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수소 어벤저스' 출범..수소 경제의 위기와 기회

김경민, 김기진 2021. 9. 2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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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포트]

‘수소 사업을 잡아라.’

요즘 기업들이 가장 공들이는 캐치프레이즈다. 현대차, SK,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은 최근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Korea H2 Business Summit)’을 열고 수소기업협의체를 공식 출범했다. 수소 사업을 키우기 위해 손을 맞잡고 ‘한국판 수소 어벤저스’로 불리는 드림팀을 출범시킨 것이다. 이들 기업은 그동안 수소 생산, 유통, 공급, 저장 등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발을 담그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협의체를 통해 세부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수소 패권을 차지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수소모빌리티 쇼에서는 대규모 기업들이 참가, 기술력을 뽐냈다.
현대자동차는 리막과 협업한 고성능 수소전기차 비전 FK를 선보였다. <반진욱 기자>

▶수소에 공들이는 기업들

▷현대차·SK 등 43조원 투자하기로

수소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차다.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생산한 이후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50만대로 늘리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70만기 생산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놨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수소차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충전소 설치 등에 11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수소모빌리티 관련 구체적인 전략도 내놨다. 자동차는 물론 사회 각 영역에 수소연료전지를 보급해 이른바 ‘수소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내놓을 버스, 트럭 등 상용차 신모델은 수소연료전기차 또는 배터리전기차로만 만들기로 했다. 2028년까지 현대차그룹의 모든 버스와 트럭 제품군에 수소전기차 모델을 갖출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를 활용한 다양한 운송 수단도 소개했다. 1회 충전으로 1000㎞ 이상 주행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에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무인 운송 시스템 ‘트레일러 드론’이 대표적이다. 트레일러 드론은 수소연료전지와 완전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 틀 위에 트레일러를 얹은 신개념 운송 수단이다. 건설, 소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을 전망이다.

수소연료전지에 비행 드론과 소방용 방수총을 결합해 인명 구조, 화재 진압이 가능한 ‘레스큐 드론’, 수소 충전 설비를 장착한 이동형 충전소 ‘H 무빙 스테이션’도 선보였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는 1회 충전 시 최대 600㎞를 주행하고,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4초에 못 미치는 고성능을 자랑한다. 앞서 현대차는 2025년부터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모든 신차를 수소전기차, 순수전기차로만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는데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SK그룹도 여느 때보다 수소 사업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말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국내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18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에너지 계열사 SK E&S는 2023년까지 SK인천석유화학 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플랜트를 완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총 28만t 규모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전국에 수소 충전소 100곳을 설치하는 등 수소 공급망 확보에도 나섰다.

포스코도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t 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거창한 청사진을 내놨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차별화에 나섰다. 수소환원제철은 전통적인 쇳물 생산 방식인 고로(용광로) 공법을 대체하는 신기술로 석탄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철을 생산할 수 있다. 최근에는 GS그룹과 손잡고 청정수소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협력하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효성그룹은 액화수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올 들어 독일 산업용 가스 전문 기업 린데그룹과 손잡고 300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울산에 액화수소 공장을 짓기로 했다. 승용차 10만대 사용이 가능한 연산 1만3000t 수준으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강자답게 신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 분야에 주력한다. 한화임팩트(옛 한화종합화학)는 국내 최초로 수소 혼소 발전 프로젝트에 나섰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LNG에 50% 이상 수소를 혼소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현대차, SK, 포스코, 효성, 한화 등 5대 그룹이 2030년까지 수소 경제에 투자하는 금액은 43조원을 넘는다.

▶수소 수혜주 코오롱 눈길

▷‘4세’ 이규호 부사장 진두지휘

수소 산업 관련 대형 이벤트가 쏟아지면서 수소 수혜주도 속속 등장하는 모습이다. 수소 밸류체인에 필요한 핵심 소재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손꼽힌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주가는 9월 23일 1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3만원대 중반에 그쳤지만 1년 만에 3배가량 뛰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소재인 멤브레인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멤브레인은 일종의 필터로 연료전지에서 수소 이온만 통과하는 막을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국 3M 등에서 전량 수입해오던 멤브레인을 지난해 국산화했다. 백영찬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소연료전지 핵심 소재인 멤브레인 상업 생산이 늘어나 3분기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차 탱크 부품용 소재 ‘플라스틱 라이너’를 개발하는 코오롱플라스틱도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건설사 코오롱글로벌 역시 풍력발전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활용,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는 등 코오롱그룹 계열사마다 수소시장 선점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번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행사에서도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장남 이규호 코오롱글로벌 부사장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코오롱그룹은 수소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소는 자율주행차 기술과 협업해 ‘드론’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사진은 현대차그룹의 구조용 드론.
현대중공업은 수소 엔진을 활용한 중장비 기기를 공개했다. <반진욱 기자>

