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사과를 구제하는 두 가지 방법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정아 기자]
매년 우리는 지인의 농장에서 사과를 따 온다. 농장 주인 프란체스코는 부업 농부이다. 어느덧 단골이 되어버린 우리는 그곳에서 유기농 마늘과 파란 감자를 산다. 가끔 다른 야채가 있으면 기웃거리다가 구입하곤 하는데, 완전 자연 농법으로 키워진 것들이어서 정말 맛이 좋다.
인심 좋은 프란체스코는 매년 이맘때면 우리에게 연락해서 사과를 따 가라고 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과가 속에서부터 벌레가 먹어서 판매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 판매할 수 없는 사과를 잘라보면 안쪽이 이렇게 골고루 멍이 들어있다 |
ⓒ 김정아 |
누군가 따서 활용하지 않으면 버려지게 될 사과들. 그것은 농부에게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리라. 나무에 가득 열렸는데, 하나같이 안 좋은 흔적이 있다. 일명 못난이들이다. 베어 먹기에도 불안하긴 하다. 안에 벌레 알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프란체스코는 식초를 만들고 있는데, 너무 많아서 식초에 치일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우리도 식초 만들려면 가져가라고 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남편은 마시는 것을 몹시 좋아하는 사람이다. 식사 중에 와인은 필수이고, 애플 사이다(사과주)나 맥주 같은 것들을 간식과 함께 즐기다 보니, 사 먹으려면 돈이 정말 많이 들 것이다. 그래서 이런 술들을 직접 집에서 담가 먹는다.
사과가 한창 나오는 이 계절에는 애플 사이다를 만들어야 한다. 농장에서 대량으로 사과를 구입하기도 했는데, 워낙 많은 양이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게 만들고 아껴 먹는 수밖에... 이런 상황에서 프란체스코의 제안은 우리에게 딱 맞았다.
더구나 그 당시에, 프랑스 노르망디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였고, 그곳의 애플 사이다가 너무 맛있어서 벼르던 차였기에, 그해부터 우리는 프란체스코의 농장에서 사과를 따다가 매년 넉넉하게 애플 사이다를 만든다.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서 나는 그 옆에서 식초를 만드니 풍요로운 계절을 실감하게 된다.
▲ 사슴들이 사과 따는 우리를 쳐다보며 당황하고 있다 |
ⓒ 김정아 |
집에서 50분 정도 걸리는 그곳에 도착하면 언제나 그렇듯 프란체스코가 나와서 반겨준다. 남편은 감사의 뜻으로 작년에 만든 애플 사이다를 전했다. 그리고 와인을 꺼내니 안 받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직접 만든 와인이라고 했더니 웃으며, 그렇다면 먹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의 추석이라고 설명하면서 녹두전도 함께 내밀었더니, 뭘 이렇게 많이 주냐고 해맑게 웃는다. 비용을 지불하려고 시도도 해봤지만 웃으며 거절했다. 사슴도 공짜로 먹으니 우리도 공짜로 가져가는 게 맞다고 말이다.
대략 여덟 그루의 사과나무가 있는데, 그중 세 그루만 빼고 모두 비슷한 상태이다. 약을 치지 않는 이유는, 그러면 사과를 얻기 위해 다른 작물들까지 농약의 피해를 봐야 하기 때문이란다. 땅에 약이 스며들면 더 이상 자연농법의 작물이 아니게 되니 자기는 그냥 자연의 상태로 기다리겠다고 했다.
▲ 사과나무에 사과가 주렁주렁 |
ⓒ 김정아 |
▲ 달팽이도 나눠먹는 사과 |
ⓒ 김정아 |
그의 이 사과들은 울퉁불퉁 예쁘지 않지만 무척이나 향기롭다. 달팽이들이 높은 곳에 있는 사과까지 먹겠다고 올라가 있는 모습을 보면 놀랍다. 우리가 사과를 따니 사슴들이 나타나 눈치를 본다.
▲ 차안에 사과향이 가득 퍼지고, 기분은 들썩들썩 |
ⓒ 김정아 |
▲ 창고에 저장된 사과들. 창고 안이 사과향으로 가득하다 |
ⓒ 김정아 |
차에 싣고 오는 길이 즐겁다. 남편은 애플 사이다를 만들 즐거움으로 흥겹다. 차 안은 사과 향기로 가득 찬다. 집에 가져오면 일단 서늘한 창고에 보관하고, 주말이 되면 애플 사이다를 만들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이다라고 하면 달달한 탄산음료를 떠올리는데, 우리가 만드는 것은 노르망디 스타일을 재현한 사과주이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애플 사이다나 사과식초에는 이스트라든지 설탕이라든지 기타 첨가물이 흔히 들어가는데, 우리는 정말 다른 것 아무것도 안 넣고 사과만 가지고 만들어서 진짜 맛이 깔끔하다.
▲ 애플사이다 만들기 |
ⓒ 김정아 |
*사과주와 식초 만드는 이야기는 다음 편에 연재됩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신 맞을래, 이혼 할래"... 많은 부부가 택한 제3의 길
- 국민의힘, 곽상도 '손절' 수순... 이준석 "사퇴 않으면 제명 얘기 있을 것"
- 국민대 총학생회 "김건희 논문 재조사해야"... 학생회 첫 입장문
- "줌으로 노는 것도 재밌다"는 아이, 그게 가능해?
- 처음으로 팔아본 소나무 사진...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 곽상도 아들의 50억, 목숨 잃은 노동자의 1억
- 제주에서 집 짓고 4년, 더 나은 삶 꿈꾼다면 이렇게
- 곽상도 "책임질 부분 있으면 의원직까지... 수사 적극 협조"
- 급식실 노동자 19명 추가 산재신청..."볶고, 굽고, 튀기다 폐암 걸려"
- 문 대통령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살려 법 집행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