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젠 축구교실 사장님이야, 그래도 집안 서열 7위"

박린 2021. 9. 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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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이동국 FC 여는 오남매 아빠
"아이들 한 끼에 고기 10인분 먹어
대박이 시안, 축구 한다면 시킬 것
축구교실엔 여성 다이어트 반도"
인천 송도의 축구교실에서 만난 이동국과 수아, 시안, 설아(시계 방향). 장진영 기자


“아빠는 백수야?” (이수아)

“전 축구 선수지!” (이설아)

“백수였지. 아빠는 여기 축구교실 대표야, ‘사장님~’ 해봐.” (이동국)

지난해 은퇴한 이동국(42)이 쌍둥이 딸 설아(8)와 수아를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오남매 중 설아와 수아, ‘대박이(태명)’ 시안(7)은 ‘설·수·대’라 불린다. 이들의 유튜브 ‘대박 패밀리’는 구독자 26만명이 넘을 만큼 인기다.

23일 이동국과 ‘설수대’를 인천 송도에서 만났다. 이동국은 이곳에 이름을 내건 축구교실을 열었다. 실내·외 축구장 3개면 등 약 1000평 규모다. 쌍둥이 딸 재시·재아(14)는 테니스 훈련과 수업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

인천 송도의 축구교실에서 만난 이동국과 설아, 수아, 시안(오른쪽부터). 장진영 기자

Q : 축구교실 유니폼에 사자를 그렸네요.
A : 동국 “축구교실 이름으로 ‘라이언 킹’을 고민하다가 ‘이동국 FC’로 정했어요. 유니폼 디자인은 이상봉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았죠.”

Q : 아빠 머리카락이 사자 갈기 같아서 ‘라이언 킹’이라 불렸거든요. 여기, 아빠 젊었을 때 사진 보니 어때요?
설아 “우와. 사자 같아요. 아빠 젊었을 때는 긴 머리가 유행이었어요?”

수아 “옛날에는 저런 게 유행이었대.”

동국 “수아는 옛날에 있어봤어? 모르잖아.(웃음)”

시안 “아빠 스무 살 때 월드컵 나갔어요? 그래서 등 번호가 20번이에요?”

Q : 스무 살에 월드컵 나갔고, 마흔 살까지 뛰다 작년에 은퇴했어요.
수아 “아빠가 평생 은퇴 안 했으면 했어요.”

동국 “은퇴했으니 여기서 너희들을 가르쳐줄 수 있는 거야.”
시안 “은퇴했는데 왜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요?”

동국 “축구도 하고, (예능) 촬영도 하고. 그래도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잖아.”

Q : 아이들이 아빠의 운동신경을 물려 받은 거 같아요.
A : 시안 “설아 누나는 물구나무 선수예요. 전 축구가 1번 됐어요.”

Q : ‘설수대’는 꿈이 뭐에요?
시안 “전 진짜 축구선수가 꿈이에요.”

동국 “너 ‘뭉쳐야 쏜다(농구 예능)’ 따라갔을 때는 농구가 1번이라며. 그땐 농구선수 한다고 했잖아.”

설아 “시안이는 아빠가 하는 거 다 따라 해요. 수아도 재아 언니처럼 테니스가 좋다는데, 전 연기자 하고 싶어요.”

Q : 지난달 ‘설수대’가 ‘힘을 내요’란 음원을 발표했죠. 최연소 혼성그룹 같은데요.
동국 “코로나로 모두 지쳤는데, 다시 힘을 내자는 마음을 노래에 담았죠. 그런데 라이브가 안 되는 가수들이에요. 음원만 있는 가수들. 자기 노래 가사를 까먹는 가수들이 어디 있니?”

설아 “아빠도 못하잖아요. 우리 할 수 있어요.” (갑자기 노래 시작)
설수대 “예쁘게 차려입고, 예쁜 구두 신고, 예쁜 거리를 걷고 싶어요. 마스크 안 쓰고 맑은 공기 맡고 싶어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싶어요. (중략) 조금만 웃어봐요.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행복해 질 거예요.”

인천 송도의 축구교실에서 만난 이동국과 설아, 수아, 시안(왼쪽부터). 장진영 기자

Q : 오남매라 좋은 점이 뭔가요.
동국 “심심할 틈이 없어요. 그래도 방향만 제시하면 자기들끼리 잘 놀아요. 밖에서 화장실도 쌍둥이끼리 다녀와요.”

설아 “수아랑 싸울 때도 있지만, 수아가 절 웃게 해줘서 좋아요.”

Q : 식비가 많이 나오겠어요.
A : 동국 “애들이 한 끼에 고기 10인분 이상 먹어요. 저는 배달앱 VIP 등급이에요. 수아는 밥 먹을 때 제일 진지하죠. 저와 아내는 ‘먹는 덴 아끼지 말자’는 생각이에요.”

Q : 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동국 “홈 스쿨링을 하다가 대안학교를 고민 중이에요. 제가 어릴 때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 것들을 애들은 다 해봤으면 좋겠어요.”

설수대 “얼마 전에 장구를 배웠어요. 피아노랑 영어랑 중국어도 배워요.”

Q : 18세 나이에 K리그 최고 스타였던 아버지가 오남매를 뒷바라지하는 상황이네요.
A : 동국 “제 아버지는 빠듯한 살림에도 뭐든 해주려고 하셨어요. 전 아버지처럼 꼼꼼하게는 못할 것 같아요. 아버지는 지금도 매일 일기를 쓰세요. 대부분 저에 대한 내용이에요.”

Q : 스타 출신으로 운동하는 딸을 키우는데요.
A : 동국 “얼마 전 재아 테니스 대회를 갔더니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는 못 들어오게 하더라고요. 설수대도 중요한 시기를 잃어버리는 거 같아요. 아이들은 피해자죠. 재아는 원래 ITF(국제테니스연맹) 해외 대회를 다녀야 하는데, 백신을 못 맞았어요. 격리 기간까지 감수할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국내 대회만으로는 동기부여가 안 되죠. 재시는 모델과 디자이너를 꿈꿔요. 옷도 잘 입고 꾸미는 걸 좋아해요. 아이들은 자기가 행복한 걸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 ‘집안 서열’이 궁금한데요.
설아 “서열이 뭐에요? 아~ 순위. 엄마가 대장. 그다음 아빠. 재아 언니가 테니스 하니까 3번. 재시 언니가 4번. 5번은 수아 너 해. 내가 6번. 시안이는 꼴찌야.”

동국 “아빠를 7등이라고 했으면 무시하는 거니까…. 근데 아빠가 7순위 같은데. (웃음)”

이동국의 막내아들 시안. 장진영 기자

Q : 축구교실은 다음달 개장한다던데요.
A : 동국 “축구만 하다가 사람을 대하니,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기분이에요. 전북 골키퍼 출신 홍정남 등이 지도해요. 전 오남매를 키워봤으니, 코치진과 미팅을 통해 방향성을 공유해요. 여성 다이어트 반도 있어요. 마스크를 쓰는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축구교실이 마음 놓고 뛰어놀 곳이 됐으면 좋겠어요.”

Q : 시안이가 아빠처럼 축구선수가 될까요.
설아 “시안이가 아빠처럼 축구장에서 뛰고, 월드컵에 나가면 신기하고 가슴 졸이면서 볼 것 같아요.”

동국 “저 나이에는 실력보다 축구를 좋아하는 게 중요해요. 시안이는 달밤에도 슈팅 훈련을 해요. 축구 한다면 시켜야죠. 참 엄마가 반대하는데…. 어찌 될지는 몰라요 (웃음).”

인천=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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