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고난도 문제, 법으로 막는다? '킬러문항 방지법' 나왔다

남궁민 2021. 9. 28. 16: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개학한 경기도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고난도 문제를 내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이른바 '킬러 문항'이라 불리는 고난도 문항의 부작용에 공감하는 반응이 나오지만 수능 변별력이 낮아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이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넘어선 고난이도 문제를 낼 수 없게 하는 내용의 선행교육규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수능 문제가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를 평가하는 사전영향 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는 논술이나 면접 등 대학별고사에 대해서만 해당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강 의원은 "대입 전형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수능에 적용할 수 있는 별도 규정이 없어 대입 선행교육 규제 전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수능의 선행학습 유발 여부를 미리 평가해 다음 해 시험에 반영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해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시민단체 "9월 모의평가에도 킬러 문항 출제"


2015 개정 교육과정 〈수학I- 수열 〉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 사항. 사걱세는 이를 근거로 9월 모의평가 15번 문제가 교육과정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출처 교육부]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강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연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킬러 문항' '불수능'으로 공교육과 학교를 믿은 학생과 학부모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걸 막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며 개정안 발의를 환영했다. 사걱세는 여러 차례 킬러 문항을 사교육 유발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사걱세는 지난 1일 치러진 9월 모의평가에서도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사걱세가 문제를 지적한 건 수학 공통과목 3문제, 수학 선택과목(미적분)의 1문제다. 사걱세는 이 가운데 공통과목 15번 문제에 대해 "객관식인 15번 문항은 선택지별 응답 비율이 평균 20%인 고난도 킬러 문항"이라며 "수험생이 이 문항을 스스로 풀지 않고 임의로 선택해(찍어서) 풀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수학1 수열 교수 학습 방법'은 '수학적 귀납법에 의한 증명은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간단하게 다룬다'고 규정한다. 사걱세는 "(15번 문제를 풀려면)무려 81가지의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해 풀이가 너무 복잡하다"며 "이런 킬러 문항을 풀려면 사교육에 의존하거나 기출문제로 문제 풀이 기술을 습득하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능 변별력 줄면 내신·논술로 '풍선 효과'" 반론도


지난해 12월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2021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난이도가 높다는 이유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로 볼수는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킬러 문항 논란에 대해 이날 평가원 측은 "수능 문제는 출제검토지침에 따라 매년 고교 교사가 참여한 검토위원단이 교육과정은 준수 했는 지 따져보고 출제한다"며 "문제의 난이도가 높은 것과 교육과정을 따랐는 지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혔다.

고난이도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는 데 대한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킬러 문항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준다는 건 맞다"면서도 "어려운 문제를 내지 못하게 해 수능의 변별력이 사라지면 결국 내신이나 논술, 비교과 활동 등의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학생 성취도에 따라 대입이 결정되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대입 전반에 대한 큰 틀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배 교수는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꿔 대입 체제를 손볼지, 넓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지엽적인 부분만 따지면 '풍선 효과'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지나치게 세세한 부분까지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능 문제의 난이도까지 법으로 해결하려는 건 입법 만능주의"라며 "수많은 입법과 정책이 쏟아져 학생들의 혼란만 키운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