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힘들다, 죽겠다 소리칠 때 교회는 다시 시작하자고 말해야"

신상목 2021. 9. 2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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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부흥 세종 꿈의교회 안희묵 대표목사
안희묵 세종 꿈의교회 대표목사가 지난 13일 세종시 교회 목양실에서 코로나 속 교회 역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세종 꿈의교회 제공


세종 꿈의교회는 코로나19에서도 부흥하고 있는 교회 중 하나다. 6개의 멀티교회로 이루어진 꿈의교회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교회를 개척했다. 다양한 전도지를 만들어 복음을 전하고 있으며 지역 사회의 필요를 파악해 섬긴다. 교회가 코로나 영향을 받지 않았던 데에는 목회자의 유별난 성도 사랑, 교회 사랑도 작용했다. 지난 13일 만난 안희묵 대표목사는 “목회는 끊임없는 관심과 격려, 소통”이라고 말했다. 안 목사는 일체의 개인 모임을 끊고 종일 목양실을 지키며 공부하고 성도들을 챙겼다. 이날 그의 책상엔 신학 서적뿐 아니라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2030축의 전환’ ‘룬샷’ ‘2050거주불능 지구’ 등 일반 서적들이 수북했다.

-지난해 2월 말 꿈의교회가 온라인예배를 시작하면서 목사님은 “예배가 칼이 돼 사회나 국민의 목숨을 위태하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게 신앙”이라고 했다.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한가.

“예배드리지 못하게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예배하는 것이 신앙이다. 예배는 형식이나 외면의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로마서 12장 1~2절에 있는 것처럼 예배는 내 존재와 삶을 하나님께 드리는 신앙 고백이다. 그런데 내가 드리는 예배 때문에 하나님의 이름이 비난을 받고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고, 교회가 지탄받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함께 모여 예배해야 하지만 국가적 위기로 대면 예배를 금지할 때 이를 어기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국민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면 예배 방식을 달리할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면이냐 비대면이냐가 아니다. 동시에 함께하는 게 포인트이다. 성도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동시에 함께 예배하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꿈의교회는 이를 계속 강조해왔다.”

-코로나 시국에서도 꿈의교회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


“각 멀티 꿈의교회 상황마다 다르지만 교회 재정은 전년 대비 평균 5% 증가했고, 교회 운영도 별문제가 없다. 작년 6월에는 코로나 상황에도 세종시 소담동에 새로운 꿈의교회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회 운영과는 별개로 코로나가 길어지다 보니 방역 지침 때문에 비대면 예배를 드리는 분들의 영성이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다. 신앙이 약한 분들은 온라인 예배도 소홀히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양육 훈련을 받고 교회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분들은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교회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꿈의교회가 코로나 영향을 덜 받았던 비결은 무엇이었나.

“미래를 생각하며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저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부터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급변하는 시대를 통찰하면서 복음 전파라는 교회 본질과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준비해왔다. 교회는 코로나 이전부터 주일예배에 오지 못하는 성도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동시 중계했다. 헌금 방식도 하나님은 마음의 중심을 보시니 행정 효율성을 위해 이체하도록 했다. 토요일에는 교회 스태프, 주일 봉사자들을 위해 토요주일예배를 드렸다. 의식 중심의 성찬이 아니라 의미 중심의 성찬을 강조하며 몇 년 전부터 일회용 성찬기로 성찬식을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로 교회에 모이지 못했어도 교회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비상 상황으로 인식해 모든 교역자가 예배와 양육, 캠프 등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기 위해 영상 제작 및 실시간 중계를 공부했다. 그래서 ‘미디어 꿈의교회’를 개국해 온라인 교회학교 예배, 온라인 캠프 등 코로나 이전보다 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성도들과 교회학교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정기적인 방역활동 모습. 세종 꿈의교회 제공


