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지은 오두막에서 발견한 뜻밖의 선물
[김준모 기자]
▲ <쁘띠 마망> 포스터 |
ⓒ 찬란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세계적인 거장으로 이름을 높인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성장 3부작'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가 뒤늦게 한국에서 개봉하면서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신작 <쁘띠마망>은 여성의 성장과 정체성을 다뤄온 세계관을 답습하면서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색깔을 선보인다.
외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부모와 함께 시골집으로 내려온 8살 소녀 넬리는 과거 엄마가 숲속에 지었다는 오두막을 찾고자 한다. 아이의 호기심에서 시작된 이 행동은 예기치 못한 만남을 가져온다. 그곳에서 넬리는 엄마와 이름이 같은 동갑내기 마리옹을 만난다. 마리옹은 넬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두 소녀는 빠르게 우정을 키워나간다. 이 우정을 치유로 만든 건 작품이 지닌 전체적인 색감이다.
▲ <쁘띠 마망> 스틸컷 |
ⓒ 찬란 |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애로운 어머니를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워터 릴리스>에서는 어머니가 등장하지 않고, <톰보이>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서는 딸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고통을 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동화는 로맨틱 코미디처럼 밝기만 하지 않다. 오히려 우울하고 때론 잔혹하게 다가온다. 아이들에게 교훈을 주기 위해서 섬뜩한 설정을 보이기도 한다.
넬리의 어머니는 다소 우울한 존재로 등장한다. 오히려 작품에서 밝은 측면을 보여주며 넬리와 어린 마리옹과 교감을 나누는 건 아버지다. 넬리는 어린 시절 마리옹을 만나며 그 심리적인 아픔이 어디서 왔는지를 알게 된다. 이것이 작품 초반부터 다소 우울한 분위기를 보여줬던 원인이기도 하다. <이웃집 토토로> 역시 밝은 분위기와 달리 우울한 내용을 지니고 있다. 남매와 아버지가 시골로 내려온 이유가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 때문이다.
▲ <쁘띠 마망> 스틸컷 |
ⓒ 찬란 |
딸이 엄마의, 엄마가 딸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마법 같은 순간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셀린 시아마가 전하는 위로라 할 수 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누구나 살면서 하나쯤 품고 있는 아픔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를 치유하는 방식을 가족으로 풀어내며 동화의 색채에 가슴 따뜻한 포근함을 더한다. 같은 여성이 연대와 위로의 대상이 된다는 점, 두 소녀가 만남을 통해 성장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기존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세계관이 연장된 듯하다. 본인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기존 작품과는 다른 동화의 느낌을 더하는 데 성공했다.
마법 같은 결말을 통해 깊은 여운을 남기며 감성을 자극한다. 이 작품은 셀린 시아마의 또 다른 성장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이 만든 작품의 틀을 뚫고 나오기 보다는 그 범위를 넓히면서 연출의 스펙트럼을 확장시켰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신 맞을래, 이혼 할래"... 많은 부부가 택한 제3의 길
- 국민의힘, 곽상도 '손절' 수순... 이준석 "사퇴 않으면 제명 얘기 있을 것"
- 국민대 총학생회 "김건희 논문 재조사해야"... 학생회 첫 입장문
- "줌으로 노는 것도 재밌다"는 아이, 그게 가능해?
- 처음으로 팔아본 소나무 사진...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 곽상도 아들의 50억, 목숨 잃은 노동자의 1억
- 제주에서 집 짓고 4년, 더 나은 삶 꿈꾼다면 이렇게
- 급식실 노동자 19명 추가 산재신청..."볶고, 굽고, 튀기다 폐암 걸려"
- 문 대통령 "중대재해처벌법 취지 살려 법 집행하라"
- [경남] 연휴 뒤 늘어나는 확진자... 외국인 비율 33%