▶전 세계 수소 사업 패권 경쟁

▷中 수소차 100만대, 日·호주 손잡아

국내 기업들이 ‘적과의 동침’도 아랑곳 않고 수소 사업 확장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수소 경제를 비롯한 친환경 전략을 마련하지 않으면 조만간 닥칠 탄소중립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현재 산업 초기 단계인 수소 경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주요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수소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일본·독일·중국을 중심으로 치열한 ‘수소 경쟁(H2 Race)’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 국가의 최종 목표는 하나다. 자원과 기술력을 확보해 경제성을 갖춘 수소를 대량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수소 경제 밸류체인은 크게 보면 생산, 저장, 운송, 활용으로 나뉜다.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수소로 구분된다. 이 중 친환경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것은 블루, 그린수소다. 블루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생산한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공급해 물을 수소, 산소로 전기분해하는데 이때 생산한 수소는 그린수소로 불린다.

세계 각국은 우선 수소 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인다. 일본과 중국은 그레이수소를 활용한다. 그레이수소란 천연가스, 갈탄, 석탄을 구성하는 탄화수소 구조를 변화시켜 얻는 수소를 뜻한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채취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 청정에너지’라 보기는 어렵다.

일본은 호주와 손을 잡았다. 호주에서 갈탄을 채굴한 뒤 수소를 추출한다. 이후 추출한 수소를 액화해 수소 운반선을 통해 자국에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수소 굴기’를 천명한 중국은 자국의 풍부한 석탄 자원을 사용한다. 석탄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차 중심의 수소 인프라를 구축했다. 철저히 내수 기반 수소 생태계를 만들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 보급, 충전소 100기 설치를 공언했다. 반면 미국과 독일은 그린수소 확보에 사활을 건다. 그린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수소 전략’을 발표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시스템을 수소 중심으로 통합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현재 1GW 수준인 수소 발전 설비를 2024년 6GW, 2030년 40GW까지 늘리기로 했다.

세계 각국의 수소 기술 경쟁도 거세다. 국가마다 수소 관련 특허·지식재산권을 잇따라 내놓으며 혈투를 펼친다.

가장 앞선 나라는 미국이다. 특허청이 올해 9월 발간한 ‘수소 경제와 지식재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수소 관련 모든 기술 분야에서 특허 영향도와 특허 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영향도는 다른 특허 대비 피인용된 횟수를 말한다. 피인용이 많이 됐다는 뜻은 다른 특허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라는 의미다. 특허 집중도는 특허 출원 건수를 측정한 지표다. 연구개발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 측정할 때 쓰인다. 즉 미국은 수소 관련 핵심 기술이 많고 연구도 활발한 국가라는 뜻이다. 미국 다음으로는 일본, 한국이 뒤를 이었다.

세계 각국이 수소 패권 경쟁에 뛰어든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밝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2050년 세계 수소 경제 규모는 2조5000억달러(약 22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5% 미만인 수소에너지 소비 비중이 2025년 2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블룸버그NEF 전망도 눈길을 끈다.

