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과 설수대 인터뷰]시안이는 축구선수 꿈, 서열 1위 엄마는 반대 ^^;

박린 2021. 9. 2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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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과 설아·수아·시안 인터뷰
유튜브 '대박 패밀리' 26만명 구독
'이동국 FC' 유소년 축구교실 열어
최근 설수대 '힘을 내요' 음원 발표
눈 뜨자마자부터 심심할 순간 없어
아이들 행복한 걸 하기 위한 서포트
시안이가 월드컵 나가면 신기할듯
인천 송도의 축구교실에서 만난 이동국과 설아, 수아, 시안(오른쪽부터). 장진영 기자

“근데 아빠는 백수야?”(이수아) “전(前) 축구 선수지~”(이설아) “백수라니~ 백수였지. 아빠는 여기 축구 교실 대표야, 사장! ‘사장님~’ 해봐.”(이동국)

지난해 은퇴한 축구 스타 이동국(42)이 ‘쌍둥이 딸’ 설아와 수아(이상 8세)를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오남매 중 설아와 수아, ‘대박이(태명)’ 시안(7)이는 함께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설·수·대’라 불린다. 이동국과 아내 이수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대박 패밀리’ 구독자는 26만 명이 넘는다.

지난 23일 이동국과 ‘설수대’를 인천 송도에서 만났다. 이동국은 이곳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축구 교실을 냈다.

이동국은 오남매를 둔 ‘다둥이 아빠’로 유명하다. 이날 인터뷰에는 쌍둥이 딸 재시·재아(14)가 참가하지 못했다. 테니스 훈련과 수업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어린이 세 명과 인터뷰하는 건 정신이 혼미해질 만큼 힘든 일이었는데, 아빠 이동국은 매우 익숙하다는 듯 여유 있게 말을 이어갔다.

인천 송도의 축구교실에서 만난 이동국과 수아, 시안, 설아(시계 방향). 장진영 기자

-축구 교실 유니폼에 사자가 그려져 있네요. 동국: 축구 교실 이름으로 ‘라이언 킹’을 고민하다가 ‘이동국 FC’로 결정했어요. 유니폼 디자인은 이상봉 디자이너 도움을 받았죠.

-아빠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 같아서 ‘라이언 킹’이라 불렸거든요. 여기, 아빠 젊었을 때 사진 보니 어때요?

설아: 우와. 사자 같아요. 아빠 젊었을 때는 머리 긴 게 유행이었어요? 수아: 옛날에는 저런 게 유행이었대. 동국: 수아는 옛날에 있어 봤어? 모르잖아(웃음) 시안: 근데 아빠, 스무살 때 월드컵 나갔어요? 그래서 등 번호가 20번이에요? 우리 아파트도 이사하기 전에 20층이었는데.

-스무살 때 월드컵 나갔고, 마흔살 넘을 때까지 뛰었던 아빠가 작년에 은퇴했어요. 관중석에서 ‘오오렐레(전북 응원가)’를 부르지 못해 아쉽지 않아요? 수아: 아빠가 평생 은퇴 안 했으면 했어요. 동국: 아빠가 은퇴해서 여기서 너희들도 가르쳐줄 수 있는 거야. 아니면 못 가르쳐 줘. 시안: 근데 아빠는 은퇴하고도 왜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요? 어디 갔다가 오는 거예요? 동국: 축구도 하고, (예능 프로그램) 촬영도 하고. 아빠도 집에서 너희들과 같이 있고 싶지. 그래도 함께 하는 시간이 더 늘었잖아~

-남매가 모두 아빠의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거 같아요.

시안: 설아 누나는 물구나무 선수예요. 전 축구가 1번 됐어요(축구가 가장 좋다는 뜻). 2번은 수영, 3번은 골프, 4번은 테니스. 동국: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여러가지 운동을 해보더니, 몇번 몇번 순서를 정해요.

