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골프 큰손 카카오, 승자독식 '오징어 게임'
카카오는 골프계에서도 큰손이다. 카카오의 골프 사업 자회사 카카오 VX는 “IT 기술을 활용해 사람을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장을 선도할 스포츠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 컴퍼니”라고 소개한다.
카카오의 메신저나 모빌리티 등은 사용자에게 이전에 없던 편리함을 줬다. 골프 분야에서도 혁신을 만들 거라 기대했는데 ‘글쎄’다. 카카오는 스크린 골프를 비롯해 골프 부킹, 골프 연습장, 골프장 운영, 골프장 운영 대행, 골프장 운영 시스템 판매, 디지털 스코어카드 사업 등을 한다. 골프 공도 만들고 있고, 골프 의류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문도 있다.
다른 업체들이 이미 하는 것이다. 또한 카카오 같은 거대 업체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볼 판매 등 용품 사업은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과 관계도 없다. 혁신은 없고 베끼기, 캐릭터 새기기만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7월 카카오가 다른 스크린 골프 회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카카오는 ‘라운딩’(라운드가 옳은 말) 같은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말까지 기존 회사 용어를 그대로 베껴 쓰고 있다. 카카오에서 어떤 진보, 어떤 디지털 변환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카카오는 갑질 논란 이후 일부 분야에서 철수하거나 시정을 발표했으나, 골프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다.
물론 골프가 ‘골목 시장’ 성격은 아니다. 기존 업자들의 부조리도 있다. 도태되어야 할 분야도 있다. 그러나 골프 시장에서 카카오는 거대 플랫폼을 믿고 승자독식의 ‘오징어 게임’을 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골프장들은 "카카오가 '우리의 거대 플랫폼으로 투항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한다.
골프는 수십만 명의 일자리가 달린 산업이다. 한국은 뛰어난 선수가 있고, 국민이 골프를 좋아하며 IT 기술이 발달해 골프 한류를 만들 기반이 된다. 그러나 젊은 벤처인들은 공룡 카카오의 존재만 보고도 용기를 잃는다.
카카오 골프 예약 앱은 단기간에 1등이 됐다. 다른 중개업소가 받던 수수료 1만원을 받지 않아서다. IT 관계자들은 “택시 기사에게 그런 것처럼, 카카오 골프도 독점 후 유료화 모델로 갈 것”이라고 말한다.
골프업계에선 “카카오가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다른 골프장의 운영 시스템, 부킹 시스템까지 맡겠다는 것은 선수 겸 심판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카카오는 자사 솔루션을 이용하는, 혹은 위탁 운영하는 골프장들을 우선적으로 노출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의 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은 말년에 종종 안양 골프장에 가 차를 마셨다. 맏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은 잔디가 누렇게 변하면 아버지가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을까 두려워 O. 헨리의 소설 『마지막 잎새』에서처럼, 그린에 초록 페인트를 칠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 회장은 어느 날 골프를 하고 싶다며 6개 홀을 돌았고, 약 20일 뒤에 세상을 떠났다.
이 회장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챙길 정도로 골프를 좋아했다. 그의 목표는 사업보국이었다. 그의 후손들은 박세리를 지원하는 등 한국 골프를 성장시켰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골프를 매우 좋아하고 실력도 뛰어나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무엇인지, 골프에는 어떤 기여를 하려는지 궁금하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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