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보시기에 좋았더라] 창조세계 보전 위해 매주 피켓 드는 목사님 "한국교회가 앞장 서야"

황인호 입력 2021. 9.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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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새로운 교회의 길 (16) 환경선교 선구자 한기양 새생명교회 목사
한기양 울산새생명교회 목사가 지난 15일 울산 남구 교회에서 그간 해온 환경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기양(65) 울산새생명교회 목사는 매주 금요일마다 시민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울산시청으로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후위기 캠페인을 벌인다. 한 목사가 들고 있는 피켓엔 ‘기후 위기가 아니라 재앙이다’ ‘생명 세계 보전을 위해 기도합시다’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지난 15일 울산 교회에서 만난 한 목사는 “지금의 물질문명은 생명 세계 전체를 파괴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생명 존중에 있는데, 교회가 생명 운동에 나서야지 않겠느냐”며 “교인들을 비롯해 각 시민단체 구성원들과 함께 이렇게 피켓을 들고 울산시청으로 나간 지 벌써 1년이 됐다”고 전했다.

한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울산새생명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는 지역에서 환경운동하는 교회로 이미 유명했다. 한 목사가 울산에 교회(당시 이름은 효성교회)를 개척했던 1989년부터 계속해서 환경운동을 해왔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환경선교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시기 한 목사는 창조질서보전운동, 생명운동, 환경목회 등의 용어를 만들어 쓰며 목회를 이어갔다. 그는 “개척 당시 지역사회 전체를 목회 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당시 울산 지역 심각한 골칫거리였던 환경 문제를 선교 과제로 삼았다”고 말했다.

80년대 말, 90년대 초 울산은 ‘공해백화점’이라 불릴 만큼 대기 오염이 심각했다. 여름엔 창문을 열지 못할 정도로 악취 또한 심했다. 한 목사는 “한번은 25층 아파트 지하에서 불이 난 것도 아닌데 화재경보기가 울렸다”며 “알고 보니 공장 매연이 아래로 깔리면서 지하실로 들어가 경보기가 울렸던 거였다. 그 정도로 심각했다”고 회상했다.

한 목사는 교회가 이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경선교라는 용어 개념 자체도 없을 때 한 목사는 교인들과 함께 울산의 공해 현실을 학습하는 모임을 시작했다. 처음 12명이 참여했던 이 모임은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졌다.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였다.

1990년대 초 교회서 독립한 공추련의 공동의장으로 지역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


후에 이 모임은 교회에서 독립해 ‘울산공해추방운동연합(울산공추련, 울산환경운동연합 전신)’이 됐다. 교회에서 하던 공해학습 모임은 ‘시민공해교실’ ‘환경학교’ 등의 명칭으로 바뀌어 계절마다 열렸다. 지금은 ‘환경아카데미’로 발전해 지역사회 환경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됐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사실상 효성교회가 울산공추련 산파 역할을 한 셈”이라며 “실제 초창기에 사무실도 교회에 있었고, 실무 간사 역시 교회 청년이 맡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의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을 있게 한 데에도 한 목사를 비롯한 교회의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90~91년 태화강 십리대숲을 벌목해 둔치로 개발하려고 할 때, 교회가 ‘태화강 대숲 살리기 서명운동’을 전개했다고 한다.

한 목사도 그때를 기억했다. 그는 “SNS가 없던 때였다. 어깨띠를 두르고 서명을 받으러 다녔다. 하루 종일 다니면 100명 정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 목사는 “2만명 정도 받았는데,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벌목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한 목사는 95년부터 추진되던 ‘태화들 개발계획’에 대해서도 백지화 운동을 펼쳤는데, 이때 개발업자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 다행히 당시 울산에 월드컵 경기 유치가 이뤄지면서 개발이 무산됐고, 개발업자와의 힘겨루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한 목사는 교회 청년들과 함께 환경감시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이 경험으로 국내 최초로 환경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울산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태화강 전 유역 주요 지점의 수질조사를 실시해 그 성분별 자료를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오염원을 어떻게 제거할 건지 등을 담았다. 울산시는 이를 나침반 삼아 태화강 수질 개선 사업 등에 활용했다.

최근 울산시는 한 목사의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한 목사를 제20회 울산시민대상 안전·환경 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안전·환경 부문은 올해 처음 신설된 분야로 엄밀히 말하면 한 목사가 이 부문 첫 수상자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금요 캠페인 모습.


교회도 올해 큰 상을 받았다. ‘2021 녹색교회’에 선정된 것이다. 한 목사는 함께한 교인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함께 환경운동하던, 청년이었던 교인들은 지금은 장로님, 집사님이 됐다”며 “지금도 10~12명 정도 환경운동을 한다 하면 현장에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봉고차 타고 공장들 찾아다니며 환경 감시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그땐 참 원시적인 방법으로 뛰어다녔다”며 웃었다.

한 목사는 녹색교회를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했던 창조세계로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교회’로 정의했다. 이어 “교회는 원래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이었다”며 “교회 본래적 모습이 녹색교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교회가 지역사회 전체를 떠안아야 한다”며 “초대교회가 그러지 않았을까. 고린도교회도, 에베소교회도 자기들 교회만을 바라본 게 아니라 그 지역 전체를 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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