-시안이 축구 실력은 어때요? 동국: ‘설수대’ 중 가장 좋아해요. 빨리 늘고, 달려들고. 7~8세, 8세, 9세 반에 정원이 부족하면 시안이가 들어가요. 한 클래스가 한 시간씩인데, 세 클래스 모두 해요. 설아와 수아는 한 클래스하고 도망가요. 시안: 아빠~ 나 어제 세 번 연속했죠. 배에 공 맞았는데 안 울었죠~

-‘설수대’는 꿈이 뭐에요? 시안: 전 축구선수요. 진짜로 축구선수가 꿈이에요. 동국: 너 ‘뭉쳐야 쏜다(농구 예능)’ 따라갔을 때는 농구가 1번이라며. 그땐 농구 선수 한다고 했었잖아. 설아: 시안이는 아빠가 하는 거 다 따라 해요.

수아: 전 테니스가 좋아요. 재아 언니는 테니스 선수로 상도 타고 훌륭해요. 동국: 재아 언니는 너 나이 때 아침 먹기 전에 나가서 새벽 운동하고 테니스 쳤어

설아: 전 연기자 하고 싶어요. 우는 연기 잘해요.

-지난 달에 ‘설수대’가 ‘힘을 내요’란 음원을 발표했죠. 최연소 혼성그룹 아닌가요. 동국: 코로나로 모두가 지쳐있는데, 다시 한번 힘을 내자는 마음을 노래에 담았죠. 근데 라이브가 절대 안 되는 가수들이에요. 음원만 있는 가수들. 자기 노래 가사를 까먹는 가수들이 어디 있니? 설아: 아빠도 못하잖아요~ 우리 할 수 있어요. 자~ 시작 (갑자기 노래 시작) 설수대: ‘예쁘게 차려 입고, 예쁜 구두 신고, 예쁜 거리를 걷고 싶어요. 마스크 안 쓰고 맑은 공기 맡고 싶어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싶어요 (중략). 조금만 웃어봐요.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해 질 거에요.’

-오남매라 좋은 점이 뭔가요. 동국: 눈 뜨자마자부터 심심할 순간이 없어요. 아이가 혼자 있는 집은 엄마 아빠가 많이 놀아줘야 하는데, 오남매는 방향만 제시해주면 자기들끼리 잘 놀아요. 밖에서 화장실도 쌍둥이끼리 다녀와요. 수아: 무서울 때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아요. 설아: 수아랑 싸울 때도 있지만, 수아가 절 웃게 해줘서 좋아요.

-식비가 정말 많이 나오겠어요. 설수대: 전 아이스크림이 제일 좋아요. 나도. 나도. 동국: 애들이 한 끼에 고기 10인분 이상 먹어요. 저는 배달 앱 VIP 등급이에요. 요즘 아이들이 주문하면 부모가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더라고요. 수아는 밥 먹을 때 제일 진지하죠. 저와 아내 모두 ‘먹는 데는 아끼지 말자’는 생각이에요.

-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오남매를 홈 스쿨링으로 교육시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설수대: 얼마 전에 장구를 배웠어요. 피아노랑 영어랑 중국어도 배워요. 동국: 홈 스쿨링을 하다가 대안학교를 고민 중이에요. 어릴 때 언어와 악기를 배우면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 못해서 아쉬움 남는 것들을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시안: 근데 아빠는 밤에 책 읽지 말라고 해요. 눈 나빠진다고. 동국: 너무 늦은 밤에는 하지 말라는 거지. 너희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잖아. 얘네 12시 넘어서 자요.

인천 송도의 축구교실에서 만난 이동국과 설아, 수아, 시안(왼쪽부터). 장진영 기자

-이동국 선수는 18살 때부터 K리그 최고 스타가 됐어요. 아버지가 엄청 지극정성인 것으로 유명했죠. 선수 시절 받기만 하다가 지금은 오남매를 뒷바라지하고 키우는 처지가 됐어요. 동국: 아버지는 빠듯한 살림에도 뭐든 해주려고 하셨어요. 전 아버지처럼 꼼꼼하게는 못할 것 같아요. 아버지는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세요. 대부분 저에 대한 내용이고. 아버지 꿈이 ‘이동국 박물관’을 만드는 거였어요. 그래서 트로피들 등을 축구 교실로 다 가져와서 전시하려 해요. 지금껏 쌓아온 추억들을 이곳에 다 쏟아부으려고 해요.

