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장장치만 1248조?..'탄소중립' 첫 비용 추계 나와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에너지 저장장치(ESS) 구축에 최대 1248조원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왔다. 탄소중립 목표를 확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 내부 전문위원들이 추산한 이같은 의견은 지난 7월 탄중위에 보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탄중위는 "극단적인 가정을 두고 산출한 수치라 지난 8월 발표한 탄소 중립 시나리오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했다.
에너지 저장장치 비용 최대 1248조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탄중위 에너지분과 전문위원들은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1.9%(발전량 769.3TWh)로 가정했을 때 필요한 연간 에너지 저장량이 최대 19만7000G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345kV 변전소 1만 100개(6680만평)가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 검토자료를 본 산업통상자원부(탄중위 당연직 정부위원)가 그에 대한 비용을 1248조원으로 계산해 적어넣었다. 일부 출력을 제어해 연간 에너지 저장량을 15만7000GWh으로 줄여서 보더라도 투입돼야 할 비용은 최소 787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345kV 변전소 6300개(4182만평)를 설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탄중위, 비용 문제 논의 시작해야"
비록 에너지 저장장치에 한정된 비용이지만,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월 탄중위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할 때도 ESS 비용을 포함한 일체의 비용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탄중위가 탄소 중립 비용 논의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석탄가스나 원자력을 쓰지 않기로 한 한국은 무탄소에너지원으로 ESS를 가장 많이 쓸 수밖에 없다. 기술개발 등으로 비용이 나중에 떨어질지라도 일단은 보수적으로 비용을 계산해둬야 현실적인 탄소 중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사실 탄소 중립 비용은 정부와 관련 전문가들이 모두 달려들어서 2~3년은 논의해야 정확한 수치가 나온다. 탄중위가 비용을 모두 계산할 순 없지만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맞다"고 했다.
탄중위 "위원들도 포함 말자 했다"
탄중위는 "에너지 저장수단을 100% ESS로만 했을 때를 극단적으로 가정한 수치라 시나리오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한승 탄중위 사무차장은 "'1248조원'은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를 100% ESS만으로 저장했을 때를 극단적으로 가정해서 나타낸 수치다. 전문위원들도 무리한 근거를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넣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향후 수소나 열, 양수발전 등 에너지 저장수단을 최적으로 조합하면 ESS 관련 비용은 줄어들게 돼 있다. 2050년까지 기술이 개발되는 것도 비용이 떨어질 요인"이라고 했다.
탄중위에 따르면, 10월 말에 발표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도 에너지 저장장치 관련 비용 문제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시나리오 확정 후 각 정부 부처에서 부문별로 검토할 예정이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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