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기밀 요구 철회해야

2021. 9. 29.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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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기밀 정보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시장 원칙을 위반한 갑질이다.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반도체 기업에 11월 초까지 최근 3년치 매출과 원자재 및 장비 구매 현황, 고객 정보 등 핵심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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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기밀 정보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시장 원칙을 위반한 갑질이다.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반도체 기업에 11월 초까지 최근 3년치 매출과 원자재 및 장비 구매 현황, 고객 정보 등 핵심 정보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이번 요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글로벌 반도체·자동차 기업들을 대상으로 연 반도체 대책회의의 후속 조처다. 반도체 공급망의 병목현상 등 문제점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지나친 시장 개입이다.

우선 미국 정부가 개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력과 고객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 더욱이 이런 핵심 정보가 인텔, 마이크론, 애플 등 미국 내 경쟁사에 흘러들어갈 경우 해당 기업엔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파운드리 재진출을 선언한 인텔에 삼성전자나 TSMC의 핵심 정보가 흘러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이는 그동안 미국이 옹호해온 자유무역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추진해왔다. 또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보호·육성하고 한국·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반도체 생산 의존도를 대폭 줄이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코로나19로 동남아 반도체 칩 조립라인이 멈추면서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지연되고, 스마트폰·가전 생산까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런 정책을 탓할 순 없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 힘의 논리로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 기밀까지 요구하며 국제사회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질서를 해쳐서야 되겠는가.

미국은 글로벌 리더답게 이제라도 과도한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과 바이든식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삼성 등 개별 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을 직시하고, 우리의 핵심 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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