-테니스 선수 재아는 아시아테니스연맹(ATF) 주니어(14세 이하) 랭킹 1위에 올랐어요.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운동하는 딸을 키우는 건 어떤가요? 동국: 얼마 전에 재아 테니스 대회를 가보니 보호자는 못 들어오게 하더라고요. 코로나 시국이라. 설수대도 그렇고 한창 중요한 시기인데. ‘잃어버린 시간’ 같은 느낌이에요. 어떻게 보면 불쌍해요. 학창 시절이 짧은데 추억을 많이 쌓아야 하는데. 다 어른들의 책임 때문이고, 아이들은 피해자죠. 재아는 원래 지금쯤 ITF(국제테니스연맹) 해외 대회들을 찾아다녀야 하는데, 백신도 못 맞고 격리 기간까지 감수할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국내 대회만으로는 동기부여가 안돼 약간 정체기인 것 같아요.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재시는 모델과 디자이너를 꿈꿔요. 옷도 잘 입고 워낙 꾸미는 걸 좋아해요. 연기 학원도 일주일에 한 두 번씩 나가요. 자기가 행복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케이. 필요한 거 있으면 엄마 아빠가 서포트해줄게’란 생각이죠.

-스타 출신 이동국과 오남매, 가족 안의 ‘집안 서열’이 궁금한데요. 설아: 서열이 뭐에요? 아~ 순위. 엄마가 대장. 그다음에 아빠. 재아 언니가 테니스 하니까 3번. 재시 언니가 4번. 5번은 수아 너 해. 내가 6번. 시안이는 꼴찌야. 동국: 아이들 눈에 엄마 아빠가 1~2등이니, 그 서열이 맞는 것 같아요. 아빠를 7등이라고 했으면 무시하는 거니까. 근데 아빠가 7순위 같은데.(웃음)

-축구 선수에서 사업가로 변신했네요(이동국 축구 교실은 다음 달 4일 문을 연다). 축구 교실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요. 동국: 축구만 하다가 비즈니스로 사람들 대하려니, 내가 살아왔던 것과 다른 문제란 걸 느껴요. 이제야 사회생활을 시작한 기분이에요. 전북 골키퍼 출신 홍정남 등이 지도해요. 전 오남매를 키워봤으니, 코치진과 미팅을 통해 방향성을 공유해요. 부모님이 아이를 맡겨 놓고 쉴 수 있게 스크린 골프와 카페도 만들었어요. 골프장 포함해 1000평이 넘는 큰 규모고, 여성 다이어트반도 있어요. 여기서 축구를 배운 아이들이 나중에 전북에 입단한다면 얼마나 뿌듯할까요.

인천 송도의 축구교실에서 만난 이동국의 막내아들 시안이. 장진영 기자

-아빠가 축구 교실을 하니까 어때요.

시안: 코로나 때문에 밖에서 축구할 곳이 없었는데, 하루에 2시간씩 할 수 있어요. 아빠랑 노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아요. 동국: 코로나19 탓에 아이들이 집에서만 소림사처럼 물구나무만 서고. 모든 아이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너무 불쌍해요. 축구 교실이 마음 놓고 뛰어놀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시안이가 아빠 대를 이어 축구선수가 되는 거 아닐까요. 시안: 누나들은 제가 축구선수를 못 할 것 같다고 해요. 설아: 시안이가 아빠처럼 축구장에서 뛰고, 월드컵에 나가면 신기할 것 같아요. 그걸 보면 가슴 졸이면서 볼 것 같아요. 동국: 가능성이 있는지 파악해야죠. 저 나이 때는 실력보다는 좋아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시안이가 축구에 푹 빠졌어요. 달밤에도 슈팅 훈련을 해요. 계속 축구하러 가자고 하는 거 보니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보고 초등학교 3~4학년 때 전문적으로 할지 결정을 내려도 돼요. 한다고 하면 시켜야죠. 참 엄마가 반대하는데… 엄마가 서열 1위인데. 하하.

인천=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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