▶한국 수소 산업 과제는

▷기술 경쟁력 높이고 인프라 확보 절실

우리나라는 수소 패권을 다투는 핵심 국가지만 강점만큼 약점도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수소 산업이 가진 강점은 명확하다. 우선 다양한 주력 산업을 보유했다. 자동차·선박·열차 등 모빌리티, 에너지 산업에서 한국은 경쟁력이 높은 기업들이 많다. 해당 산업은 수소 기술 혁신이 곧장 성과로 이어지기 쉬운 분야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면 다른 국가보다 경제성을 쉽게 높일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뛰어나다. 특허청이 수소 생산 분야 특허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개질 반응과 전기분해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개질 반응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다. 그레이수소를 모을 때 쓰인다. 전기분해는 말 그대로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법이다. 그린수소를 확보할 때 사용한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다. 수소 저장·운송, 발전, 인프라 분야는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소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845대로 세계 1위지만 수소차 충전소는 72기에 그쳐 일본(137기)보다도 한참 적다. 인구 1000만명 도시인 수도 서울조차 충전소가 4기에 불과할 정도로 보급이 더디다. 특허청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소 저장, 운송 분야에서 중국보다 뒤처진 데다 원천 핵심 기술 확보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수소를 단순히 ‘새로운 에너지’로만 생각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이미 수소 경쟁은 단순히 산업 경쟁을 넘어 ‘에너지 패권’의 분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수소 경쟁은 공급 안정성 확보라는 단순한 산업 안보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은 수소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술에 대한 지식재산 선점에 여념이 없다. 기술 장벽을 쌓은 후 수소 공급망을 독점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 한다. 이에 맞서려면 한국 역시 빠르게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강점을 갖춘 기술력을 토대로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수소 생산 분야는 그린수소 전환을 목표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현재 수소 생산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레이수소는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등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조지훈 특허청 동력기술심사과장은 “대부분 수소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 기술력이 높다는 것은 초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췄다는 뜻이다.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개질 기술을 고도화해 수소를 대량 확보하고, 이후 물 전기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해 그린수소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프라 확보도 절실하다. 수소 경제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하는 정부 연구개발은 최근 5년(2016~2020년)간 52%가 수소 활용 분야에 편중됐다. 수소 생산과 인프라 부문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각각 22.9%와 12.9%에 불과하다. 동시에 수소 산업 경제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공급해 물을 전기분해하면 그린수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생산단가가 1㎏당 1만원에 달해 제철, 석유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보다 많게는 3배가량 비싸다. 친환경 그린수소 생산 비용을 낮추지 않으면 기업들이 수소 산업으로 돈 벌기가 만만찮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이 강점을 보유한 수소 활용 분야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수소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정부는 하루빨리 수소 생산, 인프라 부문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야 한다. 또 수소 충전소 확충과 더불어 공공 부문의 수소차 구입을 늘려 초기 시장 구축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의 제언도 눈길을 끈다.

인터뷰 |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 저자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기업 수소 기술 R&D 환경부터 조성해야

울산광역시는 국내에서 가장 수소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로 꼽힌다. 수소 충전소를 비롯한 수소 관련 시설 수준이 다른 도시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수소차 글로벌 판매량 1위 ‘넥쏘’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공장부터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SK이노베이션 등 수소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모여 있는 명실상부 수소 경제 ‘메카’다.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수소 도시 울산의 경제 책임자다. 덕분에 국내 수소 산업의 ‘현장 전문가’로 뽑힌다. 최근에는 한국 친환경 산업의 미래와 투자 전략을 정리한 책 ‘넥스트 그린 레볼루션’으로 금융투자 업계에서 높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수소 경제 전문가가 바라본 국내 수소 산업의 현실은 어떨까.

Q.전 세계 국가 중 수소 경쟁에서 가장 앞선 나라가 어디인가.

A 현재 수소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는 5곳이다. 한국, 일본, 중국 그리고 미국과 독일이다. 일본은 전통적인 수소 산업 강국이다. 중국은 막대한 예산을 부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은 수소 로드맵을 내놓으며 수소 산업 상용화 길을 제시했다. 미국 역시 수소 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중이다. 이 중에서도 눈여겨봐야 할 국가는 독일이다. BMW가 수소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 ‘수소 경제’ 전환의 신호탄이라고 본다. 그동안 전기차 중심으로 움직이던 독일이 본격적으로 수소에도 발을 들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독일은 유럽연합의 중심 국가다. 독일이 수소에 투자한다는 뜻은 유럽 각국이 수소 경제를 ‘핵심 에너지’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Q.다른 친환경에너지에 비해 수소가 가진 장점은 무엇인가.

A 저장성과 전환성이다. 다른 에너지와 달리 수소는 저장이 가능하다. 풍력이나 태양광은 생산은 가능하지만 바람을 잡아두거나, 태양광을 임의로 가둬 보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연환경에 따라 발전 효율도 갈린다. 수소는 다르다. 우선 저장이 가능하다. 용기에 담아 들고 다닐 수 있다. 전환성도 좋다. 모빌리티, 건설, 도시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는 훌륭한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효율도 높다. 개인적으로는 수소가 친환경에너지 중 석탄·석유와 맞먹는 효율을 가진 에너지 ‘최강자’라고 생각한다.

Q. 국내 수소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 우선 기업이 수소 기술 R&D 투자를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수소차나 연료전지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인증 절차가 복잡해 실험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수소 관련 인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규제를 철폐해줘야 한다. ‘수소차는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도 교육을 통해 없애줄 필요가 있다. 잘못된 상식이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수소연료전지는 대부분 부품이 국산이다. 외국산 제품을 많이 쓰는 일반 2차 전지와는 다르다. 수소 산업이 잘돼야 국내 산업이 살아난다.

[김경민 기자, 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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