-지난 1년 6개월간 한국교회는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예배와 신앙, 교회 기능의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그 여파로 기독교 전체가 위축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회는 그 원인을 정부의 일방적 방역수칙에서 찾으며 각을 세우는 모양새이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교회 본질에 충실하지 못하고 교회 생명력을 잃어버렸던 것이 문제이지, 코로나 같은 외부적 요인이 교회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래 교회는 위기와 고난 속에서 더 강해지는 공동체이다. 물론 유독 교회에 엄한 잣대를 적용하는 정부의 방역수칙과 왜곡된 언론 보도로 교회가 많이 위축된 것은 속상하다. 하지만 교회는 일반 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라, 생명체이기에 강인한 영적 생명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오히려 이런 기회를 통해 교회가 교회다워지도록 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 복음과 교회 사명을 위해 문명과 기술을 복음 전파의 도구로 적극 활용해, 희망을 잃고 상심한 사람들에게 영생의 소망을 전해야 한다.”

-교회를 향한 일반 사회의 냉담함과 부정적 인식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것 같다.

“지금은 교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다 힘들다. 이럴 때 교회는 세상 사람들처럼 힘들다, 죽겠다고 소리치지 말고, 힘들지만 그래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게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며 복음 전파이다. 우리 교회는 작년에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 성도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정말 힘드신 분들은 본인이 사용하십시오. 그러나 더 어려운 이웃이나 힘든 성도들을 위해 사랑을 나누고 싶은 분은 일정 금액을 착한 헌금으로 해주십시오. 나아가 장기적으로 이런 귀한 사역을 감당할 교회를 설립하는 일에 헌신할 분은 헌금해주십시오.’ 그랬더니 성도들의 헌금이 6억원이나 모였다. 교회는 이 헌금 일부를 이웃을 위한 구제금으로 시청에 기부했고, 교회 내 어려운 성도들을 파악해 개인당 5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지급했다. 교회는 사람들에게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신 섬기는 교회, 착한 교회가 돼야 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얻은 것과 놓친 게 있다면 무엇인가.

교회 입구에 설치된 전자식 포그시스템 장비 모습. 세종 꿈의교회 제공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가 잃은 것은 그동안 감춰졌던 교회의 민낯을 세상 사람들에게 들킨 것이다. 그래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교회에 비판적이던 사람들이 교회를 혐오하게 만들어 복음 전파를 막은 것이다. 반면 코로나를 통해 한국교회는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됐고,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영적 자각을 갖게 됐다. 코로나 사태로 일부 성도들이 교회를 떠나고 교회가 어려움을 겪게 됐지만, 이 기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영적 각성과 교회 본질, 사명에 충실한 신앙을 훈련한다면 오히려 부흥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교회는 세상과 분리돼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세상 속에서 소금과 빛으로서 착한 교회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교회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동안 한국교회는 한 지역에 머물러 건물과 장소 중심의 신앙 속에서 안주했다. 사람들을 교회로 오게 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코로나는 이런 전통적 패러다임을 무너뜨렸다. 이제는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소통과 연결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지식과 기술의 발달로 우리가 알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융합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일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거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준과 방향이 달라진 것이다. 교회도 새롭게 변화돼야 한다. 교회로 오라고 하는 대신, 사람들이 필요한 곳으로 가야 한다. 전통적 교회 방식만 주장하지 말고,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을 사용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 한 지역에 정착해 대형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멀티교회로 가야 한다. 아울러 복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성경 지식을 개인 신앙의 삶으로 연결하고, 교회 생활을 일상 영성으로 연결하는 영적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대면 중심의 일회적 아날로그 신앙에서 무한한 디지털 사고방식의 신앙으로 확장돼야 한다. 김병삼(만나교회) 목사가 말한 것처럼 ‘올라인 교회’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회는 시대의 변화를 복음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미래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를 어떻게 전망하나.

“교회도 세상처럼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다. 그러나 큰 교회, 작은 교회를 떠나 준비된 교회는 더 부흥할 것이고, 준비되지 않은 교회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부흥하는 교회는 준비되지 않은 교회를 돕고, 준비되지 않은 교회는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 교회는 생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명이 중요하다. 규모가 작더라도 교회 사명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자기 교회만이 가능한 사역을 개발해 복음을 전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목회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세종=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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