <푸른 호수>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됐으며 제74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바 있다.
▲ 영화 <푸른 호수> |
ⓒ 유니버설 픽쳐스 |
영화 <푸른 호수>는 한국계 할리우드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저스틴 전이 감독과 각본,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주인공인 한국계 입양인 안토니오가 30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가 이민세관단속국에 붙잡혀 한국으로 강제추방 당하는 줄거리다. 주인공은 어릴 적 양부모에게 학대를 당했으며 임신한 아내를 두고 외딴 나라 한국으로 추방당해야 하는 위기에 처해 있다. 영화는 지난 17일(현지 날짜)부터 미 전역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일 한국계 추방 입양인인 아담 크랩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날 선 비판을 하고 나섰다. 그는 "나는 수익이나 수상, 눈물을 짜내기 위해 만들어진 할리우드 캐릭터가 아니다.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포스팅을) 공유 해달라"며 영화 <푸른 호수>가 자신의 이야기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영화 제작사에 자신의 이야기를 쓰도록 동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저스틴 전이 입양인 추방에 관한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아주 실망했다. 그는 처음부터 아이디어를 정해 놓은 것 같았고 의견이 아니라 동의를 받으려는 것 같았다"고 썼다.
▲ 아담 크랩서 페이스북 |
ⓒ 황상호 |
그는 또 "영화는 바로 영화제에 출품됐고, 입양인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며 "고통을 겪은 사람은 그들이 준비됐을 때 그들의 이야기를 할 존엄성이 있다. (중략) 나는 저스틴과 그의 팀에게 할리우드 야망을 위해 다른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이용하는 것을 멈출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진실을 말하라"고 주장했다.
입양인 권익 활동가 "보이콧"... 상영 중단 온라인 서명 시작
영화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입양인 당사자들이다. 미 현지에서 입양인 권익 활동 '정의를 위한 입양인(Adoptees for Justice)' 캠페인을 주도하는 비영리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협의회(NAKASEC)는 21일 성명을 발표하며 "저스틴 전 감독이 우리 커뮤니티 멤버의 삶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 웹페이지 Change.org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이콧 캠페인 |
ⓒ 황상호 |
한인 입양인이자 미주한인봉사교육협의회 사무국장인 베키 벨코어는 성명서를 통해 "아담 크랩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각색해도 된다고 동의를 한 적이 없을뿐더러 권리를 양도한 적이 없다"며 "영화 속 주인공 안토니오의 이야기는, 아담 크랩서가 입양된 나이, 추방 당시 아내가 임신했던 사실, 배우자의 전 남편과 사이에 있었던 딸을 친자식처럼 아끼는 모습, 새아버지의 폭력 등 아담 크랩서의 삶과 구체적으로 닮아 있다"고 말했다.
▲ 미주한인교육단체협의회(NAKASEC) 인스타그램 |
ⓒ NAKASEC |
저스틴 전 측 "여러 입양인의 기사를 참고했다"
지난 8일 NBC 뉴스 보도에서 저스틴 전은 영화를 위해 여러 입양인 뉴스 기사를 꼼꼼히 조사했고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아담 크랩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입양인 단체가 영화 보이콧에 나서자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28일(현지날짜) NBC뉴스에 따르면, 저스틴 전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13명의 입양인과 한국계 변호사가 참여했고 영화 모든 초안에 대해 핵심적인 입양인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또 영화 <푸른 호수>는 한 사람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입양인에 대한) 비인간적인 정책을 알게 되었고,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영화가 입양인에 대한 관심을 계속 불러 일으켰으면 좋겠다"라며 영화 제작 취지에 대해 호소했다.
▲ 영화 <푸른 호수> |
ⓒ 유니버설 픽쳐스 |
저스틴 전은 영화 <트와일라잇>에 출연해 주목을 받은 뒤 2014년 감독으로 데뷔해 영화 <국> <미쓰퍼플> 등 한인 이민자의 정체성을 그린 영화를 제작해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입양인 아답 크랩서는 1979년 3세 때 미국으로 입양된 뒤 양부모의 학대와 폭력을 겪다 16세 때 노숙자 신세가 됐다. 양부모가 시민권 신청을 하지 않아 불법체류 상태로 있다가 2016년 37년 만에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때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2015년 11월 MBC <다큐스페셜>과 이듬해 MBC 휴먼 다큐 <사랑>을 통해 그의 사연이 전파를 타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10월 1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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